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테마 아닌 펀더멘털 중심으로 투자해야”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 인터뷰]

지난해 불어닥친 ‘동학·서학개미’ 열풍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의 분산투자와 함께 투자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빅테크, 성장주 중심의 ‘쏠림현상’과 테마 중심의 투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한 해 파죽지세였던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올 하반기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고점을 연일 경신하면서 ‘거품 논란’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2분기 기업 실적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피크아웃’ 우려까지 가세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받는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보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도 올 하반기 미국 증시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내비쳤다. 다만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가 많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팀장은 “하반기 미국 증시는 물가 상승의 지속성과 고용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델타 변이 외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이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핵심 이슈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테이퍼링’을 꼽았다. 그는 “현재 Fed의 중요 관심사는 고용과 물가인데, 시장의 관심은 고용지표에 더 쏠려 있다”면서도 “오히려 테이퍼링 시점이 결정되면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이퍼링 발표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충격을 주겠지만,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증가 추세가 지속되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와 관련해서는 ‘기본’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기업의 펀더멘털인 ‘실적’을 중심으로 해당 종목을 평가하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극적인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투자 원칙과 기준을 수립해 거기에 맞는 주식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안 팀장과의 일문일답.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수익률 측면에서 부진한 투자자들도 많은 것 같은데.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나스닥 중심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많은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기술주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주와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로 보입니다. 연초 이후 경기 재개 속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채금리 급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 그리고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기술주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죠. 이로 인해 수익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1월 말부터 급등세를 보이던 가상화폐 시장 역시 4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자 뒤늦게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수익률 부진은 기업 실적에 기반을 둔 펀더멘털이 아닌 테마나 이슈에 기반한 모멘텀을 중심으로 쇼핑하듯 투자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쉬운 투자’를 내세워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투자 행위 자체가 간단하고 편리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난해와 달리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해 보이네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의 경우 여러 측면에서 국내 주식과는 다른 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른 점을 하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물론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 변수가 없다는 가정하에서죠.
국내의 경우 ‘매수’ 의견이 담긴 리서치 보고서가 나오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겁니다. 그래서 일부 투자자들은 보유 중인 종목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면 ‘매도’ 신호로 이해한다고 하더군요. 반면 미국의 경우 ‘매수’ 의견이 담긴 리서치 보고서가 나오면 해당 종목은 짧게는 하루나 이틀, 길게는 나흘에서 닷새까지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미국 주식시장을 살펴보고 있는 제 경험으로도 충분히 확인한 부분이죠.
물론 미국에서도 ‘로빈후드’와 같이 수수료 없는 주식매매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새로 유입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와 같이 단기 매매를 위주로 하는 투자자 숫자가 크게 증가했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펀더멘털보다 모멘텀에 기반을 둔 투자 역시 증가하는 모습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기관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함으로써 여전히 펀더멘털 중심의 투자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기업의 펀더멘털인 ‘실적’을 중심으로 해당 종목을 평가하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극적인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투자 원칙과 기준을 수립해 거기에 맞는 주식을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미국 주식, 테마 아닌 펀더멘털 중심으로 투자해야”
그렇다면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이벤트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올해 상반기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그에 따른 경제 재개 움직임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3대 지수 모두 12% 이상 올랐습니다.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은 무려 17% 급등했죠. 특히 3월과 5월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플레 우려에 국채금리 급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어오는 모습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의 지속성과 고용 개선에 증시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네요. 금리 정상화는 당연한 수순이겠죠. 이에 금융주 강세와 함께 실적에 따른 업종별 차별화가 예상됩니다. 반면 델타 변이 외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이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속도에 따라 증시의 변동성과 방향성도 영향을 받겠죠.
하반기 눈여겨봐야 할 이슈는 아무래도 Fed의 테이퍼링 시작 시기가 아닐까 하네요. 현재 Fed의 중요 관심사는 고용과 물가입니다. 테이퍼링의 조건으로 실업률 4%(완전고용 수준) 이하, 물가상승률 2% 이상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조건은 이미 충족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고용지표에 더욱 쏠려 있죠.
많은 전문가들이 오는 8월 잭슨홀 미팅을 통해 Fed가 연내 테이퍼링 시행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세와 그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현실화됨에 따른 것으로 테이퍼링 시점이 결정되면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충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는 양상입니다. 테이퍼링 시행 시점이 확정되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이 재차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여러 불확실성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배경을 짚어주신다면.
“규모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인 데 반해,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입니다. 단순 비교만 해봐도 미국 주식시장은 우리나라의 20배가 넘는 규모로 실로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인 거죠. 옛말에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는데, 큰 시장이 열리는 곳에 가야 제대로 된 평가와 가치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시장이 크다는 건 그만큼 투자 기회 역시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시장 규모를 통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대표를 하나 뽑으라면, 누구나 지체 없이 ‘삼성전자’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20배 이상 큰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표를 뽑으라면 어떨까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알파벳, 페이스북, 테슬라 등을 포함해 최고 20개 이상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 속한 미국 대표 종목들만 해도 30개이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유망하게 보는 주식도 미국 주식인가요.
“그렇습니다. 여전히 미국이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테이퍼링 등 조기 긴축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은 부담 요인입니다. 향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신흥국에 대한 매력도가 조금은 올라갈 수 있겠죠.
하지만 미국의 경우 2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업종 및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진행되고, 그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실적 발표와 함께 긍정적인 하반기 전망을 제시한 기업들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높이 평가하는 배경이죠.
따라서 이번 실적 발표 기간에는 보유 중이거나 관심 있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뿐만 아니라 3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치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2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죠. 최근 ‘피크아웃’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하반기 전망치가 시장 예상보다 뛰어날 경우에는 주가 상승 모멘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중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 전략도 부탁드립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투자처입니다. 중국 주식시장의 경우 하반기 들어 증시 관련 불법행위 단속과 지급준비율 인하 등 경기와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충분히 올라온 생산지표와 달리 소비지표가 여전히 부진한데, 소비를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이 이어지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공산당의 입김이 증시에 작용하는 자의적 규제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이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기에 대응하기에는 쉽지 않은 시장이죠. 따라서 중국 주식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중국 내수 기업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유럽 주식시장도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일부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다만 프랑스 등의 일부 명품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투자 정보를 확인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이 애로사항이죠.
유럽 주식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한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업종과 기업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중국과 유럽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죠.”

해외 주식 또는 해외 ETF 투자를 고민하는 개인들을 위한 투자팁을 주신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주식에 처음 투자하는 분들이라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접근하기를 권하고 싶네요. 투자 정보도 많고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 빠르게 국내에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해외 주식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라면, 특정 종목보다는 미국 주식과 ETF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부터 숙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자 스스로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산업에 속한 기업 중에서 고르는 것이죠. 또 개별 종목이나 ETF에 대한 학습을 위한 방법으로는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키움증권에서도 매주 <키움 미국 주식 가이드 위클리>, <키움 ETF 위클리>를 발간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주간 단위로 이슈가 있는 종목과 함께 관심 종목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 가면 좋을 것 같네요.
참고로 오는 8월 잭슨홀 미팅 이후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금융주 및 인컴 투자 전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서 금융주 투자 전략은 대형 은행주와 지역 은행주에 직접투자를 하거나 관련 ETF(XLF/KRE)에 투자하는 방안이고, 인컴 투자 전략은 고배당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거나 관련 ETF(DVY/JNK)에 투자하는 방안이죠.
또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면 변동성 확대 시 심리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안석훈 팀장은…
지난 10여 년간 메리츠종금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거쳐 뉴지스탁에서 국내 최초 미국 주식 퀀트분석 서비스 ‘뉴지랭크US’를 론칭했다. 현재는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으로 일하며, <미국 주식투자 지도> 시리즈 등 5년간 11권에 달하는 미국 주식 관련 도서를 출간했다. ‘열일안차’라는 닉네임으로 미국 주식 마케팅 전문가로 온·오프라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글 공인호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