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종결의 음식점 대박 비결

종결 씨요? 한마디로 ‘고객은 왕이다’라는 생각이 철저한 분이죠. 제가 여의도 지점에 근무할 때 그 양반이 고객이었는데 하루는 우리 직원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호되게 야단을 치더라고요. 며칠 뒤 김 사장이 하는 음식점에서 우리 지점 회식을 했는데 이번엔 우리 직원들의 신발까지 손수 정리해 주며 마치 상전처럼 모시더군요. ‘당신네 은행에서는 내가 왕이고 우리 식당에서는 당신이 왕이다’라는 의미겠지요.”모 시중은행의 웰스 매니지먼트 센터장은 자신이 겪은 탤런트 김종결 씨에 대해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1967년 TBC 공채 탤런트로 출발, 올해로 방송 연기 40주년을 맞은 김 씨는 연기자로서만이 아니라 여의도의 소문난 음식점 ‘주신정’의 사장으로도 성공 드라마를 연출해 가고 있다. 8월 1일 직장인들의 점심식사가 끝나갈 무렵인 오후 1시 주신정을 찾아가 그의 성공의 비밀과 연기 활동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주신정은 365일 연중무휴다. 주말이면 썰렁해지는 여의도의 음식점 치고는 특이한 케이스다. 김 사장이 연중무휴를 고집하는 데에는 고객에 대한 배려의 뜻이 담겨 있다. “사실 음식점은 주말에 문을 여는 것이 손해인 경우가 많습니다. 찾아오는 손님은 적은데 직원들에게는 수당을 챙겨줘야 하니까요. 그러나 우리 가게는 손님이 단 한 명이라고 해도 문을 엽니다. ‘그곳에 가면 항상 문이 열려 있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바로 주신정에 대한 고객의 신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주신정이라는 옥호에도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들어 있다. 김 사장이 처음 음식 장사를 했을 때의 옥호는 신정이었다. 그러다 신정을 주식회사로 전환했는데 어느 고객이 농 반 진 반으로 “(주)신정이 ‘고객이 주신 정’이라는 뜻이냐”고 물었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 김 사장은 아예 옥호를 주신정으로 바꿨다. 고객이 주신 정에 보답하겠다는 뜻이었다.그렇다면 어떻게 보답하겠다는 뜻일까. “식당이 손님에게 보답하는 게 특별한 게 뭐 있겠습니까. 좋은 재료를 써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정성껏 서빙하면 그게 다죠. 서비스로 내놓는 음식도 최대한 많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여느 고깃집에 가면 사람 수대로만 시켜서는 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두 명이면 2인분, 세 명이면 3인분만 시켜도 양껏 먹었다는 만족감을 드린다는 게 주신정의 원칙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퍼주는 것은 아니다. 이과 출신(연세대 수학과 졸업)답게 숫자에 밝다.“일반 음식점의 경우 가격 대비 재료비의 비중이 30~35%인데 비해 우리는 재료비가 42% 정도 됩니다. 대신 다른 데서 쓸데없이 낭비되는 요소를 찾아내 비용을 줄였습니다. 드라마 촬영 등으로 바쁠 때도 그날그날 매출과 지출을 정확히 분석해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줄인 것이 내실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죠.”김 사장은 재료의 품질 관리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고기를 납품하는 업체로 3곳을 선정하고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최상의 고기를 공급받고 있다. 식당 입구에 ‘고기가 나쁘다고 생각되시면 즉시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푯말을 내건 것에서도 재료의 품질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김 사장의 이런 사업 수완은 그의 아들도 물려받은 듯하다. 여의도 모 상가에서 팬시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아들도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의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팬시점 사장이 됐다. 김 사장 표현에 따르면 “다른 팬시점들이 손님이 줄어 잇따라 문을 닫을 정도”라고 한다. 아들 역시 영업의 비결은 ‘고객 감동’이다. “장사를 어떻게 하나 가봤더니 손님들한테 덤을 듬뿍듬뿍 주더라고요. 노트 사러 온 손님한테는 지우개를 얹어주고 볼펜 사러 온 손님에게는 수첩 하나 더 주는 식이죠. 아마 손님한테 뭐 하나라도 더 드리고 싶어 하는 제 성격을 물려받은 모양입니다.”김 사장은 종업원들에 대한 배려에도 신경을 썼다. 현재 38명이 근무하는 주신정은 종업원의 대부분이 10여년 넘게 근무해 왔다. 수석주방장은 식당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쭉 그와 함께 해왔다. 이직이 많기로 정평이 난 요식 업계에서 이처럼 근속자가 많은 것은 그만큼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김 사장은 직원들을 위해 요식업소로는 드물게 퇴직금 제도와 4대 보험을 모두 도입했다. 또 각종 수당, 보너스는 물론 병가 시에는 유급 휴가를 주며 전담 노무사까지 두고 있다.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도 더 노무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서비스 질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곳에 가보면 종업원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여유가 느껴진다.고객: 아주머니~ 인물이 좋아서 인기가 많으시겠어요?종업원: 영양가 없는 놈들만 달라붙어서 골치 아파요.고객: 하하하(박장대소)손님들이 건네는 짓궂은 농에 역시 농으로 맞받아치는 종업원들의 모습은 활기에 차 있다.“요식업은 주인만 잘한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종업원들이 돈을 벌어주죠. 어느 조직에서든지 사람들을 이끌고 간다는 것은 도를 닦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저 사람을 부려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만들어간다’고 마음먹고 가게를 운영해야 합니다.”그렇다고 김 사장이 마냥 ‘말랑말랑한’ 사장인 것만은 아니다. “아주 드문 일이긴 하지만 제가 진짜 화가 났을 때는 테이블의 불판을 엎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그런 행동조차도 종업원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식당 운영에 관한 저의 생각이 옳다고 인정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사업가로서의 그의 행로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오늘의 성공이 있기까지 그는 예기치 못한 불운도 남 못지않게 겪었다. 1980년 신정이라는 음식점을 시작한 그는 사업 초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를 발판으로 도자기 가게, 토속음식점, 다방, 오락실 등 가게만 5군데를 운영했다. 1989년에는 그동안 벌여 놓은 사업을 정리해 용산구 원효로에 햄버거 가게와 설렁탕집을 시작했다. 그러나 1993년 화재로 이 사업장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가게가 불에 다 타버렸을 때의 막막했던 심정이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제게 남은 돈과 주변의 지인들에게 빌린 자금으로 지금 자리에 주신정을 차렸습니다.”그는 주신정의 운영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아니 그보다는 목숨을 걸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자신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한번 결정하면 과감히 밀고 나갔다. 정말 장사가 힘들 때는 직원들에게 고통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그가 주신정을 오픈한 후 매일 오전 11시 30분이면 칼같이 출근하는 것도 이런 정성의 일환이다. “음식 장사는 주인이 1주일만 신경을 안 써도 대번에 표가 납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메뉴와 청소 상태 등을 체크해야 합니다.”주신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파란 밥, 1년 묵은 김치, 지진 쌈장, 호박식혜, 간장게장 등이다. 이들 메뉴를 개발할 때 그가 염두에 둔 것은 ‘시골집에서 먹어봤던 편안한 음식을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오색 약수로 밥을 지은 파란 밥과 충북 공주에서 공수해 오는 묵은 김치는 이런 생각으로 개발한 메뉴다.“새 메뉴를 개발하면 주변 식당이 금세 따라하고….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으니 결국 손님들이 제 맘을 알아주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타고난 미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손님에게도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개업 후 3년째 되는 해 그는 신정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가게 규모가 커지다 보니 개인 사업자 형태로 운영하기에는 여러 가지 번잡한 일이 생기더군요. 세금 문제 등으로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기도 하고요. 그래서 완전히 투명하게 경영하자는 생각에 주식회사로 전환했습니다.”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김 사장은 요즘 주신정의 영업 상황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설명해 줬다. 주신정의 하루 방문객은 600여 명, 매출액은 1000만 원 정도이고 하루에 소비되는 고기 양은 400kg가량 된다고 한다.주신정이 대박 업소로 소문나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는 제의도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한사코 고사한다. “음식점은 경영 마인드가 중요한데 각 영업점 사장들의 마인드가 저와 같을지 그게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올 초 처음으로 대치동에 낸 분점이 어떻게 운영될지 지켜보면서 프랜차이즈화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또 연예인들의 부업에 대해서도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주위 연예인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성공할 수 있느냐고 자주 물어보는데, 전 그 사람들에게 명성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절실해야만 성공하거든요. 잘나갈 때 하면 죄다 성공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큰 오산입니다.”그는 이런 자신의 창업 노하우를 담아 지난 2003년 ‘김종결의 성공창업’이란 책을 냈고 지난 1999년에는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연매출액 30억 원이 넘는 음식점의 사장이지만 김 사장은 아직도 “나의 본업은 연기자”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연세대 재학 시절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고 1967년 TBC 공채 4기로 입사하면서 직업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젊은 시절에는 현대물에도 많이 출연했지만 최근에는 주로 사극 출연이 많은 편이다. 특히 SBS의 사극 ‘여인천하’에서는 권력 투쟁 끝에 몰락하는 희락당 김안로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KBS 드라마 ‘무인시대’와 ‘황진이’에도 출연했으며 조만간 SBS 사극 드라마 ‘왕과 나’에서 한명회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그는 “그동안 이덕화 씨 등 여러 연기자가 한명회 역을 맡았지만 이번에 제가 보여줄 한명회는 기존의 인물과는 다른 캐릭터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배역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또 “연기자로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현대물에도 나의 캐릭터에 맞는 배역이 있으면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김 사장은 한동안 그가 보유한 ‘69개의 통장’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가 이처럼 많은 통장을 갖게 된 것은 주신정의 주요 고객들이 여의도에 소재한 금융사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단골 고객인 금융사 직원들의 예금 유치 부탁을 그때그때 들어주다 보니 통장 수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은 통장 수가 70개를 넘어섰다.김 사장은 이렇게 모은 돈을 주로 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한다. 현재 보유한 펀드 계좌는 20여 개에 이르고 일산 등지의 상가 건물에도 투자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을 구입할 때 △목 좋은 곳을 위주로 고르되 △시세 차익보다는 임대 수익에 초점을 두고 투자한다. 부동산 투자의 본질은 임대 수익이 확실한 부동산을 사는 것이고 시세 차익은 이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다 보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김 사장은 특히 재테크 얘기를 꺼내자 대뜸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과의 인연을 얘기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한상춘 씨와 함께 지방의 어느 행사에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위원에게 ‘목돈이 조금 있는데 어디에 투자하면 좋겠느냐’고 했더니 산업금융채권을 사 두라고 하더군요. 당시 저는 그런 상품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일단 사두고 보니 얼마 되지 않아 채권 값이 급등하면서 상당히 큰 수익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금융상품 투자에 눈을 뜬 셈입니다. 얼마 전에는 라디오에서 한 위원이 ‘일본 펀드에 투자하라’고 하기에 그날 바로 일본 펀드에 가입했는데 이번에는 성적이 어떨지 모르겠네요.”(웃음)김종결주신정 사장연세대 수학과 졸업TBC 4기 공채 탤런트출연작: 여인천하, 무인시대, 황진이 등 다수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