한봉호 소망투자연구소장
봉호 소망투자연구소장은 개미들에겐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푼돈’ 100만 원을 8년 만에 45억 원이 넘는 거금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락과 급락을 거듭했던 그동안의 급변 장세에서도 그는 꾸준히 높은 수익을 올렸다. 개미들이 어떤 자세로 주식시장에 임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살아있는 모델인 셈이다.실제로 한 소장은 월간 단위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3개월 정도 원금을 보전한 것이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차이나 쇼크가 세계 증시를 강타한 2004년 4월에도 키움증권 수익률 대회에서 경이적인 월간 수익률(259.71%)로 1위를 차지, 당시 증권가 최고의 화제 인물이 됐다. 현재 진행 중인 키움증권 실전투자대회(9월 17일~11월 23일)에서도 3주 만에 75%를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그의 투자 비법은 바로 신중함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 우선 수급의 흐름을 통해 시장의 성격을 파악한다.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아니면 박스권인지를 투자 주체들의 매매 패턴과 흐름을 보고 판단한다. 이어 시장 상황에 맞는 종목을 선정하고 그 종목에 맞는 매매 기법으로 대응한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단기 저점에서 사서 단기 고점에서 판다. 투자 종목은 대략 5~10종목으로 한정한다.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늘 ‘손절매는 칼같이,큰돈은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위험 관리 원칙을 항상 되뇐다. 2% 손실이 발생하면 손절매에 들어가곤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단기 접근 시 수급을 중시하기 때문에 주가의 에너지가 약할 때는 가차 없이 처분한다. 개별 종목의 목표 수익률은 딱히 없다. 손절매와 유사하게 상승 에너지가 떨어질 때 일단 이익을 실현한다.철저한 ‘원금 관리’는 롱런의 숨은 1등 공신. 큰 수익을 내더라도 투자 원금을 늘리는 법이 거의 없다. 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적정한 투자 수익을 가져다 줄 새로운 종목이 없으면 원금만 재투자한다. 일시적인 성공에 도취해 투자금을 늘리면 베팅도 이성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달간 얻은 수익을 매월 말 인출, 즉시 은행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 쪽에 묻어둔다. 그가 현재 굴리는 자금은 2억5000만~3억 원 정도. 그는 자신이 정한 월 수익률 목표(50% 이상)를 반드시 지켜 나간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영원한 승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경제 공황과 같은 위기를 당하더라도 재기가 가능하도록 일정 금액을 반드시 준비해 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날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유동적인 장세에서 한 소장이 개미에게 주는 충고는 무엇일까. “인간의 본성은 주식시장 생리와 맞지 않습니다. 엄습하는 탐욕과 공포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저점에서 극심한 공포에 빠지고 반대로 좀 오르면 망설이고 ‘또 오르네’라면서 망설이다 다시 크게 오르면 그때서야 삽니다. 이른바 개미들의 무덤인 ‘단기 꼭지’인 셈이죠.”한 소장은 준비되지 않은 개미들의 직접 투자를 “원수에게나 권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성과 정보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가 전문가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고 명확한 투자 원칙을 확립하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굳이 직접 투자에 뛰어들고 싶다면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꾸준히 살펴보고 주요 종목을 골라 적어도 3년 정도 주가 흐름을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이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주식에 감이 생기고 투자자의 꿈인 ‘우량주를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 파는’ 눈이 뜨인다는 것이다.“우리 증시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만으로 가는 시장이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깊이 연동돼 있는 이머징 마켓이지요. 그래서 단기 변동성이 큰 편입니다. 즉, 글로벌 시장이 문제가 있으면 주가가 하락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주가가 많이 오른 지금은 장기 투자가 가능한지, 또 업종 좋은 종목을 고르면 몇 배의 수익이 가능한지를 회의적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단기 대응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이 급락하면 국내 주가가 내리고 외국인 매도가 지속됩니다. 외국인의 매도가 주춤해지면 단기 저점으로 판단합니다. 이때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시장 주도주인 우량주를 사들입니다.”한 소장은 투자 일지의 중요성도 누누이 강조했다. 투자 일지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투자의 안전판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인 그는 지금도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투자 일지를 쓴다. 시장 상황과 언론의 방향을 점검하고 미국과 유럽 시장도 살펴본다. 그리고 시장에 맞는 종목을 뽑아 리스트를 쓰면서 언제 사고 언제 팔지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가장 치열한 머니 게임장인 주식 시장에서 대세 상승 시기를 제외하곤 개미가 돈을 벌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겨우 승산이 있을까 말까 합니다. 무엇보다 두려움과 탐욕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금 관리가 중요하고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NHN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화 유망”한 소장은 변수가 너무 많아 자신도 단기 대응에 나서고 있어 2~3개월 앞을 내다보고 일률적으로 종목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게다가 코스피지수 추이에 따라 주도주에 실리는 시장의 힘이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우선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대략 2150을 한 번쯤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2150까지 이어져 이 시점이 단기 고점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2150 이전에는 주식을 사거나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후에는 주식을 처분하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주가지수가 215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인터넷 대장주인 NHN과 증권주의 선두주자인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화그룹의 지주 회사 격인 한화 등 4종목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NHN은 인터넷 분야와 게임 분야의 절대 강자로서 탄탄한 수익 구조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며 “업종도 미래사회가 지향하는 분야여서 장기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우량주”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또 “자본시장통합법의 대표적 수혜주인 증권주 중에서도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삼성과 미래에셋을 대표하는 간판 금융사여서 시장 지배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한화의 경우 한화석유화학 대한유화 등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