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Ka Geld, Ka Music).’지난 1999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전설 속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생전에 남긴 유명한 어록이다. 그는 인간의 영혼을 달래고 꿈을 만들어 주는 음악도 경제가 살아 움직일 때 발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 말을 하면서, 주식 역시 시중에 돈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음을 이렇게 일갈했다.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강세장을 연출하던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마켓(sub prime mortgage market)의 신용 경색의 뇌관으로 인해 2007년 중반에 충격적인 연쇄 폭락 사태를 빚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시 파죽지세로 2000을 돌파했던 직후인 데다 콜금리까지 연이어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상승해 여타 국가 못지않은 단기 폭락을 경험하고 있다.코스톨라니는 그러나 돈만 가지고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돈과 함께 투자자의 상상력이 보태져야 주가가 오른다고 했다. 바로 이 상상력의 세계가 주가의 행보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임을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그런데 정말 코스톨라니의 말을 새겨야 할 사람들은 바로 내 돈이 없으면서 남의 돈을 빌려 자신의 상상력을 보탠 사람들이다. 특히 스스로 변제 능력도 없이 자산시장의 가격 상승만 믿고 뛰어든 무임승차형 레버리지(leverage) 투자자, 즉 부채형 투자자들이다.얼마 전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산시장에서 낮은 금리를 무기로 등장한 많은 부채형 투자자들이 아파트 값도 올리고 주식 값도 올려놓았다.서브프라임 모기지 마켓 사태의 후유증으로 우리 증시도 그 파장이 없을 수 없다. 탄력적인 모습으로 질주하던 주가는 이 사태에 일격을 맞아 앞으로 상당히 신중한 주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주가의 변동성도 높아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률 기대치도 종전보다 낮아지는 심리적 변화가 예상된다.이럴 경우 시간이 흐르면 주가는 다시 회복되고 새로운 상승 추세를 생성해 내지만 지금 당장 부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한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고비를 넘기기 어렵게 된다.코스톨라니는 또 이런 말도 했다. 폭락하는 주식시장에는 남의 돈을 빌려 투자했다가 파산한 부채형 투자자들의 잔해를 주워 더욱 부자가 되는 새로운 행운아들이 언제나 있으며, 그들은 평소에 현금을 준비해 두는 부자형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이들 부자형 투자자들은 두 가지만 사면 된다고 코스톨라니는 생전에 농담처럼 말했다. 하나는 수면제이고 하나는 저가의 우량주라고. 그러니까 폭락으로 값이 많이 떨어진 우량주를 산 후 수면제를 먹고 한참 자고 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다.적지 않은 세월 동안 투자 시장을 관찰해 오면서 언제나 느끼는 안타까움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남의 돈을 빌려 부자가 되기는 정말 성경의 말처럼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주식은 그래도 환금성이 높고 소액 투자가 가능해 재기의 여지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만일 부동산을 부채형으로 투자했다가 요즘 같은 신용 경색 사태를 만나면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그래서 역시 재무관리의 본질은 투자보다 먼저 저축이고, 자산보다는 먼저 적절한 현금 보유라고 할 수 있다.엄길청경기대 교수 /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