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꽤 오랫동안 남녀 모두에서 암 발생률 1위였다. 그런데 최근 4위까지 내려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암 발생 순위 4위로 내려간 위암, 이유는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은 2020년 기준 암 발생 순위 4위(전체 암 중10.8%)로 떨어졌다. 2020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으며, 이어서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순이었다. 2019년 암 발생 순위에선 위암이 2위에서 3위로, 2020년엔 위암이 3위에서 4위로 내려갔다. 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은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편인데, 왜 이렇게 줄어들고 있을까.

위암이 줄고있는 3가지 이유
첫째, 한국인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장 점막에 사는 세균으로 위암의 대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은 1990년대만 해도 70%였는데, 최근에는 50% 밑으로 크게 떨어졌다.

또 다른 이유는 조기 진단이다. 위암의 40~50%는 선종 같은 선행성 병변이 있다. 위 선종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위암으로 진행하며, 조직학적 소견에 따라 적게는 1%, 많게는 30% 정도에서 진단 당시 이미 암세포를 포함하고 있다. 위내시경이 일반화되면서 선종 단계에서 절제하는 경우가 늘었다. 위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미리 조치를 하면서 위암이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이다.

나트륨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만큼은 아니지만 위암의 한 원인인데,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줄었다. 2011년 한국인 나트륨 하루 섭취량은 4831㎎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인 2000㎎의 2.5배에 육박했지만, 2019년 기준 3289㎎까지 줄어 8년간 32% 줄었다.

소화불량·속쓰림 증상 있다면 진행성 위암
위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증상이 있다고 하면 위암과 함께 있는 위축성 위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위암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이 소화불량, 속쓰림이다. 암이 더 진행하면 복통, 출혈, 장폐색 등이 온다. 위 점막이 벗겨지면서 출혈이 생기고, 입으로 피를 토하며, 흑색변을 보기도 한다. 장폐색까지 오면 트림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거나 구토를 하게 된다. 암이 더 진행되면 체중 감소, 황달, 천공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진행성 위암이라고 해서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4기 위암 환자도 절반은 증상이 없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내시경은 위암을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에 위암 검진이 포함돼 있어 40세 이상 성인은 증상이 없어도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나 상부 위장관 조영술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암 전구 병변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은 좀 더 일찍 1년에 한 번 검진을 해볼 수 있다.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 90%가 조기 위암 상태에서 발견되므로 검진을 꼭 잊지 않아야 한다.

위암, 수술은 기본…조기 위암 생존율 95% 달해
위암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위암의 5년 생존율은 2016~2020년 기준 78%로 약 10년 전(200~2010년) 대비 생존율이 9.5%포인트 증가했다. 조기에 발견되는 위암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조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 절제술을 할 수 있다. 배를 열지 않고 내시경으로 위에 접근해 암을 도려내는 내시경 절제술이 확대되고 있다. 내시경 절제술은 조기 위암 중에서도 분화도가 좋은 착한 암세포이면서, 암이 점막에 국한됐을 때 적용할 수 있다. 림프절 전이도 없어야 한다. 현재 조기 위암 환자 중 3분의 1을 내시경 절제술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 위암이라도 분화도가 나쁘거나 점막하층으로 깊이 침윤한 암은 수술을 해야 한다. 림프절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암 수술은 복강경으로 주로 한다. 개복과 복강경을 비교하면 완치율은 똑같고 수술 후 합병증은 복강경이 확실히 적다. 2번의 큰 다기관 연구에서도 확인을 했다. 복강경수술이 합병증이 낮은 장점이 있어 조기 위암뿐만 아니라 진행된 위암(3기까지)에도 적용한다.

위절제술은 가급적 위를 살리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위의 기능을 남겨 환자가 수술 후 식생활과 영양 섭취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전통적으로 암이 위의 하부에 발생한 경우 위 하부 3분의 2를 절제하고 남은 위를 소장과 연결하는 ‘원위부 위절제술’을 주로 시행했다. 암이 위의 위쪽에 있거나 여러 군데 있거나 암이 심하면 위를 전부 절제하고 소장을 끌어올려 식도와 붙여주는 ‘위 전절제술’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위를 가급적 살려 위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을 한다. 주로 조기 위암에 적용하며, 대표적으로 2가지가 있다. ‘유문보존 위절제술’과 ‘근위부 위절제술’이다. 유문보존 위절제술은 십이지장과 위 사이에 있는 유문을 살리고 위 가운데 50% 정도만 잘라낸 뒤, 남은 위와 유문을 연결한다. 유문을 살리기 때문에 음식물이 바로 내려가서 수술 후 설사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십이지장에서 위로 음식물이 역류되는 것을 막아서 수술 후에 위 염증 등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근위부 위절제술도 있다. 위 상부의 절반을 자르는 방법인데, 과거 위 상부에 암이 있으면 위를 전부 잘라냈다. 이렇게 되면 비타민B12 흡수가 안 돼 비타민B12 보충 주사를 평생 맞아야 하고 체중 감소도 심해서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위 상부 절반만 자르는 시도를 꽤 오래전부터 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위에서 식도로 위산이 많이 올라와서 식도염 문제가 컸다. 최근에는 소장을 끌어올려서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고, 소장과 남은 위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근위부 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 음식이 소장으로 바로 내려가기도 하고 일부는 위를 거쳐 내려간다.

최근 위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수술을 하려는 이유는 위암 환자의 70%는 조기 위암이며, 조기 위암의 생존율은 95%에 달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남은 삶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위암 예방하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확인하면 일단 제균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 △소화성 궤양을 앓고 있거나 △위 MALT 림프종이 있거나 △조기 위암 수술을 했거나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환자의 경우 제균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원하면 제균 치료를 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위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으로, 음식물에 포함된 염분이나 질산염 같은 첨가물이 위 점막을 자극해 위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염장 음식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다. 음식 첨가물에 많이 함유된 질산염은 상온에서 발암물질인 아질산염으로 변하는데, 1950년대 냉장고가 보급된 이후 서구에서 위암 발생률이 감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염분, 질산염, 아질산염이 많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식품을 먹는 것이 위 건강에 좋다. 담배는 피우지 않아야 한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