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되려면 부자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부자들의 투자 철학은 물론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이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따라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부자가 되기는 여전히 어렵다. 왜 그럴까.부자들은 늘 공부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해 자기만의 안목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금융자산이 10억 원이라면 운용 성과가 0.1%만 달라도 100만 원이 왔다 갔다 한다. 당연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부자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있다.또한 부자들은, 신중하게 생각하되 투자에는 과감하다고 한다. 그들은 여유가 있으며 기다릴 줄 안다. 그들은 대개 부동산도 있고 펀드도 있어서 한 쪽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다른 한 쪽에서는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그러나 내게 100만 원 밖에 없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0.1%면 1000원, 1%면 1만 원이다. 물론 이 금액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0.1%를 더 벌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쪼개기에는 빈자는 늘 바쁘다. ‘쿠션’이 없어 과감한 투자도 불가능하다. 손실을 보면 그것으로 끝장일 수도 있고 영원히 재기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그러므로 가난은 그 자체가 리스크다. 삶은 길어지고 고용은 불안한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고 밑 빠진 독처럼 끝이 없는 사교육비로 저축은 힘에 겹다. 어렵사리 한 푼 두 푼 저축해도 이자는 쥐꼬리 수준이다. 리스크가 있어도 고수익이 가능하다면 마음이 끌리게 돼 있다.똑같은 선택도 부자에게는 투자, 빈자에게는 투기일 수 있다. 억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부자는 포트폴리오가 짜여 있어 설령 한 사업이 잘못돼도 견딜 수 있는 ‘쿠션’이 있지만 가난한 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불륜’이 부자에게는 ‘로맨스’일 수 있는 것이다.부자가 되려면 이런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자는 부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해 가는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이들이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부를 축적해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내게 축적된 부가 없고 건강한 몸만이 재산이라면 몸값을 올리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열심히 일을 하든, 영어를 공부하든 내 노동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 재테크보다 급하다. 재테크의 첫걸음이 종자돈을 모으는 과정이라면 그 지름길은 먼저 몸값을 올리고 다음으로는 철저한 계획 아래 지출을 통제하는 일이다.물론 금융시장이나 상품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당장 돈이 없다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돈이 생겨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소액이지만 분산 투자도 하고 리스크 관리도 해 나가야 한다.그리고 길게 봐야 한다. 재테크는 인간다운 노년을 위해서, 그때 내가 쉴 집을 위해서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지금은 불과 2년 5개월 만에 1000에서 2000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던 코스피지수가 힘겨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시점이다.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투자자로서는 지루하고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오르기만 하는 주가는 절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현 장세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다면 그는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시장은 항상 여유 있는 자의 편이다.김상윤하나은행 웰스 매니지먼트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