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 세계가 확장되면서 디지털 휴먼과 공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여러 정의들이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정의가 필요하다. 어떤 온라인 플랫폼을 게임, 소셜미디어로 정의하지 않고 메타버스라고 정의할 이유는 ‘여타 온라인 플랫폼들과는 차별화된 성장성’ 때문이다.
‘메타버스 기업’이라 함은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오피스, 미디어 소비, 쇼핑, 다양한 여가 및 친목 활동 등에서 기존 서비스를 대체해 가며 파괴적으로 성장하고, 수많은 데이터들을 확보한 후 저장하고, 기계학습을 통해 여러 인공지능(AI)들을 개발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내고 게임,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시장에서 가공할 파괴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가상세계가 펼쳐진다
로블록스(Roblox)는 실사 수준에 가까운 아바타를 상용화해 큰 인기를 끌었다. 3D 기반 의상 착용, 감정에 기반한 다양한 표정 변화까지 만들어냈다. 실시간으로 사용자 비디오를 통해 얼굴을 표현하고 보이스로 립싱크를 구현한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는 실사 아바타뿐 아니라 해당 유저의 개성을 드러내는 애니메이션 기반 아바타도 선보였다. 로블록스 매출 중 68%가 북미에서 발생했다. 몰입형 비주얼과 실물 환경 구현을 시도하고 13세 이상 유저를 유입한 것이 주효했다.
에픽게임스(Epic Games)라는 기업도 유명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컴퓨터그래픽(CG)을 보여준 곳인데 실사와 차이가 거의 없다. 영화 속 건물은 실제 지역 건물을 매우 정교하게 옮겨 놓았고, 지면과 지상의 다양한 물체도 실제 현장에 있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에픽게임스는 지난해 4월, 메타휴먼 크리에이터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앞서 해보기)를 공개했다. 해당 기능을 통해 매우 정교한 실사 베이스의 디지털 휴면을 선보였다. 피부 주름이나 눈, 코, 입 세부 형태까지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매트릭스> 영상에서도 실제와 가상을 구별할 수 없는 디지털 트윈이 출현하는데, 향후 자신이 선호하는 아티스트의 디지털 트윈 기반 메타 휴먼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관람하고, 중장기로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통한 자기 복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니티(Unity)라는 기업은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 대작 영화에 적용된 시각특수효과(VFX) 전문 기업 웨타 디지털을 인수하며 메타버스의 주도 기업으로 부상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호빗>에서 구현된 골룸의 제작사가 바로 이곳이다. 표정, 근육, 입술 움직임 등을 포착해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유니티는 이후 디지털 캐릭터 제작 소프트웨어 기업 지바 다이내믹스를 추가로 인수했다. 인수와 동시에 발표한 영상에서 디지털 휴먼 엠마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실제 인간과 매우 흡사해 메타버스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 대작 영화가 그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임으로 재탄생될 날이 머지않았다.
마지막으로, 하이퍼리얼이라는 기업도 부상했다. 이 회사가 구현한 디지털 휴먼 알타B는 다국적 팝 그룹인 ‘나우 유니티드(Now United)’에서 공개됐는데, 해당 영상 공개 이후 두 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5000만 뷰를 상회했다. 향후 인간 아티스트와 가상 아티스트가 함께 연결돼 공연하고, 디지털 휴면의 모션도 인간의 움직임과 구별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초기 인터넷이 텍스트였다면 점차 사진, 동영상이 가미되고 이제는 3D 콘텐츠가 융합된 가상세계가 열리고 있다. 그 가상세계를 여는 열쇠가 바로 메타버스인 것이다. 메타버스의 산업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메타버스는 상당한 산업적 가치를 지닌다. 비록 가상세계지만 메타버스 안에는 경제 시스템과 세계관, 소셜 활동, 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또 가상 공간은 끝없이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내부에서 다양한 거래와 창조, 자산 축적이 이뤄지고 새로운 경제 활성화가 이뤄진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메타버스 산업은 새로운 미래 서비스로 급부상했다. 실제 사례를 보자.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가상 콘서트가 유행했다. 포트나이트(Fortnite) 주최로 열린 가상 콘서트 ‘애스트로노미컬(Astronomical)’ 공연은 유튜브 영상 조회 수 1.8억 회, 참석 플레이어 2800만 명을 기록해 수익만 20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이 같은 메타버스 영향력 확대로 이제 게임과 광고 등 여러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그나 글로벌에 따르면 메타버스 기반 광고 시장 규모는 약 1조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는 7330억 달러로 73%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셜 광고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한 메타 광고 매출은 10년 전 대비 무려 45% 증가했고 글로벌 광고 시장 점유율도 14.4% 성장했다. 이미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향한 광고 경쟁을 시작했다.
플랫폼 독점과 새로운 전쟁의 시작
메타버스 시장을 놓고 진영이 형성됐다. 플랫폼 기업과 비플랫폼 기업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우위 등에 기반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운영체제(OS)를 통한 우위를 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이유다. 이미 메타버스 오큘러스 디바이스 확산, MS 등 클라우드 게임 출시, 애플 앱스토어 정책을 둘러싼 갈등, 에픽게임스의 애플 제소 등 메타버스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과 같이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는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OS 플랫폼 장악 기업의 딜레마는 커지고 있다. 에픽게임스의 애플 제소는 ‘플랫폼 위의 플랫폼’을 억제하려는 기업과 이를 저지하려는 기업 간 갈등이 원인이다.
플랫폼이 아닌 엔진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곳은 바로 게임사다. 게임 기업의 무기는 엔진이다. 신세대 이용자가 가상세계에서 어떻게 소셜 활동을 하고 창작하는지, 또 디지털 재화 기반 경제 운용을 어떻게 하는지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일부 기업은 가상세계 구축에 필요한 공용어를 통해 플랫폼 우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가 대항마로 부상했다.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개인 간 거래(P2P) 서비스다. 탈중계를 모토로 하는 웹3 운동 일환으로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에서 자산 소유권을 증명하고 중간 수수료 없이 결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버스 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은 AI 기술력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주 수익원은 디지털 광고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모아둘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이탈하지 않게 하면서 얼마나 많은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는가, 노출된 광고가 실제 유저의 행동 변화(클릭, 광고 시청 등)로 이어지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이를 이끄는 요소가 바로 AI 기술력이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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