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인수·합병, 파산 등의 영향으로 점점 줄어들어 40년에 불과하며 일본의 100대 기업 수명도 30년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첨단 기술이 경쟁하는 정보통신 산업 분야는 더욱 수명이 짧아져 유럽의 경우 정보기술(IT) 분야 100대 기업의 수명이 12~13년에 그치고 있다.이런 가운데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족 사업체들이 소리 없이 늘어나고 성업 중에 있어 주목을 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가족 창업이 늘어나 전체 사업체의 92%가 가족 사업체이며 전체 노동력의 59%와 신규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78%, 국내총생산(GDP)의 49%를 가족 사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장수 사업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독일은 전체 노동력의 75%가 가족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호주도 전체 사업체의 75%가 가족 사업체이고, 스페인도 전체 사업체의 72%가 가족 사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평생직장의 수명은 44년으로 계산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통계는 30대 근로자의 한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이 5년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가장 안정된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래소 상장 기업들도 평균 기업의 수명은 25년을 넘지 못해 이래저래 세상의 이목은 점차 일반 기업보다 기업 수명이 긴 가족 사업체에 자연히 관심이 쏠리게 된다.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가족 사업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남영호 교수는 지난 2000년에 가족 사업체가 전략적인 경영을 하는데 있어 의사결정과 조직 운영에서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2년에는 김석웅 교수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족 사업체가 직장 내 의사결정 구조와 가족들 간의 의사결정 구조로 두 가지의 이원화된 구조를 가지는 것은 경영의 혼선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우리 경제는 갈수록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중견 기업을 육성하기 어려운 기업 환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는 이제 소재나 부품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생겨날 만도 한데 일반 직장인들은 힘들고 보수가 적다고 이를 외면하고 창업주 자녀들은 기술을 배워 물려받으려 해도 세금 부담이 커 실익이 없는 형편이라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고만고만한 중소기업이 많은 수도권 부천 지역의 실정을 들어본 바로는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면서도 직원들은 나가고 자식 승계는 어렵다 보니 창업주 혼자 1인 기업으로 지키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요즘 학계나 기업계에서 중소기업의 승계를 위한 제도적 대책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어 머지않아 이에 대한 육성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서도 가치 있는 가업을 지키고 있는 집안들이 대를 이어 힘을 받고 나아가 부를 키우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머지않아 서구사회처럼 가문 경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그러나 이 땅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정작 자녀에게 물려줄 가업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그런 점에서도 이제는 은퇴한 뒤에라도 후대를 위해 가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엄길청경기대 교수 /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