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타개하는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플랫폼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자산관리는 소액만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전통적인 자산관리에 비해 비용 구조가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대형 금융기관들은 자체 운용 툴을 개발하고 핀테크 회사들에 대한 투자나 협력을 통해 웰스테크 분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산관리 수요 고객층 확대…핀테크가 주도
최근 디지털 자산관리를 주도하는 것은 전문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핀테크 회사다. 기존 자산관리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 다각화를 이끄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관리 고객층은 일반 중산층과 MZ(밀레니얼+Z) 세대까지 확대되며 다양해졌는데 디지털 플랫폼들이 은퇴 세대를 위한 퇴직연금, 특화 플랫폼, 젊은 층을 위한 소액 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 디지털 플랫폼은 최소 가입금액 및 계좌 유지금액, 계좌 유지 수수료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비스 이용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의 활약으로 위기감에 빠진 대형 금융사들은 종합 금융 플랫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고객 다변화에 초점을 둔 옴니채널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소비자가 은행 업무만 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자사 은행 계열의 다른 금융 업무도 이용하는 충성 고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제안된 디지털 유니버설 뱅킹은 플랫폼을 활용한 은행과 투자 서비스, 보험, 연금 등 종합 금융 서비스 체계의 점진적인 전환으로 이어졌다.
금융권, 고객 다변화 위해 종합 금융 플랫폼 구축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은행은 뱅킹 애플리케이션에 증권, 보험, 카드 등의 핵심 서비스를 묶어 하나의 ‘슈퍼 앱’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뱅킹 앱인 ‘신한 쏠(SOL)’을 전면 개편하는 ‘뉴 앱’ 프로젝트를 지난해 말부터 추진했고,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회사의 금융 서비스를 연계하는 단일 앱 방식의 플랫폼 형태로 전환하고 업종 간 겸영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유니버설 금융은 물리적 합병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비은행 금융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결합하는 형태로 기존 유니버설 뱅킹과 완전히 차별화하는 것”이라며 “은행과 비은행 간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슈퍼 앱으로 전면 개편한 KB금융의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이나 신한금융의 ‘신한은행 쏠’은 기존에 고객이 불편했던 경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상품 가입 과정을 전면 재구축하고 고객 중심의 메뉴를 통합했다. 은행 앱에서 증권사의 주식 매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동로그인을 허용하는 등 핀테크 앱처럼 간소화를 추진한 것이다. 다른 부동산과 차량 등 비금융권 자산도 등록해 전체 자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은행들은 자체적인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 인공지능(AI) 기반 ‘콜봇 서비스’를 수신 상품 만기 안내에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대출 상품의 연체 관리에도 적용했다. 콜봇 서비스는 은행권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구축됐는데 음성인식 기술과 음성합성 기술을 결합해 채팅이 아닌 음성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신속한 상담이 가능한 방식이다.
JB금융의 경우 계열사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놓은 그룹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허브’를 구축했다. 데이터 허브는 그룹 계열사의 금융 데이터와 공공데이터 등 외부 데이터를 융·복합화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5월 혁신 기술 벤처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3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펀드인 ‘하나 비욘드 파이낸스 펀드’를 설립했다. 펀드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형태로 결성됐는데 주요 투자 대상은 메타버스, AI, 빅데이터, 프롭테크, 모빌리티 등 혁신 기술 분야의 국내외 유망 기업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4월 국내 금융사 최초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 펀드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통해 100억 원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용 절감이나 플랫폼에 친화적인 MZ세대 고객이 확대되면서 기존 금융사들도 기존의 초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자산관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향후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강화되는 만큼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할 자산관리 플랫폼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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