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골프업계를 이끌어온 베이비붐세대(1955~1964)나 X세대(1969~1981)가 아닌, MZ세대(1982~2012)의 활약이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MZ세대 중 20~30 세대가 골프 판도 변화의 주역이다. 이를 입증하듯 브라운관 속 골프 프로그램과 광고에서 젊은 셀러브리티들이 등장한다.
또 대기업도 골프 아이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라는 불황 속에서 호재를 누리고, 누구에게나 일상으로 자리 잡아가는 골프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본다.
지금은 골프 전성시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골프 붐을 소개하며 야간 골프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골퍼들의 열정을 집중조명한 바 있다.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되자 국내 골프장으로 사람들이 몰렸고, 낮 시간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심야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전했다.

한국 골프 시장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레저 백서 2021’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7조66억원에 달했으며, 2019년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올해 골프 인구수는 2017년 대비 33% 늘어난 515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22%는 MZ세대로 최대 115만 명에 이른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가능해지면서 여가 시간을 확보한 것도 20~30 세대의 골프 인구 유입에 큰 역할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생활체육 관련 강좌나 강습 경험이 있는 종목 중에서 골프가 12.3%로 네 번째, 동호회 가입이 14%로 두 번째로 많은 종목에 올랐다. 골프, 일상다반사의 놀이
MZ세대의 선택을 받은 스크린골프장은 쉬운 접근성으로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
MZ세대의 선택을 받은 스크린골프장은 쉬운 접근성으로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
사실 2020년 이전만 하더라도 서울 및 경기도 인근의 골프 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에는 어르신들이 자리를 꽉꽉 채웠다. 주중 골프장에도 오전에는 여성 골퍼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지난해 MZ세대가 골프로 눈을 돌리면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 일부 MZ세대의 인사말까지 바뀌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가 아니다. “요즘 볼 쳐?” 혹은 “이번 주에 라운드 나가?”다. 이런 풍경은 사실 흔치 않은 현상이다. 이제 스크린골프장 타석에는 젊은 부부나 대학생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골프가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침투하면서 남녀노소 전 세대에 어우러져 골프가 일상다반사의 놀이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도 한몫했다. 헬스클럽 등 실내스포츠뿐 아니라 해외 및 국내 여행이 막힌 데다, 야외에서 주로 이뤄지는 레저스포츠 활동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었다. MZ세대가 놀이터를 잃은 것이다. 그러자 비교적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골프장과 가격이 저렴하고 감염 위험이 적은 스크린골프장이 초호황을 누리면서 MZ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지금은 골프 미디어 전성시대
최근 방송가를 비롯해 유튜브, OTT 등이 잇달아 골프 콘텐츠를 앞세운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방송가를 비롯해 유튜브, OTT 등이 잇달아 골프 콘텐츠를 앞세운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SNS에 최적화된 MZ세대는 글보다는 이미지나 동영상 콘텐츠를 보며 자랐다. 이런 환경이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가 되었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미디어를 통해 골프와 접할 수 있다. 이전 세대와는 가장 다른 특이점이다. 덕분에 미디어와 SNS에서 골프 콘텐츠가 넘쳐나며 골프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24시간 골프 방송을 하는 채널이 있는데다, 각종 골프 예능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는 골프가 ‘사치성 스포츠’가 아니라는 인식이 차츰자리 잡아가고 있다. 박세리 등 스타급 프로 골퍼뿐 아니라 배우 이승기 등 인기 연예인이 프로그램에 자주얼굴을 비치면서 지금은 골프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골프 레슨 인기 유튜브로는 토너먼트 프로골퍼 출신 임진한의 ‘임진한 클라쓰’가 대표적이며, 인스타그램에서는 미국 여자 프로 골퍼인 페이지 스피래닉의 팔로워가 타이거 우즈의 팔로워보다 많은 317만 명이나 된다. 국내 유명 인스타그램에는 골프 초보를 뜻하는 #골린이골프+어린이 해시태그가 31만6,000개, #골프웨어 해시태그가 무려 85만6,912개 달리기도 했다. 소비트렌드를 만들어가는 MZ세대
카카오는 스크린골프장, 골프 예약, 골프 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는 스크린골프장, 골프 예약, 골프 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유독 골프 상품은 2021년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고객층인 MZ세대가 골프 소비에 가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20~30 세대가 명품에 열광하는 데는 자기주장이 강한 데다, 소비와 문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길거리 패션이 아닌 골프코스나 골프 연습장에서 ‘자신의 멋’을 연출하려는 욕구가 앞선 탓에 구매하는 데 망설임이 별로 없다.

골프웨어라는 이유로 가격경쟁력이 강점으로 떠오르자 세계 3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도 골프웨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유통 중인 루이비통 골프백은 무려 3,0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 명차 브랜드 벤틀리에서도 이미 골프용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MZ세대와 친근한 카카오도 스크린골프장에 뛰어들면서 골프 활성화에 가세하는 상황이다. 모든 장비를 갖춰야 골프를 할 수 있던 세대와 달리 스크린골프장에 가면 클럽 등 모든 장비를 빌려준다. 최근 출시한 스크린골프에는 다양한 레슨 프로그램까지 깔려 있어 프로골퍼나 레슨 코치가 없어도 독학으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MZ세대의 골프계 유입은 앞으로 국내 골프 저 변화와 골프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통적인 골프 문화에 실용성, 개방성 등이 더해져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MZ세대는 소비할 때 ‘공정’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데,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품질, 기능, 가격 등만 고려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이나 오너의 환경, 윤리, 사회적책임 등에 대해서도 고려한다.

이는 MZ세대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처럼, 정직과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가 가진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MZ세대가 몰고 올미래의 골프 문화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 Step별로 알아보는 스트레칭
골프 스윙은 1~2초 사이에 벌어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골프를 얼마만큼 쳤는지 실력에 따라 부상 부위가 다를 수 있다. 사용하는 근육에도 차이가 나므로 스트레칭의 부위와 방법도 달려져야 한다.
지금은 골프 전성시대
지금은 골프 전성시대
지금은 골프 전성시대
박혜원 기자 phw06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