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큰 숙제 중 하나는 역시 상속세 납부일 터. 상속재산의 대다수가 현금이 아닐 경우 세금 납부는 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물납제도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알쏭달쏭한 상속세 물납제도의 요건은?
CASE
작고하신 아버님으로부터 제가 관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동산들을 상속받게 됐습니다. 당장 상속세뿐만 아니라 향후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있는데, 상속받은 재산 자체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요건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SOLUTION
세금은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받았는데 현금은 부족한 경우라면 상속재산을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재산의 환가 과정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고액의 세금은 제때 납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원활한 세수 확보와 납세자 편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물납제도를 예외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물납제도는 법에서 별도로 정한 유형의 재산으로 세금을 내도록 허용하는 제도로서, 1950년경 상속세와 관련해서 최초로 도입된 이후 법인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에 폭넓게 적용된 적도 있었으나, 2016년 이후에는 상속세 및 재산세만 물납이 가능합니다.
현재 상속세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재산은, 크게 △국내 소재 부동산 △유가증권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국내 소재 부동산에 한하며, 유가증권에는 국채나 공채, 회사채, 신탁업자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집합투자증권, 종합금융사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등이 포함됩니다.

유가증권 중 상장주식은 애당초 거래소에서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 용이하므로 물납 대상에서 제외되며, 다만 법령에 의해 처분이 제한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물납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은 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과세관청의 매각도 용이하지 않으므로 물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편, 2021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증세법 개정안 제73조의 2는,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등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물납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작품에 한해 2023년 1월 1일부터 문화재나 미술품도 물납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상속세 물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 가액이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초과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현금, 예금 등 금융재산의 가액을 초과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이나 결정통지에 의한 납세고지서상 납부기한까지 물납신청 등을 해야 합니다.

즉, 현금이나 예금이 납부할 상속세액보다 많으면 물납을 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물납 신청한 재산의 관리 처분이 부적당하지 않아야 하는데, 가령 전세권이나 저당권 등이 설정된 부동산이 그러한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할 세무서장이 납세자의 물납을 허가해야 합니다.

한편, 물납을 하더라도 각 재산유형별로 상속세에 충당되는 순서가 정해져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국채 및 공채 △물납허가통지서 발송일 전일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분이 제한된 상장주식 △국내 소재 부동산 △내국법인이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가 발행하는 수익증권, 집합투자증권, 종합금융사가 발행하는 수익증권의 순서로 충당하게 돼 있는데, 다만 세무서장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물납을 진행한 후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서 상속세 부과 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취소되는 경우에는 해당 물납재산을 그에 따라 환급하는 것이 원칙이며, 별도로 국세환급가산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해당 물납재산이 이미 매각되는 등 환급이 어려운 경우라면 국세환급금의 충당 및 환급의 예에 따라 처리되며, 이 경우에는 국세환급가산금이 함께 반환됩니다.

물납에 충당할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재산의 가액으로 함이 원칙이지만, 상속개시일로부터 물납일 사이에 상황이 달라지면 가액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물납의 법적 성격이 일종의 대물변제이므로, 세법상 양도로 보아 물납 재산의 처분에 따라 양도세 등 다른 세금이 추가로 과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도 증권거래세 관련 사안에서 상속세 물납이 공법상의 대물변제적 성격을 가진 유상양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글 이은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