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시애틀은 주택 부족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시애틀 경제의 양 축인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호조로 시민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면서 미국 내 다른 곳과는 달리 집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제한된 지역에 다량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문제가 이곳(시애틀) 정책 당국의 고민거리죠. 그렇다고 해서 시애틀 주택 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층 아파트(콘도)를 짓지는 않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획일적인 콘크리트 건물보다 친환경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타운하우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로저 윌리엄스 전 미국건축가협회장은 미 서부 관문 시애틀의 타운하우스 인기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 사람들도 요즘 집을 새로 지어 가치를 높이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도로(불러바르드)와 가까우면서 녹지 공간이 많은 지역의 집들이 속속 재건축되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이 작업실로 함께 사용하는 집을 지난 1970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가치를 크게 높였다. 시애틀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인근에 있는 그의 집은 1970년부터 5년간 그가 손수 공사를 벌여 스틸하우스 스타일의 친환경 주택으로 변신했다.“1만5000달러를 들여 집을 리모델링했는데 지금은 10배나 값이 뛰었죠. 집의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도 집의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이 집을 개조하면서 그는 인필 하우징(Infill Housing) 방식을 적용했다. 인필하우징 개발 방식이란 토지 면적이 작을 경우 인근 지역까지 사들여 터파기 작업을 하는 일반 개발과는 정반대 개념이다. 소규모 나대지를 사들여 공간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되 터파기와 같은 기초 작업을 가급적 생략해 건축비를 절약하는 것이 주된 포인트다.이 밖에도 그는 지난 2000년 워싱턴 호수가 바라보이는 곳에 고급 주택 단지 하이포인트 단지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보잉 근로자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던 이곳은 시애틀의 대표적인 슬럼가였다. 그러나 그는 이곳을 현재 1600가구 50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고급 주택 단지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은 고급 주택과 임대주택, 시니어타운 등은 물론 1만6525㎡의 중앙공원과 8만2625㎡의 공용 녹지가 들어서 있는 커뮤니티로 지난 2006년 미국 주택건설협회(National Association Home Builder)가 주는 베스트 플랜 커뮤니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그는 에너지 효율, 자재 재활용, 환기성 등을 타운하우스의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자재의 98%를 나무로 짓는 데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나무는 내구성 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공사비도 매우 저렴하다”면서 “목조 건축 활성화를 위한 한국 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아시아 건축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1970년대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에서 건축가로 활동한 것을 인연으로 일본 효고 현에 시애틀 타운을 건설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지난 1994년에는 미국건축가협회 북서부태평양지역 콘퍼런스에서 ‘태평양 지역의 디자인 문화’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중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했다. 한국의 독특한 주거 형태인 한옥과 온돌 문화에 매우 감명 받았다”고 말하는 등 우리나라 주거 문화에도 깊은 관심을 표했다.시애틀=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