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빅데이터로 본 엔데믹 소비 패턴은 올해 1분기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소비심리는 방역조치가 엄격했던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소비자물가 역시 상승세가 시작됐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카드승인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카드 승인 금액 및 승인 건수는 각각 249.0조 원, 57.0억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및 9.5% 증가했다. 항공·관광·외식업·영화, 소비 회복세 '완연'
코로나19로 폭증한 비대면·온라인 구매 관련 매출은 '엔데믹 시대'에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1년 1월에서 2월 사이 28조9850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31조9200억 원으로 10.1% 늘었다. 온라인 쇼핑 가운데 음식서비스(온라인 주문 후 조리돼 배달되는 음식배달 서비스) 부문이 20.2% 늘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거리 두기 완화로 차량 이동이 활발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기름 값이 상승하면서 차량연료 판매액 역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월에서 2월 사이 차량연료 판매액 7조2610억 원에서 올해 동기간 21.6%가 늘어 8조8260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 2021년 3월 1513.3원이었으나 올해 3월 1938.5으로 28.1% 급증했다. 이후 휘발유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해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2000원 대를 웃돌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 관광, 외식업, 영화관 등 여행·여가 관련 부문에서는 거리 두기 완화 및 기저효과에 기인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가 집계한 항공여객 수는 2021년 1분기 691.1만 명에서 2022년 1분기 957.4만 명으로 38.5%나 늘었다. 이 중 국내선은 635만 명에서 848.3만 명으로 33.6% 증가했고 국제선은 56.2만 명에서 109.1만 명으로 2개 가까운 사람들이 해외를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 수요가 늘면서 지역 방문자 수도 5.9% 늘었고 관광 지출액도 9.5% 증가해 ‘집콕’ 생활에서 벗어나 여행에 지갑을 여는 행태가 관찰됐다. 이에 따라 외식 산업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외신산업연구원의 외식 산업 경기동향 지수는 2021년 1분기 67.26에서 올해 같은 기간 70.84로 5.3% 상승했다.
영화관 관객 수 역시 지난해 815만 명에서 올해 1분기 1179만 명으로 44.6% 늘었다. 2분기에 접어들면서 영화관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범죄도시2> 등의 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관객 수를 회복했다. 오프라인 중심 소매 업종도 매출 회복세 유지
맥을 못 추던 오프라인 소매 업종도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백화점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1월 31.5%를 기록한 데 이어 2월 5.9%, 3월 4.1%를 보여 지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의복 판매액 역시 2021년 1월에서 2월 사이 7조1850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8조 4770억 원으로 18% 상승했다. 특히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대분류) 중 소비자의 소비생활과 관련성이 높은 8개 업종에서는 도매 및 소매업(15.0%),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12.1%), 교육서비스업(12.5%)등 전 업종에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가 관측됐다.
도매 및 소매업은 비대면·온라인 구매 증가 지속, 백화점, 차량연료 등의 매출 증가로 성장세를 보였다. 운수업의 경우 2021년 1분기 중 항공기 등 교통수단 이용 감소의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분기에 비해서는 52.7% 감소해 아직 완전한 회복까지 이르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거리 두기 완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으나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13.8% 감소해 예전만은 못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인기 식당의 경우 거리 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는 모습이 관찰되는 등 점차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학원으로 대표되는 교육서비스업은 거리 두기 완화, 방역패스 해제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통계청이 집계하는 학원생산지수는 2021년 81.1에서 2022년 96.0으로 18.4%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유독 컸던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테마파크 등 여가 관련 시설 방문객 회복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3.5% 성장했다. 거리 두기 완화 속 영화관은 '미소', OTT는 '눈물'
BC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매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문화소비 및 OTT(Over-the-top: 영화, TV 방영 프로그램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업종의 매출 현황 분석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들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처음으로 탄생한 것이 고무적이다.
BC카드 CB사업팀에 따르면 2022년 5월 영화관 업종 매출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대비 858% 상승했고, 이용 건수 역시 624% 상승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이번 분석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매년 5월에 문화소비(영화관, 공연티켓) 및 OTT 업종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먼저 코로나19 발생 다음해인 2020년 5월 문화소비 관련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9% 감소했으며, 매출 건수 역시 77.9% 줄어들었다. 반면 집합금지 시행 및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해 OTT 업종의 매출액·건수는 각각 128.6%, 114.9%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집합금지 및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실내외 활동이 다양해짐에 따라 전세가 역전됐다. 문화소비 업종에서의 매출액 및 건수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OTT 업종의 매출액·건수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게 집계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야외에서 다수의 관중과 함께 진행되는 프로야구에 대한 매출 분석도 진행됐다. 전국 10개 야구 경기장 주소지 기준으로 1.5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는 모든 요식업 및 편의점 업종의 매출 분석 결과 2021년 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입장 관중 제한(전체 좌석의 10~30%) 영향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거리 두기 완전 해제로 입장 관중 제한이 없어진 올해 5월 매출액 및 건수는 3년 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임철현 농협카드 디지털 사업국장은 "카드데이터는 고객의 소비 정보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광산에 비유할 수 있다"며 "이는 보다 폭넓고 다양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