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로 접어들면서 롤러코스터 탑승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느낌은 잊히지 않는다. 덜컥거리는 쇳소리, 정상을 향해 오를 때 간질거리는 가슴, 바람을 가로지르며 내려갈 때의 짜릿한 기분이 교차한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에서는 어떠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가장 안전하면서 투자 가치가 높을까.
[INSIDE ETF] 롤러코스터 시장…커버드콜 ETF, 성과 방어에 유리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 투자자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마음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글로벌 증시는 상당 기간 예정된 경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과 낙폭이 제한된 시장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글로벌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꽤 거칠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최상급자용 롤러코스터를 만들어낸 주축은 단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다. 2020년 초 코로나19 최초 발생 시점부터 지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푼 곳도 다름 아닌 Fed이고, 그 돈을 조금씩 거두어 가겠다는 것도 Fed이니 말이다. 이 같은 투자 환경 속에서 ETF에 투자하려면 향후 나타날 시장 분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Fed의 ‘빅스텝’ 금리 인상 예고… 시장 분위기 주목
Fed는 지난 3월을 기점으로 5월까지 총 75bp(1bp=100분의 1%)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오는 12월까지 남아 있는 5개 회의에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간 동안 좀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페드워치(Fed Watch)로 표현되는 확률로 가늠한 올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3.0%이며, 이는 200bp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미 Fed는 6월부터 양적긴축(QT) 즉, 만기 도래 채권의 재투자 중단으로 최종적으로는 매월 950억 달러의 유동성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비단 Fed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영국,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수의 국가 역시 금리 인상과 QT 실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물론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기 과열과 물가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금리 인상은 투자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이 직면한 문제는 현재의 경제 환경이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 것이며, 특히 저물가 시대의 종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 에너지 금수조치, 중국의 봉쇄조치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이 발생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좀처럼 줄지 않는 수요와 견고한 고용 시장이 물가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요 억제를 위한 Fed의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은 기본 전제가 됐고, 여전히 페드워치에서도 6, 7월 중으로 자이언트 스텝(75bp)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언급했듯이 통화 긴축이 수요는 강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공급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는 결코 작지 않은 문제이고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이는 2018년 이후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국면에서 연출된 ‘바이 더 딥(buy the dip)’ 전략에 대한 유효성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Fed의 통화정책은 방향과 무관하게 시장에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을 거치면서 저물가 세계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2020년 이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화의 분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 결과 수요와 비용, 인플레이션은 상승하는데 생산의 회복은 더딜 수 있다. 저물가로 회귀할 수 있는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근원적인 의구심이 생기는 부분이다.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Fed의 물가 통제는 어려울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강도 높은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또한 5월 패닉 셀링과 극도의 증시 변동성을 야기시키고 있다. 사실상 ‘예상된 안전지대’가 어딜지 모르는 환경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주식, 채권 등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하락해 투자 매력은 높아졌고 과매도 시그널도 포착되고 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VIX) 지수는 5월 초 35포인트까지 급등했다. 2010년 이후 VIX 지수를 분석하면 32~44포인트 영역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투자했을 때 3~6개월 후 수익률은 각각 8.8%, 18.2%로 비교적 높았고,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한 코스피 지수 역시 각각 9.7%, 17.8%를 기록했다.

이처럼 단기 반등이 나와도 놀랍지 않은 시기이지만 추세적인 반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플레 둔화 → Fed 긴축 강도 완화 → 경기 침체 우려 완화 → 증시 반등’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당장은 어려워 보이며, 인플레가 야기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실적 가이던스의 하향 조정도 한동안 감내해야 한다.

대부분의 글로벌 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베어마켓을 감안한 전략이 요구된다. 과거처럼 급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자산의 ‘안전 운행’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INSIDE ETF] 롤러코스터 시장…커버드콜 ETF, 성과 방어에 유리
커버드콜 ETF, 증시 하락 방어에 효과
이러한 관점에서 제한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는 증시의 경우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을 사용하는 ETF가 성과 방어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커버드콜은 ‘주식 매수 + 콜옵션 매도’ 전략으로 매월 옵션 매도 포지션에 대한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전략이다.

주가가 크게 상승할 때에는 수익이 제한되지만, 증시가 하락할 경우 주식 포지션의 손실을 콜옵션 매도 포지션이 방어해준다. 또한 주가가 일정 수준의 박스권에 머물 경우에는 주식 포지션의 성과가 제한되는 반면,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수취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박스권 증시 환경에서는 가장 활용성이 높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코스피200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는 총 6종이 있으며, 최근 1년 성과 기준으로 ‘KB스타(STAR)200 고배당 커버드콜ATM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과 ‘미래에셋타이거(TIGER)200 커버드콜ATM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이 양호하다. 이들 상품 ETF 모두 ATM(At The Money)로 현재 주가지수와 동일한 행사가격의 콜옵션을 매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매도 프리미엄을 수취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KBSTAR200 고배당 커버드콜ATM ETF는 ‘코스피200고배당커버드콜 ATM지수’를 벤치마크(BM)로 하는데, 기존 커버드콜 전략(코스피200 종목 매수)과 다르게 고배당주 포트폴리오를 담고 있다. 지금 같은 금리 상승 시기에는 배당주의 가격 방어력이 높은데, 실제로 지난 5월 13일 기준 연초 이후 성과를 보면 같은 ETF 성과가 코스피200 지수를 20%포인트가량 아웃퍼폼하고 있으며 KT, GS, 한국전력, KT&G, SK텔레콤 등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해외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제한될 것임을 감안한다면 ‘앰플리파이 CWP 인헨스드 디비던드 인컴 ETF(Amplify CWP Enhanced Dividend Income ETF, DIVO)’의 성과가 가장 양호할 것으로 기대된다. DIVO는 2016년 12월 설정됐으며 순자산총액(AUM)은 약 14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ETF 주식 전략의 특징은 S&P500 지수 구성 종목 중 배당 성장 잠재력이 높은 20~25개 고배당 종목으로 압축해서 편입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한 배당 및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 수취를 통해 주가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연 4~7%의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생하는 배당금은 매월 달러로 지급하며, 최근 12개월 배당 수익률은 5.1%로 양호하다. 실제 성과도 양호해 S&P500 지수가 최근 고점에서 16% 하락한 반면, DIVO는 8% 하락해 낙폭이 절반 수준이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 쉐브론(CVX), 맥도날드(MCD), P&G(PG), 애플(APPL) 등이 상위 종목으로 편입돼 있다.


글 이창민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투자전략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