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미래 투자 가치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중 친환경 에너지는 ESG를 읽는 핵심 키워드이자, 시대적 숙명이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예고하는 현재 친환경 에너지는 과연 무엇이며, 이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big story]에너지 대전환 시대, ‘친환경’에 투자한다
“온도가 2도 오르면 해수면 상승, 물 부족, 생물 멸종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징후가 더 뚜렷해져 지구가 재난을 맞을 수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세기말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2도로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것이 지구의 운명을 가를 마지노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파리협약을 체결한 세계 189개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화했고,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인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21년 5월 대통령 직속기구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이어 10월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100% 줄이는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이처럼 탄소중립이라는 대전환은 모든 산업 분야에 새로운 정책과 환경 규제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에너지 분야야말로 인간 생존의 필수 요소인 동시에 그간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작용해 왔다.

메리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전 세계적으로 경제 규모와 에너지 소비는 비례해 왔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셈이다. 비단, 지역에 따라 전기, 석유 등 에너지원별 중요도는 다르지만, 모든 지역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했다는 인과관계는 여러 곳에서 입증돼 왔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과 에너지 소비량이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과 관련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20세기 이후 영국의 모습은 저렴해진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이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서 그 초점은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다량 생산으로 이어지게 됐다.
[big story]에너지 대전환 시대, ‘친환경’에 투자한다
가령, 1970년 이후 미국의 경제 성장에는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수반한 사용 증가가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에너지 집적도는 수치가 낮을수록 에너지 사용이 효율적임을 나타낸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에너지 사용 효율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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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력 발전의 효율성은 1970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1970년 1.01 → 2011년 0.97), 이는 전력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선 더 많은 발전소가 필요함을 함의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에너지의 효율적인 활용이 활발해진 19세기 이후부터 에너지 전환도 적극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나무에서 석탄으로의 전환은 열량이 높은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었으며, 석탄에서 석유로의 전환은 저장과 운반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액체 연료로의 전환이었다. 천연가스와 원자력으로의 에너지 전환은 가격 문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제 에너지 이슈의 또 다른 숙제는 ‘환경’이다.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2차전지,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등장은 숙명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수소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차지하고, 4억 대의 승용차와 2000만 대의 상용차가 활용될 전망이다. 이는 무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수소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940조 원)에 이르고 300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EU는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 수소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2030년까지 20~40기가와트(GW) 규모의 물분해 발전주 시스템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풍력발전 기반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 확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4대 권역(베이징, 상하이, 관둥성, 다롄)을 조성하고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나선 상황이다.

또한 전기자동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의 한 축인 2차전지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2020년 4.2%에 머물었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은 이듬해 8.1%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로써 2022년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24%가량 늘어난 84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전기차 수요 증가로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주문을 늘리면서 국내외 2차전지 업체들은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 밖에도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글로벌 저탄소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관련 투자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단,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 선정이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종목을 선정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들에 균형 있게 분산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글 김수정 기자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