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혼 중 ‘재혼남+재혼녀’ 조합이 12만8741건(52.9%)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구체적으로 연령대별 재혼 현황을 살펴보면, 남성은 40대(29.9%)와 50대(30.9%)에서 비율이 높았고, 여성은 40대(30.5%), 30대(26.9%), 50대(25.5%)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 사회 내 가족 형태에 변화가 불면서 부부간 재산 분할이나 상속에서도 각종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재혼으로 인해 발생하는 법률 문제들은 일반적인 가사이혼의 상담·소송 업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초혼보다 당사자 숫자가 증가해 권리관계가 복잡해진 데다 전 배우자 소생의 자녀들과의 감정싸움이 발생할 경우, 문제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곽준영 지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이는 수년간 자산 가치 폭등의 문제와도 결부돼 있는데, 기존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50~60대 이상의 세대가 가진 재산의 향방이 주된 관심사이고, 이에 새아버지나 새어머니로 인한 유산 분배와 기존 자녀들 간의 감정 싸움이 대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혼가정을 둘러싼 유류분 쟁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가장 자주 발생하는 분쟁 유형은 배우자가 유언 등으로 상속재산 전부를 전 배우자의 자녀들에게 상속했거나, 사전에 재산 대부분을 증여한 경우 새로운 배우자가 전 배우자의 자녀들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하는 사례다. 앞서 관련 판례에서는 재산 분배 시 재혼 전 자녀들에게 증여한 재산에 대해, 새로운 배우자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한 다툼이 많이 발생한다.
또한 재혼을 하면 재혼한 당사자(남편 또는 부인)의 상속권 및 유류분권이 발생하지만, 그 당사자들의 기존 자식들에게 새아버지·새어머니의 상속권 및 유류분권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단, 재혼을 통해서 새로운 자녀가 태어나면 그 새로운 자녀는 상속권 및 유류분권이 생긴다.
따라서 재혼가정에서는 재혼한 당사자(새 남편 또는 부인)만이 유류분권을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동상속인 간 유류분 청구의 경우, 특별수익의 기산점 제한이 없다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뒤늦게 혼인했더라도 다른 상속인의 특별수익에 대해 기한의 제한 없이 유류분 청구의 기초재산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등의 쟁점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곽준영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유류분 관련 민법 조문이 굉장히 거칠고 엉성하게 돼 있어서 많은 해석의 틈이 발생한다”며 “상속 개시 전의 시간적 간격을 두어 증여의 산입을 구분하거나 공동상속인에 대한 특별수익을 제한 없이 반환받는 것보다는 10년 정도의 제한을 두는 식의 대안책 또는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류분 관련 법개정 시급
전 배우자의 자녀들이 재혼한 배우자를 대상으로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피상속인이 유언이나 증여로 대부분의 재산을 재혼한 배우자에게 상속 또는 증여했기 때문이다.
가령, 부친이 돌아가시기 5년 이내 재혼한 후처의 딸과 사위, 손주들에게 증여 당시 재혼한 처의 딸과 사위, 손주가 증여세를 납부했더라도 상속세 합산 규정에 의해 상속세 신고 시 합산돼 상속세가 추가로 발생한다. 증여 당시 증여세율이 10%였지만, 합산돼 상속세율이 40% 적용될 경우 30% 세율에 해당하는 만큼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상속재산에 합산되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게 돼 이 책임을 두고도 분쟁이 날 소지가 크다.
이에 대해 배남수 민우세무법인 세무사는 “증여를 받은 재혼한 후처의 딸, 사위, 손주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지만, 현재 법령과 유권해석에서는 상속 개시 5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만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 외의 자는 상속세 납부의무 및 연대납부의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경우 실질적으로 재산을 상속받지도 않은 상속인들이 추가되는 상속세를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상증세법에서 ‘상속인 이외의 자는 상속세 납부의무자로 돼 있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증세법 제3조의 2 상속세 납부의무에서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인 또는 수유자(유증을 받은 자 또는 사인증여에 의해 재산을 취득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속인도, 수유자도 아닌 사전증여를 받은 상속인 이외의 자는 상속세 납세의무가 없는 셈이다.
배 세무사는 “이는 응능부담의 원칙과는 맞지 않는 것으로, 상속인들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증여를 받은 사람이 있고, 그 증여받은 재산 때문에 상속세가 늘어났는데, 그걸 받은 사람이 아닌 다른 상속인이 그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관련 세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