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8월 취업자 수가 4년 만에 처음으로 4000여 개 감소한 것을 계기로 이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영향이 실물경제에까지 본격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소비를 감소시키는 역자산 효과(anti wealth effect)는 상당히 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10% 정도 떨어지면 민간 소비는 0.6% 감소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주가 하락의 2배에 달한다. 조만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소비와 경기를 둔화시키는 효과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앞으로 미국 경기를 보는 시각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원만하게 해결돼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내년 경제 성장률이 ‘0’% 내외로 급락할 것이라는 경착륙 시각이다.낙관론자들의 견해대로 미국 경기가 연착륙한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경착륙한다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시각차는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갈수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이미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수정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계은행의 새 총재인 로버트 죌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일본과 유럽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올해와 내년의 세계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각각 0.5%포인트 정도 낮추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그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를 낙관했던 미국의 정책 당국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얼마나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당분간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목표인 인플레 안정보다 금융시장과 경기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해 온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안으로 연 4.75%, 내년 말에는 연 3.0% 수준까지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뒤늦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심각성을 인식한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를 다룰 태스크포스(TF)팀을 긴급 구성했다. 주로 모기지 시장의 전문가와 변호사로 구성된 이 팀은 지난 9월 말 첫 회동을 가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연방기금 금리가 인하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돼 있는 문제는 역시 엔 캐리 자금의 향방이다. 물론 일본 경기도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부진함에 따라 급격한 청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어느 정도 청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국제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내다보고 있다.이 경우 미국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에서 계속 제기해 왔던 달러화 가치 폭락설은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국제 금융사들의 시각이다.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다면 달러화의 대안 투자 수단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달러화의 대체 자산인 금값은 이미 온스당 7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들어 새로운 대안 투자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투자자들도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경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발생한 이후 미국 국채가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더욱이 연방기금 금리가 대폭 인하될 경우 채권 투자는 오랜만에 활기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미국의 고용 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뉴욕 월가에 소재한 금융사들의 한국 담당 코리아 데스크들도 이번 사태가 증시를 비롯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BMO캐피털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앤드루 부시는 “미국의 고용 지표 악화로 한국 증시와 관련돼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엔 캐리 자금의 향방”이라며 “다행인 것은 한국은 엔 캐리 자금이 주로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엔 캐리 자금이 이탈된다 하더라도 심리적인 영향만 없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랐다. 미국 기업가 협회의 초빙연구원인 존 매킨은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와 미국 경기 침체로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0% 내외로 침체될 경우 한국의 경제 성장률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반면 한국의 원화를 비롯한 개도국 외환 전문가로 알려진 아메리카은행의 신케는 “달러 가치 약세로 한국의 대미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지만 원화보다는 엔화를 비롯한 경쟁국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 폭이 더 크게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시장이 다변화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출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했다.콜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방기금 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인하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코리아 데스크들은 “현재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연방기금 금리가 현재의 콜금리 수준인 연 4.75%로 내려갈 때까지는 콜금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처럼 대내외 증시가 불안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은 제러미 시겔이 강조하는 ‘DIV’ 지침대로 주식을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야 한다.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과 국제화(International), 내재가치(Valuation)의 첫 글자를 딴 주식 선택 전략을 말한다. 배당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가 불황이거나 증시가 침체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국제화는 갈수록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 일본 유럽에서 브릭스와 친디아로 옮겨가는 추세에 따른 전략이며 가치 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성장 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주식이 궁극적으로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특히 워런 버핏 등과 같은 세계적인 주식 부자들이 가치 평가를 강조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지수 2000’ 시대를 맞아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일부 우리 투자자들처럼 성급한 마음에 인기주와 주도주 위주로 주식을 추격 매입하다간 ‘성장의 함정(growth trap)’에 빠져 실제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시겔의 전략을 토대로 현 시점에서 가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보자. 만약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있다면 그 자금의 50% 정도를 먼저 지수연동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 간의 비중은 펀드 가입 전체 금액의 6 대 4의 비율로 국내 펀드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주식연동 상품에 투자한 자금을 뺀 나머지 50%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먼저 최고 이익 배당 지급 기업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신탁(REITs)에 가입해 배당을 높여야 한다. 또 글로벌 비중이 높은 거대 기업이나 사업이 다각화된 다국적기업 주식을 매입할 것을 권한다. 업종별로는 석유와 천연자원이나 제약과 필수 소비재와 같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업 주식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주가수익률(PER)이 낮거나 기업 생명이 오래된 주식, 벅셔해서웨이와 같은 세계적인 펀드들이 보유하는 주식을 참조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한국경제TV 월가특파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