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단어가 요즘보다 더 많이 회자된 적이 있을까. 지금처럼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주식 투자 안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다’, ‘해외 펀드가 대세다’, ‘부동산 투자는 이제 끝물이다’라는 등 투자에 관한 얘기꽃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절을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그런데 사람들이 투자에 대해 잘 이해하고 투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기야 누구든지 무엇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실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감히 투자를 정의해 본다면 미래에 더 큰 소비를 하기 위해 오늘의 소비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축과의 차이점을 말한다면 미래 소비의 양이 저축과는 달리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투자의 결과가 예상과 달리 좋지 않을 때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투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확정된 결과를 원한다면 일반적으로 가장 안정된 저축 수단인 은행예금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양적인 면에서 확정이자를 받는 것이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녀가 해외 유학을 보낼 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면 환율 변동 위험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그러면 왜 사람들은 내일의 더 큰 소비를 위해 오늘의 소비를 희생할까. 투자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남에게 주어서 그 사람이 사업을 하고 이윤을 크게 낸 후 나중에 원금과 수익의 일부를 돌려받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타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와 견주어 생각해 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오늘의 소비를 희생하는 데에는 이런 이타적 동기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서만 산다면 그렇게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가 만일 싱글이라면 앞으로 만나서 결혼할 배우자와 태어날 자식을 위해 오늘을 인내하면서 투자하는 것 아닐까.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가장이라면 아내 또는 남편 그리고 귀여운 자식들을 위해 집을 사고 연금에 가입하고 적립식 펀드에 매달 투자하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투자는 진정한 사랑의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결행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자각하고 있을까.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고 나보다도 더 그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돈을 투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을까.우리가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간에 사실은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 투자에 임하는 자세는 반드시 달라질 것이다. 더 이상 매달 옵션 만기일 직전에 대박의 환상을 품고 하는 옵션 투기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내 자식을 담배에 중독시키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회사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나의 며느리 또는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살상하는 데 쓰이게 될지도 모르는 무기를 연구하는 회사에 투자하지도 못할 것이다.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가족을 사랑하면서 남을 위해 사랑으로 투자한다면 그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투자의 결과도 당연히 좋아지지 않을까.박대혁리딩투자증권 대표고려대 경영학과고려대 대학원 경영학과LG증권 런던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