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사장은 국내 몇 안 되는 정통 전원주택 전문가다. 부동산 전문기자에서 전원주택 전문가로 화려하게 변신하게 된 배경도 ‘사람은 자연과 하나여야 한다’는 지론에서다.부동산 기자로 활동하면서 좁은 공간에 밀집된 다량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국내 주택 시장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던 그는 지난 2000년 미 오리건 주 포틀랜드를 방문해 당시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고급형 타운하우스를 처음 목격했다. 당시만 해도 타운하우스는 미 동부에서나 볼 수 있는 주거 공간이었다. 광활한 서부에서 타운하우스는 저소득층의 주택 형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시작된 미국 집값 활황으로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제한된 공간에 밀집된 주택을 지어야 하는 우리나라 사정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타운하우스다. 당시 이 사장이 본 타운하우스는 저소득층이 사는 주거 공간이 아니었다.“포틀랜드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부촌으로 개발하는 포레스트 하이츠를 방문했는데 럭셔리 고급 주택을 타운하우스로 짓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독주택은 집주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관리해야 하는데 타운하우스는 공동으로 단지를 관리하기 때문에 한결 편하다는 것을 미국 사람들이 이해한 것이죠. 그러면서 내부는 최고급 설비로 건립했고 주변은 쾌적한 녹지로 뒤덮었습니다.”그는 요즘 타운하우스 관련 강의와 세미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타운하우스가 국내 고급 주택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는 근거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 △친환경 주거에 대한 관심 증가 △투자 메리트를 꼽는다.“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장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택 시장에서 볼 때 중대형 평형의 고급 주택에 사는 최상층입니다. 그러나 이들에겐 부동산 외에 든든한 노후 자금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문제입니다. 주상복합에 살려면 매달 100만~200만 원씩 내며 살아야 하는데 관리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해서 집 규모를 줄여 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타운하우스입니다. 타운하우스는 기존 평형을 유지하거나 늘리면서도 집값은 아파트 값의 절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 지내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좋다는 것도 타운하우스의 인기 비결입니다.”물론 투자 메리트도 상당하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 근거로 그는 타운하우스의 넓은 대지지분을 꼽았다. 예컨대 용인 동백지구에서 3.3㎡당 550만 원에 분양된 타운하우스 부지(대지 지분 628㎡)가 현재는 750만~800만 원까지 값이 치솟았다. 최근 조성되고 있는 타운하우스 부지 대부분이 택지지구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투자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소다.초창기 그는 국내 타운하우스와 관련된 제도가 미비해 마음고생도 많았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그는 2000년 남양주 평내지구에다 타운하우스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상 2002년 인·허가를 받으려고 하니 분양받은 택지가 전용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서 단독주택 외에는 지을 수가 없었다.“당시만 해도 타운하우스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벽을 붙여서 짓는 건축 규정도 미비했었죠. 그래서 할 수 없이 단독주택으로 지었습니다. 그 좋은 부지를 타운하우스로 지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많습니다.”다행히 지금은 용도지역 세분화 조치로 전용주거지역이 1~3종으로 나뉘어 졌고 1종 전용주거지역에서는 타운하우스와 같은 저밀도 주택을 짓는 것이 가능해졌다. 블록형 택지지구의 경우 사업 승인을 받더라도 필지 분할이 되지 않았는데 이것도 지금은 가능하다. 필지 분할이 가능해지면 분양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공급 업체 입장에선 부담감을 한결 덜 수 있다.한국형 타운하우스의 가능성을 묻자 그는 “외국의 주거 문화가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 형태로 바뀐 것이 아파트인 걸 볼 때 타운하우스 역시 우리 정서에 맞게 충분히 개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형 타운하우스의 키포인트를 한옥에서 찾았다.“한옥은 창과 문의 경계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방문도 안이 아닌 밖으로 밀도록 설계돼 있지요. 이런 걸 감안하면 전혀 새로운 내부 설계가 나옵니다. 창을 통유리로 하거나 양쪽으로 여는 문을 곳곳에 만드는 작업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한옥이 주변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그가 용인 동백지구에서 선보이는 타운하우스 ‘동연재(同然齋)’는 미국 정통의 것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게 설계했다. 집 이름에는 ‘자연(然)과 하나 되는(同) 집(齋)’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용인 동백 동연재는 타운하우스 254㎡형(옛 77평형) 24가구, 단독주택 249㎡형(옛 75평형) 7가구 등 31가루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1차로 타운하우스 24가루를 현재 분양 중이다. 이 주택은 일본인 건축가 후루야 노부아키 와세다대 교수가 설계를 맡았다. 1가구가 1개 층을 사용하는 등 전체적인 평면은 기존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4면 모두로 창을 내는 등 아파트 구조의 단점인 폐쇄성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다. 설계를 맡은 후루야 교수는 조선 중기 성리학자 이언적의 고택인 ‘향단(香壇·보물 제412호)’을 모티브로 삼았다. 3층 가구에는 248㎡(옛 75평) 정도의 전용 옥상 정원을 제공한다. 1층을 필로티 구조로 설계해 각 가구당 3대씩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이 밖에 동연재는 전용률을 96%까지 끌어올렸으며 발코니 트기로 25㎡(옛 7.7평)의 면적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따라서 이 부분까지 전용면적으로 집어넣으면 실제 주거 면적은 268㎡(옛 81평)로 넓다.최근 타운하우스 분양 시장의 최대 이슈는 이른바 ‘짝퉁 타운하우스’다. 외관은 기존 단독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름만 타운하우스로 내건 편법 분양 방식으로 타운하우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시민단체들은 타운하우스가 대형 건설 업체들의 편법 분양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에 대해 이 사장은 타운하우스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타운하우스의 본래 목적은 고가의 단독주택지에 여러 채를 지어 저렴한 값에 주택을 공급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단독 두 채를 붙인 것은 타운하우스가 아닙니다. 또 시장이 조속히 정착되기 위해선 타운하우스를 별도의 주거 형태로 인정해야 합니다. 현재 건축법에는 주택의 형태를 단독, 다세대, 다가구, 연립, 아파트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4층 이하는 연립, 그 이상은 아파트로 구분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타운하우스와 연립주택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보다 효율적인 주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도 타운하우스와 연립주택은 구분짓는 것이 좋습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