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영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투자운용부문 팀장
인플레이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로 해외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미국 부동산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센터, 셀타워 등 인프라 분야는 인플레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유력한 기초자산으로 꼽힌다. 올해 미국 고용 호조에 기반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늘어난 데다, 팬데믹 시기에 주춤했던 개발 활동이 다시 기지개를 켠 최근 흐름은 해외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에 더욱 힘이 실리는 요소다.특히 이들 자산은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대체적으로 샤프 지수(sharpe ratio: 위험자산에 투자해서 얻은 초과 수익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 특성상 환금성이 떨어지고 해외에 포진한 데 따른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대신, 수익률은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다. 실물자산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3~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유지해야 제대로 된 투자 효율을 볼 수 있는데, 이 원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실패할 확률은 낮아진다.
최근 국내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도 집을 추가 매수했을 때의 ‘세금 폭탄’을 우려해 리츠 등 간접투자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이 해외 부동산,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리츠(REITs)와 공모형 펀드가 있다. 글로벌 투자 운용 전문가인 홍보영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투자운용부문 팀장을 만나 인플레 시대에 대비한 대체투자 팁을 물어봤다. 최근 해외 부동산, 인프라 시장을 진단한다면.
“해외 부동산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가격 조정이 있었지만 2010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상승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2020년 초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에 우려가 나왔던 적이 있다. 오피스 시장을 예로 들면, 당시 미국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추진하면서 제3자에게 기존 오피스를 임차하려는 매물이 많아졌고, 임대 시장이 약세를 보인 탓에 가격 조정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실제로는 낮은 금리와 많은 유동성으로 인해 가격 조정은 크지 않았다. 또 온라인 소매 판매가 강세를 보이면서 물류센터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자산 가격이 큰 조정을 받지 않고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프라 분야는 자산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인프라 중에서도 공항과 항만, 도로, 터널과 같은 섹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동량이 적었던 탓에 수요 리스크를 받았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 섹터의 경우 코로나19가 진행되면서 수요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 됐다.”
해외 부동산, 인프라 자산이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들 자산은 금융상품으로 개발돼 있지만 화폐성 자산이 아니라 재화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다. 우선 물가 방어적이다. 임대료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도 상승하지만, 물가에 의해서도 움직인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할인한 가치가 이 자산의 현재 가치라고 한다면, 미래의 현금흐름이 물가와 연동해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물가에 따라 임대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어느 정도 방어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토지를 사서 건물을 짓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10년 전에 100원의 자본이 들었다면 지금은 150원이 있어야만 지을 수 있다. 건물이 노후화되긴 하겠지만, 설비투자(CAPEX)를 하면서 건물의 사용 가치를 유지한다면 10년 후에는 그 가치를 고려해 평가한다. 그런 측면에서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인프라 자산도 같은 원리다.”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인프라나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사모투자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많이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이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대표적으로 공모형 펀드와 리츠가 꼽힌다.”
우선 공모형 펀드 투자에 대해 설명한다면.
“공모형 펀드는 거래소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누가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장기 투자가 기본이 돼야 한다. 주식처럼 오늘 샀는데 내일 시장이 안 좋다고 해서 빠르게 팔아 버리면 수익률이 유지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홀드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롱텀으로 투자했을 때 투자수익률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섹터에 따라 조정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오르지 않은 채로 유지될 수도 있다. 이 시기에는 수익률이 좋지 않겠지만, 부동산을 1년 단위로 투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5년 투자를 유지하면 금리와 경기에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공모형 펀드에 투자하면 당장 돈이 필요할 때 회수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주식에 비해서 유동성이 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특성은 그만큼 장점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기간 동안 투자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츠 투자는 어떤가.
“공모 리츠는 상장이 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거래된다. 부동산 자산의 특징을 갖기도 하지만 주식의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환금성과 유동성이 좋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처음 선포됐을 때 30~40%가 폭락하는 장이 있었다. 당시 데이터센터 리츠나 물류센터 리츠는 어쩔 수 없이 30% 이상 폭락을 겪었다. 지금은 너무나 유망한 종목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때 부동산, 인프라의 특성을 망각하고 ‘떨어졌으니까 바로 팔자’고 판단한다면, 그 자산의 특성을 향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리츠 상품 또한 ‘롱텀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하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투자 방법이 있다면.
“호주는 리츠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퇴직연금 자금이 리츠로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퇴직연금이 대체투자 상품과 잘 어울리는 자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금이 거의 손실되지 않으면서도 예금보다 더 많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한다는 측면에서다. 대체로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리츠로 운용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리스크는.
“우선 장기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또 개별 물건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다양한 물건이 담긴 리츠에 투자하면 모든 물건의 정보를 검토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상품 포트폴리오를 주의해서 살펴보며 투자하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어떤 지역이나 섹터에 포트폴리오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 각 상품별 콘셉트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부동산 투자 시 입지를 따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별 물건을 개인이 모두 판단하기 어렵다면 어떤 산업이 발달된 도시인지, 인구 유입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 게 좋다.
인프라 섹터에 건설 단계부터 투자하는 경우라면 준공 위험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터널을 강 밑으로 뚫는다거나 도로를 건설할 때 지반 조사가 철저하게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은 이 사업을 누가 진행하고, 어떤 회사가 설계 및 건설을 맡아 진행하는지가 중요하다.”
개인투자자가 미리 따져보기 어려운 정보들도 많은데.
“이 모든 것을 개인이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은 운용사가 해당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 왔는지 트랙 레코드(실적)를 살피는 게 일반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비교하면, 주식은 증권사에 따라 해당 회사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대체투자 자산은 같은 지역에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입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운용사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투자 전략을 위해 글로벌 인플레 전망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 보이는데, 인플레의 정점 시기를 예상한다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에 물가 상승의 정점을 찍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공급 병목이 점진적으로 풀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억눌렸던 생산 시설이나 민간 쪽 투자가 올해는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 원자재 소비 등의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또한 현재 미국 등에 인력난이 있는 상황이라 서비스 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은 심도 깊게 모니터링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올해는 미국과 유럽의 고용 지표를 비롯해 거시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금리 상승 시기를 돌아보면, 고용 지표가 좋아지면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긍정적인 요인들이 나타나고 자산 가격이 올라간 바 있다. 다만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일어날 전망인데, 이 기간을 지나 안정화되는 시기가 오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접근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판단된다. 인프라 시장도 신재생에너지나 디지털 인프라의 경우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수요 리스크가 있었던 공항 등의 자산도 회복세가 예상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체투자 자산의 매수나 매도 시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도 많은데.
“금리 인상이 이미 시작된 상황이고, 미국과 한국 모두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지금 자산을 매도하려고 한다면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리가 이미 반영된 가격으로 사는 셈이기 때문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을 것 같다. 매도하는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1~2년 더 버틴다면 더 좋은 시장에서 팔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성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상황보다 더한 관망세가 유지될 것 같다. 다만 일부 자산들은 가격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자산에 대해서는 매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매수 포인트가 되는 시점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투자 분야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가상화폐나 주식과 같은 큰 변동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대체투자 자산이 조금 지루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강남 불패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는 강남의 주택 시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투자는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릴 수밖에 없다. 결국 롱텀으로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특히 부동산이나 인프라 대체투자는 임대료나 사용료로 인한 배당금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동시에, 추후 시세차익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노후 준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하려는 자금이라면 이 분야에 투자해보기를 권한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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