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편집자 주
최근 화제가 된 기업인의 뉴스 데이터를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분석한 뒤, 해당 기업인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짚어본다.
[CEO & BIGDATA]신동빈, 사법적 ‘짐’ 덜고 글로벌 경영 ‘힘’ 낼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법 리스크를 벗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9년 10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으로 취업 제한 규정은 적용받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영 활동을 할 때 상당 부분 제약을 받아 왔다는 게 재계 안팎의 설명이다. 해외 기업과의 사업 추진 시 오너의 준법성, 윤리경영 여부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 회장에게 붙은 ‘경제사범’이라는 꼬리표가 글로벌 협상 등의 과정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그는 지난 4월 미국 출장 당시 공항에서 1시간에 걸쳐 별도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번 특별사면으로 신 회장을 옭아맸던 사법적 부담이 사라진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광폭 경영 행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는 이유로 재벌 총수를 사면해주는 것을 두고 정당성과 합리성이 충분치 않다는 논란도 잇따른다.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이 단행될 때마다 나오는 ‘공정성 논란’의 일환이다. 사법 리스크는 벗었지만 또 다른 논란의 꼬리표를 붙이게 된 셈이다. 이런 대중 정서를 반영하듯, 신 회장을 둘러싼 빅데이터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뒤섞였다. 최근 3개월간 그와 관련된 뉴스 데이터 500건에서 추출한 주요 키워드를 짚어본다.

#특별사면 #8·15 광복절 #경제인 #기업인들 #강덕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최근 정부가 단행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외에도 3명의 전·현직 대기업 회장이 포함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받아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5년 동안 취업 제한 규정 등을 적용받는 상태였는데, 이번 복권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졌다. 또 회삿돈으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이번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이들 역시 그동안 막혀 있던 경영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들 경제인의 특별사면은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재벌 총수 경제범죄에 대한 특혜가 또다시 자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번 사면으로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 불신’, ‘정경유착 위험’과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는 것이 더욱 요원해졌다”며 “재벌 총수처럼 막대한 부를 가진 자는 사적 이익을 위해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신동주 #롯데홀딩스 #경영권
이번 특별사면은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한동안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겪어 왔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의 그룹 내 지배력이 확고한 상황에서도 그의 이사 해임을 요구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했는데,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신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했다. 신 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평판,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했고,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경영 성과가 부진해 이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6월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주주 총회에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사전 질의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특별사면·복권 조치가 함께 이뤄지며 신 전 부회장 측 주장의 설득력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그룹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
이번 사면과 관련해 롯데그룹은 “사면을 결정해준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신동빈 회장과 임직원들은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바이오, 수소에너지, 전지소재 등 혁신 사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활동에서 신 회장의 제약이 사라진 상황이라, 향후 국내외 경영 활동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특별사면과 복권을 계기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던 대기업 총수의 전례가 없지 않았던 만큼, 일각에서는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들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신 회장의 경우 사면 이전에도 경영에 치명적인 제약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사면의 배경인 ‘민생경제’에 얼마나 실질적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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