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과 기술의 환상적인 만남, 핀테크 시대. 미래 금융은 무엇이며, 이 세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핀테크 기업을 만나는 시간. 이달의 핀테크 리더는 이호성 8퍼센트 부대표다.
“저평가된 고객에게 합리적 중금리 제공”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서비스 8퍼센트를 운영 중인 주식회사 에잇퍼센트가 지난 10월 실리콘밸리 투자사 BRV캐피털매니지먼트(이하 BRV) 등으로부터 45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BRV는 20년 이상의 글로벌 투자 실적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 페이팔(PayPal), 캐비지(Kabbage), 프리덤페이(FreedomPay), 어펌(Affirm) 등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에 투자해 왔다. 업계 이목을 이끈 건 8퍼센트가 BRV의 첫 번째 한국 핀테크 기업의 투자 사례가 됐다는 것이다.
이효진 대표와 함께 8퍼센트를 이끌고 있는 이호성 부대표는 “8퍼센트는 국내 금융기관이 장기간 도외시했던 중금리 시장을 적시에 공략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금융 데이터를 방대하게 축적해 탄탄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출자에게는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자에게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새 시대에 맞는 디지털뱅킹 서비스로 진화하고 대출, 투자를 넘어 다양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합리적인 사람들의 필수품, ‘머스트 해브(must have) 서비스’로 거듭나 기존 저축은행, 캐피털의 고객을 8퍼센트가 흡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8퍼센트를 소개해 달라.
"2014년 11월 설립된 국내 1호 중금리 전문 핀테크 기업이다. 8퍼센트는 중금리를 상징하는 네이밍이다. 중금리는 시중은행의 연 3~5% 대출을 이용하는 고신용자와 저축은행, 대부 업체의 20%대 고금리 대출에 내몰린 저신용자 사이에 놓인 중간 정도 신용을 가진 사람(신용등급 4~6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서비스다.
국내 대출 시장의 금리 공백을 해결하고자 중금리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저희 서비스의 비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고 기억하기 좋으면서 발음하기 좋은 것도 장점이다."

기존의 저축은행에서 중금리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8퍼센트만의 전략이 있다면.
"8퍼센트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하 온투업법)에 의해 관리감독 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모바일을 통해 자금이 필요한 대출자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8퍼센트의 심사를 통과한 대출자는 합리적인 대출이자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고 투자자는 저금리 시대의 좋은 투자처로 활용할 수 있다.
8퍼센트는 그중에서도 개인 신용대출 상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금리 영역은 6~15% 내외의 중금리 대출 영역을 타깃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 외 아파트 등을 비롯한 개인 담보와 사업자 대출도 일부 취급하고 있다.
8퍼센트가 희망하는 바는 2금융권을 이용하며 20% 이상의 고금리로 힘들어하던 대출자가 8퍼센트를 통해 중금리로 갈아타고 부채를 빠르게 상환한 후 8퍼센트에 투자자로 돌아오는 것이다.
8퍼센트의 목표는 지금의 대출자가 투자자가 되는 이른바 ‘금융의 선순환’이다. 8년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이러한 선순환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

17년 만에 제정된 신금융업법인 온투업법이 통과되면서 개인 간(P2P) 금융에 어떤 변화가 생길 거라고 예상하는가.
"세 가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투자자 보호 강화 ▲성장 기반 마련 ▲혁신 기반 마련이다. 우선, 투자자 보호 강화다. 온투업법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는 소비자 보호다. 체계적 리스크 관리, 정보 보호, 내부 통제, 자금세탁 방지 등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갖추게 돼 있어서 소비자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다.
둘째는 성장 기반이다. 법제화로 인해 금융기관 등이 8퍼센트의 대출에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법제화 이전의 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온라인에서 모아서 대출자들에게 대출해주었는데, 투자자로 기관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큰 금액을 투자하는 기관들이 참여하게 되면 거래액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대출 고객들에게 적시에 대출해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올라간다.
또한 온투업은 국내 모든 여신 자격 중에서 온라인 대출에 최적화된 라이선스다. 오프라인 레거시가 없는 전제로 만들어졌고 자산, 자본의 비율 규제가 없어서 적은 자본으로도 큰 규모의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혁신 기반이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긱 워커(gig worker: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근로자를 이르는 말) 등의 경제 그룹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 긱 워커는 더 이상 니치마켓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그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금융사 관점에서는 비정규직 프리랜서에 불과해서 대출이 잘 되지 않는다. 8퍼센트는 새로운 데이터와 모델로 이들에게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저평가된 고객에게 합리적 중금리 제공”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준다면.
"생소한 영역의 사업을 하면서 얻은 오해로 서비스 시작 두 달 만에 감독기관에 의해 사이트가 폐쇄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던 일이 있었다. 이후 금융당국 및 유관 부서와 협의를 거쳐 사이트를 다시 오픈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적절한 라이선스 없이 자금을 모으고 여신을 했기 때문에 차단을 당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돼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자사만의 새로운 금융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는 무엇인가.
"관계형 금융의 진화된 사례다.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적시에 자금을 공급하며 관계형 금융을 진화시킨 바 있다. 특히 그동안 정부 정책에 의해 주도되던 관계형 금융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간 금융업의 자생적 발전을 통한 자금 선순환 사례를 만들어 가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P2P 대출을 통해 인연을 맺은 투자자들이 능동적으로 대출자의 서비스를 홍보·자문하며, 매출 증가를 돕고 있으며, P2P 대출을 이용한 기업은 청년 고용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받은 서비스 이용권, 식사권 등을 통해 대출자의 고객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는 양호한 이익도 얻지만, 대출자의 고객으로서 애정이 어린 자문을 전하는 지지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P2P 대출 고객의 사업을 번창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실제로 이태원 심야식당, 광화문 파워플랜트와 같은 소상공인은 물론 쏘카, 패스트파이브, 야놀자 가맹점주 등이 서비스를 온투업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며 자금을 조달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도 했다."

고객 수와 영업이익 및 매출이 궁금하다.
"고객 수는 약 100만 명이다. 영업이익은 2020년 기준 -13억8000만 원, 매출은 104억 원 규모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몇 년 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간이 있는데 8퍼센트는 2022~2023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보안은 어떻게 강화하고 있는가.
가장 신경 쓰는 분야다. 아무래도 금융 회사이고 민감한 정보를 많이 다루다 보니 다른 스타트업에 비해서는 보안에 대한 기준이 높다. 온투업 등록 과정에서 보안에 관련된 부분이 많이 보완됐다. 다양한 보안 관련 규제들이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게 됐다. 최대한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면서 보안에 대한 기준을 만족시키려고 하고 있다. 물론, 보안과 관련된 부분은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이 보안의식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주 강조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이 개발자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던데.
"개발자 채용은 대기업마저 어렵다고 말하는 시기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은 더욱 고민이 깊다. 다만, 최근 채용 트렌드를 살펴보면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개인이 회사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초기 기업이다 보니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의미 있는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있기도 하다."
“저평가된 고객에게 합리적 중금리 제공”
기존 금융권과 차이점이 있다면.
"온투 업체는 기존 대형 금융기관과 달리 100% 온라인 플랫폼으로 거래되므로 임대료와 지점 운영비, 인력비 등을 크게 줄여 대출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보다 합리적인 금리 제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자금이 들어와서 머물다 가는 기간이 길어 자금이 일정 기간 동안 쉬게 되는 시간이 발생한다. 이는 곧 비용 발생으로 연결된다.
반면 온투 업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출자와 투자자를 빠르게 연결하는 직거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자금 재고관리 비용도 현격히 낮다. 결과적으로 온투업은 자본 유통의 중간 과정을 최소화해 대출자에게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8퍼센트는 국내 1호 중금리 대출 전문 기업으로서 다년간 이 영역에 특화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 쪽에 신청된 규모가 27조 원을 상회한다. 여기에서 추출한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융합해 기성 금융기관들과의 제휴를 확장하고, 중금리 대출과 대체 투자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8퍼센트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은 저평가된 고객들을 찾아내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기술이 가야 하는 방향은 롱테일 고객들의 금융에 대한 불만을 상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는 지금의 현금흐름 기반에서 자산 가반, 행동 기반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직장근로자에서 프리랜서, 긱워커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맞춰 신용평가를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