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우스가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진 국내 고급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반세기 넘게 아파트 일변도로 진행됐던 주택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 다양성이 주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타운하우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타운하우스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국내에 들어선 타운하우스라고 해봐야 구로구 항동 그린빌라, 파주시 탄현면 메르헨하우스, 분당구 이매동 조이하우스 등 3곳뿐이다. 그렇지만 독창적인 공동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타운하우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도 본격화되는 추세다.타운하우스는 한마디로 전원형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결합한 집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른 공동주택과 비교할 때 우선 외관이 차별화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립주택이 수평, 수직적으로 가구를 구분해 각층, 각호마다 입주하는 형태인데 비해 타운하우스는 수직적으로만 가구를 분리하고 2~3층의 한 공간을 한 가구가 사용한다는 것이 다르다. 다시 말해 1~3층을 세로로 쪼개 하나의 가구가 사용하기 때문에 각층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미국의 일반적인 3층짜리 타운하우스는 1층은 현관과 거실로 사용되며 2층에는 안방과 다용도실, 3층에는 자녀 방이 있다. 만약 타운하우스가 언덕에 지어졌다면 앞쪽에는 1층 주출입구와 주차장을 배치하고 2층에는 반대편과 연결되는 별도의 현관이 있다.타운하우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17세기 산업혁명 이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급격한 도시화로 시골 귀족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생긴 주거 유형이 타운하우스의 유래다. 넓은 저택 생활에 익숙해 있던 이들 귀족들에게 대도시의 비싼 땅값은 큰 부담거리였다. 이들 귀족들은 대지 면적을 최대한 줄이면서 넓은 주거 공간을 고안하게 됐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타운하우스다. 당시 귀족들은 기존 주택가와 분리된 대지에서 여러 채의 고급 주택을 하나의 건물로 지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정원을 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도록 했다.타운하우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도입돼 주택지, 설계 방법의 기술 개발과 목조, 패널, 벽 공법의 개량 기술이 발전하면서 변신을 시작한다. 미국에서 타운하우스가 꽃피운 배경도 영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 대도시마다 주택난을 겪게 됐고 이에 따라 기존 단독주택에 1층을 더 얹거나, 2층짜리 주택을 두 개로 나눈 타운하우스가 대안으로 등장하게 됐다. 영국에서 타운하우스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미국에선 도시로 몰려든 중산층이 사는 집으로 바뀐 것이다.타운하우스는 하나의 건물 안에 여러 가구가 몰려 있다 보니 건축비가 절감되며 공간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좁은 공간에 친환경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타운하우스는 국내 주거 상황에 비춰 봐도 매우 합리적인 주거 공간이다.초창기 타운하우스는 일정 공간에 집을 짓다 보니 도로를 따라 일자로 늘어선 형태로 지어졌는데 이를 로하우스(병렬식 합벽 주택)라고 부른다. 지리적인 영향으로 뉴욕 등 동부의 대도시에 지어진 형태의 타운하우스 중 상당수가 로하우스 형태로 지어졌다. 우리나라에선 파주에 들어선 헤르만하우스가 로하우스와 비슷하다. 로하우스 스타일의 타운하우스는 2층으로 된 2개의 주택이 하나로 결합돼 있는 듀플렉스 타입과 2층 주택 3개가 결합된 트리플렉스 타입으로 구분된다.최근엔 이 같은 타운하우스 형태에도 조금씩 다양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3층의 주택이 여러 채 붙어 있으면 공간 활용이 아무래도 획일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요즘 들어서는 1~2층으로 된 집 위에 또 하나의 집이 들어서는 다락방 형태의 타운하우스가 등장했으며 이를 로프트하우스라고 부른다.타운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가구가 몰려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공동주택의 이점과 쾌적한 전원생활이 주는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타운하우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 타운하우스는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주택을 짓기 때문에 녹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1만㎡의 단독주택지가 있다고 치자. 단독주택 19채만 지을 수 있는 이 공간에 타운하우스를 공급하면 2배 이상의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별 주택마다 별도의 전용 공간을 부여하는 단독주택과 달리 타운하우스는 건물 이외의 모든 공간을 입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녹지율을 높일 수 있다. 미국 내 타운하우스마다 주택소유자협의회(HOA)가 잘 발달돼 있는 것도 그 때문이며 상당수 단지들은 단지 내 클럽하우스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에서 개념이 발전됐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 평면의 상당 부분이 단독주택과 비슷하다. 단독주택은 1채의 주택을 1가구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사방으로 창문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건립되는 타운하우스 역시 단독주택의 내부 공간을 최대한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고 있는 타운하우스는 기존 연립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아 편법 분양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비싼 땅값 등을 감안할 때 집 위에 집을 얹는 로하우스형 타운하우스가 적합한데 상당수 업체들이 공급하는 2세대 연립주택형 타운하우스는 구조적으로 아파트와 전혀 다를 바가 없으며 측면부에 창을 내지 않고 침실과 가족실 모두 북향으로 배치해 채광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평면도 기존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면서도 분양가는 3.3㎡당 15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 임송일 소장은 “아파트 건립이 어려운 땅을 구입해 겉모습만 타운하우스를 표방하는 ‘짝퉁 타운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며 “진정한 타운하우스라면 사방에 모두 창을 만들어 채광 및 통풍성을 높이고 침실은 가급적 동남향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원생활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단지들은 수도권 외곽에 건립되고 있다. 따라서 서울과의 접근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 분양되는 타운하우스는 주택 유형, 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청약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만약 분양가구 수가 20가구 이상이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고 분양권 전매를 제한(계약 후 5년간) 받으며 청약통장도 필요하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