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의 새 시계 ‘클래식(Classique) 7337’은 파인 워치 명가의 제작 노하우와 더불어 이들을 대표하는 컬렉션인 클래식을 특징짓는 기요셰(guilloche)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이다. 시계 곳곳에 일정한 패턴을 가미하는 기요셰는 브레게 장인들의 예술혼을 드러내는 독보적 기법이 아닐 수 없다.
[Brand Story] 기요셰, 브레게 장식 기법의 정수
브레게의 최신 모델인 클래식 7337은 가독성이 뛰어난 캘린더와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특징인 시계다. 특히 12시 방향에 놓인 문페이즈는 블루 래커 디스크로 완성한 밤하늘 위 해머링 공정을 통해 표면의 질감을 살린 달, 샌드블라스트 마감으로 매트한 질감을 연출한 구름 덕에 시계의 얼굴에 서정미를 더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바로 시계 다이얼에 가미한 기요셰 패턴이다. 브레게의 블루 스틸 핸즈가 회전하는 오프 센터 다이얼에는 자갈로 만들어 울퉁불퉁한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영감을 받은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 모티프의 기요셰 패턴을, 이 다이얼을 에워싸는 외곽에는 보리 낟알의 모습을 따온 그랑 도즈(grain d’orge) 기요셰 패턴을 더해 더욱 정교한 얼굴을 완성하는 데 일조한다.
기요셰는 엔진 터닝 선반을 사용해 금속 표현에 규칙적인 패턴을 새기는 것을 말한다. 1786년, 브레게의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금속의 변색을 방지하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기요셰 다이얼을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금속에 새긴 패턴은 손목에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빛의 반사를 최소화할뿐더러 각각의 기능이 있는 서브 다이얼, 이를 테면 스몰 세컨즈 디스플레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등을 정확하게 분리해 빠르게 기능을 읽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요셰 패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계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디자인 요소로 활약하게 됐고, 다이얼뿐만 아니라 케이스백, 심지어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에도 적용하게 된다.
[Brand Story] 기요셰, 브레게 장식 기법의 정수
기요셰는 반복되는 패턴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앞서 언급한 클루 드 파리, 그랑 도즈를 비롯해 바구니의 꼬임 패턴을 닮은 파니에 마예(panier maillé), 태양 빛이 뻗어 나가는 것을 표현한 선버스트 혹은 솔레이유(soleil), 제네바 호수의 물결에서 영감을 받은 바그 드 주네브(vagues de Genéve), V자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쉐브론(chevrons), 체커보드를 떠오르게 하는 다미에(damier), 다이얼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외곽선 형태의 리즈레(liseret)가 그것. 이러한 기요셰는 동전 크기만 한 다이얼에 섬세하게 패턴을 하나하나 새겨 완성하기에 극도로 숙련된 극소수의 장인만이 이토록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으며, 브레게처럼 18세기부터 사용한 수공 엔진 터닝 선반으로 작업할 경우 더욱 정교함을 요한다. 이러한 수공 기요셰 패턴의 아름다움을 시계 안팎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가 브레게이며, 이들을 대표하는 드레스 워치인 클래식 컬렉션을 통해서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클래식 컬렉션을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창조한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손목시계 컬렉션 클래식은 정교함, 선명함 그리고 우아한 라인을 구현한 시계다. 수동 무브먼트를 장착한 슬림 모델, 오토매틱 컬렉션과 컴플리케이션까지 클래식에 속한 모델들은 브레게 하우스의 기술적 원칙, 장인정신, 전통적 가치에 충실한다. 클래식 컬렉션은 오랜 역사만큼 모델에 따라 기요셰 패턴 이외에 다채로운 디자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1790년에 완성해 지금까지 에나멜 다이얼 워치를 비롯한 브레게의 많은 시계에 사용하고 있는 ‘브레게 숫자(Breguet numerals)’가 대표적이다. 브레게 숫자 인덱스와 달리 기요셰 패턴이 있는 다이얼에 주로 사용하며 1787년 처음 고안한 ‘로마 숫자’ 역시 클래식 컬렉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 한편, 기요셰 다이얼 이외에도 클래식 컬렉션을 대표하는 다이얼 소재는 바로 에나멜이다. 다이얼이 될 플레이트 위에 에나멜 유약을 발라 섭씨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는 것으로 완성된 다이얼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작이 어려운 만큼 현재에는 소수의 클래식 컬렉션을 통해 선보이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Brand Story] 기요셰, 브레게 장식 기법의 정수
글 이현상 워치 칼럼니스트 | 사진 브레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