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PLACE HMC 2022-Welcome FRIEZE'
한국 현대미술가 55인 특별전
스위스의 아트 바젤, 프랑스의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영국의 ‘프리즈(FRIEZE)’가 올해부터 5년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된다.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함께한다. 이로 인해 국내 미술계는 물론 미술 시장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는 전초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두 아트페어는 한정된 장소와 시간에만 진행돼 정작 해외의 주요 갤러리스트와 관련 인사들이 한국의 현대미술이나 미술가를 접할 여건은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그 대안이 될 한국 현대미술가 특별 기획전이 열린다. 이번 호는 월간 머니 독자를 위한 특별한 전시 초대로 꾸며진다.
한국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리드하는 3060세대 대표작가 55인이 선보이는 '
전시 제목에서 짐작되듯,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를 환영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 감상의 편의성도 최대한 배려했다. 초대작가별 대표 작품 3~5점을 ‘레지던스 호텔’ 특성을 살려 일상의 주거 환경에 어울리게 설치한 ‘생활친화형 전시’로 꾸며진다.
일반 전시장에서 본 작품을 집으로 가져왔을 때 느껴지는 생경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전시 환경이다. 개관 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로 미술 애호가를 꿈꾸는 직장인의 용이한 관람까지 최대한 배려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변하는 다양한 분야별 작가 55인 이번 특별전에 참여한 초대작가 55인은 폭넓고 다양한 한국 현대미술의 면모를 충분히 대변할 만할 정도다. 우선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과 경쟁력을 담보해준 단색화의 60대 대표주자인 남춘모 작가를 시작으로, 제1회 하인두예술상 수상으로 한국적 감성의 추상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김현식, 특유의 리듬감으로 오방색을 재해석한 하태임, 뉴욕을 오가며 전통적 혁필 기법을 현대회화에 접목한 김영헌, 마치 운해에 갇힌 지리산을 추상적으로 옮겨온 듯 신비감을 자아내는 김상열, 담담한 어조의 시(詩) 한 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윤종주의 미니멀 작품 등 똑같은 추상적 화면에서도 서로 다른 개성을 만끽할 수 있어 보는 재미가 무척 흥미롭다.
팝아트 스타 작가도 함께한다. 흔히 ‘아토마우스의 창조주’로 잘 알려진 이동기는 한국 현대미술에 본격적으로 만화 이미지를 도입한 1세대 작가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의 스타덤으로 큰 인기를 얻은 홍경택의 그림은 형형색색 선명한 색상으로 마치 청명한 가을 날씨를 보는 것처럼 산뜻한 매력을 뿜어낸다. 어린 시절 한번쯤 접했을 법한 만화 속 영웅들을 목판에 판각(板刻)한 성태진 작가는 ‘유년의 추억’을 대중적 공감대로 이끌어낸다. 여기에 비해 신세대 팝아트 작가들도 합류한다. 윈도 페인터 혹은 <롱롱타임플라워>로 이름난 나난(본명 강민정)은 맛깔스런 디저트를 보는 것처럼 컬러풀 종이조형 작품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면 동화적인 색감과 자유로운 붓 터치로 직관적이고도 트렌디한 화면을 연출하는 이슬로 작가 역시 MZ(밀레니얼+Z) 세대 스타다. 같은 한국화 전공인데, 작품 성향은 전혀 다른 예도 흥미롭다. 프랑스 파리에 자리 잡은 채성필 작가는 영원불변의 재료인 흙을 주재료로 동양철학의 음양오행 사상을 회화에 접목한 ‘중력 회화’를 선보인다. 반면 정해윤 작가는 서랍, 작은 새, 실타래 등 쉽게 간과될 수 있는 일상의 개별적인 존재들을 모아 ‘무질서 속의 질서’를 보여주는 극사실 채색화를 보여준다. 여기에 비하면 김현정 작가의 경우 전통적인 수묵담채 기법을 고집하지만,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특유의 감성적 고민들을 재치 있게 담아내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미디어 영상매체를 활용하지만 서로 다른 예도 있다. 2006년부터 동서양 명화를 이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 이이남은 TV와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접목해 영상설치와 회화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든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어 건축물 내부 공간 구조와 빛을 추적해 비디오조각의 또 다른 변주를 보여준 정정주의 작품 역시 영상과 미니어처 공간 설치가 어우러진 특별함을 지녔다. 황선태 작가의 경우는 유리판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해 빛과 그림자의 미학을 선보여 ‘빛을 보게 해주는 회화’ 역할을 증명한다. 예술영화의 대표주자로 이름난 민병훈 감독의 경우 아날로그 방식으로 현장에서 직접 채집한 ‘날것 그대로’의 순수 자연미 영상을 통해 감성적 힐링을 도모한다. 화가, 음악가, 가수, 행위예술가, 배우, 음악감독, 영화감독 등 20년 넘게 정말 폭넓은 스펙트럼의 활동을 펼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랐던 백현진 작가도 등장한다. 예술가에게 재료의 한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미경 작가는 비누를 사용해 인체조각, 화병, 평면 등의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세현 작가는 붉은색으로만 한국이 지닌 분단의 아픔과 자연의 아름다움, 현실과 이상, 개인의 추억과 사회적 역사 등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동시에 전달한다. 바늘을 제거한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그림을 그리는 윤종석 작가는 점묘화의 새로운 전형을 완성해냈다.
또한 현대공예 작가들까지 합류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먼저 도자를 바탕으로 조각, 회화, 설치, 건축 등 다양한 예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이헌정 작가는 현대적 도조(陶彫) 작품의 남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대학에서 목가구를 전공한 윤새롬은 가구 형식의 구성에 투명한 아크릴 재질이 조화를 이룬 ‘인공과 자연의 이상적인 결합’을 선보인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의 오브제 작품을 출품하는 전아현은 자연에서 느끼는 감정을 마치 ‘빙하에 갇힌 태백산맥 심산(深山) 계곡’ 같은 한 폭의 특별한 입체산수화를 선물한다.
이외에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아주 작은 존재들의 새로운 차원을 그린 이강욱, 오로지 색선으로만 ‘시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일종의 환영’을 이끌어낸 지근욱, 실재감 그 이상의 묘사력으로 시각적 한계를 극복해낸 박성민과 윤병락 등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2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 'The ARTPLACE HMC 2022-Welcome FRIEZE'
글·사진 김윤섭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대표(미술사 박사)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