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기준 NFT 거래액은 13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70배 급증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거래소는 물론 금융사, 빅테크, 게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NFT는 무엇인가
NFT는 고유한 가치를 나타내는 디지털 소유권 인증서다. 최근 게임부터 부동산, 예술품 등 희소성 있는 자산을 구매할 때 NFT를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창작자는 저작권, 구매자는 소유권을 갖게 된다.
NFT 구현 방법은 간단하다. 소유자 확인이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번호를 부여한다. NFT는 고유식별자(비밀키, 공개키)와 메타데이터(분류코드), 콘텐츠로 구성된다.
그간 저작물 등은 창작자의 수익 흐름을 지켜주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PC 기반 인터넷 시대에는 생산된 정보와 콘텐츠에 대해 단순 소비만 가능했다. 따라서 저작권과 소유권 개념이 거의 전무했다. 이후 모바일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사회적 문제로 디지털 파일 무한 복제 문제, 출처와 소유권 문제가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를 의미하는 웹 3.0 시대에는 메타버스와 토큰이코노미 생태계 내에서 NFT 기술을 통해 디지털 저작권과 소유권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지금 NFT 표준 전쟁 중
NFT는 암호화 토큰이다. 세계적으로 크게 세 가지 표준이 있는데 바로 ERC-20, ERC-721, ERC-1155다.
ERC-20은 동일한 교환가치를 지니는 토큰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현금 5만원권과 동일한 속성이다. 반면 ERC-721은 각각의 고유한 토큰 속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고가 미술품이나 음악저작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ERC-1155는 한정된 수량의 가치가 동일한 속성을 지닌다. 한정판 신발이나 명품 등이 이 영역에 속한다.
각기 다른 표준은 여러 산업으로 융합되고 있다. 게임 분야는 물론 디지털 아트, 디지털 부동산, 심지어 메타버스 등과 연계한 제품 판매 플랫폼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는 물론 글로벌 스포츠 기업 나이키 등이 자사 제품과 NFT 플랫폼을 연동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기존 거래 방식과 NFT 거래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NFT는 스마트 계약 등으로 1차 발행(minting)이 이뤄지면 마켓플레이스에서 2차 유통이 진행된다. 탈중앙화(개방형), 중앙화(폐쇄형) 모두 가능하다. 탈중앙화 플랫폼에서는 자유롭게 NFT 등재와 거래가 가능하고 중앙화 시스템에서는 별도의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확장이 진행되는데, 바로 재판매와 재가공이다. 저작권을 활용한 암호화폐 대출이나 NFT 투자펀드 등으로 금융서비스까지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술품 NFT 783억 낙찰…
이제 NFT 테크 시대
NFT 거래가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분야는 미술품 거래다.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미술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NFT는 약 783억 원에 낙찰돼 큰 화제를 모았다.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 작가가 작품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는 가장 높은 금액에 해당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아내가 NFT로 판매한 디지털 작품 <워 님프(War Nymph)> 10점은 지난해 3월 약 65억 원에 판매됐다. 판매 개시 20분 만에 완판됐다.
‘크립토키티’, ‘크립토펑크’처럼 랜덤 생성 방식으로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NFT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24×24 해상도의 디지털 이미지로 발행된 이 NFT는 특정 캐릭터가 매우 희귀한 확률로 생성된다.
푸른색 얼굴에 마스크를 쓴 ‘코비드 에일리언’이라는 크립토펑크는 지난해 6월 소더비 경매에서 1170만 달러(약 139억 원)에 판매됐다. 크립토키티 역시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가상의 고양이 캐릭터를 교배할 때마다 부모 개체의 특성에 따라 유일한 NFT가 생성된다. 지난 2018년 600이더리움에 판매된 ‘드래곤’이라는 고양이 NFT는 현재 이더리움 시세 기준으로 산정하면 약 16억8000만 원 가치에 달한다.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분할 소유하는 거래 방식도 인기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테사(TESSA) 갤러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미술품을 분할해 소유권을 구매하는 NFT 방식으로 판매를 진행 중이다. 소유권 양수양도를 통한 2차 마켓 기능을 구현했고 보유자 대상 실물 작품을 전시 개발하는 마케팅을 선보이는 등 전통 거래 방식을 깨고 있다. 또 미술품 구매 단위를 1000원으로 책정,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과 실물 부동산에도 NTF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 부동산 디센트럴랜드가 대표 사례다. 게임에서 땅을 NFT로 판매하는데 내가 소유한 땅에서 건물도 짓고, 홍보관 등을 운영할 수도 있다. 어스2, 세컨서울, 샌드박스 등 가상 부동산 NFT 판매 플랫폼이 최근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실물 부동산도 NFT화가 가능하다. NFT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커스터디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게임 산업과 NFT도 점차 융합되고 있다. 게임 산업은 NFT를 활용한 사업 흥행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게임 업계는 오랜 기간 가상세계에서 가상 재화인 게임머니로 경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용자도 게임아이템과 게임머니를 다루면서 암호화폐와 비슷한 특성에 익숙해 있다. 게임 업계는 NFT를 활용한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 P2E)’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상자산거래소부터
전통 금융권까지 ‘NFT 확장’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올해 새 먹거리로 NFT 마켓에 주목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말 NFT 거래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 ‘업비트 NFT’를 선보이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NFT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코빗 역시 만화·웹툰 전문 기업 미스터블루와 협약을 맺고 NFT 판매 사업에 진출했다. 올해는 이스트게임즈와 게임 IP 기반 NFT 판매 영역까지 손을 뻗었다. 빗썸도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올해 NF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권 금융도 가세한다. 신한카드는 금융사 최초 카카오 자회사 ‘클레이튼’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NFT 발행 및 조회 기능을 지원하는 ‘MY NFT’를 선보였다. MY NFT는 출시 4일여 만에 1만5000개의 NFT가 생성됐으며 가입 회원도 2000명을 돌파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NFT 관련 협업을 추진하는 등 적용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NFT, 가상자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 시험 개발을 완료했다. 향후 디지털신분증, 스마트키, 전자서류 기능 등도 추가해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월에 오픈소스 네트워크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를 하반기 CBDC 유통 확대 실험에 활용하고, 스테이블 코인인 ‘우리은행 디지털화폐(WBDC)’와 NFT 발행, ‘멀티자산지갑’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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