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작가 겸 경희대 메디컬 MBA 겸임교수 인터뷰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은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저장되며, 저장된 기억은 어떻게 회상이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판타지 소설로 풀었다. 작가는 ‘바이러스는 인간과 함께 지구상에 공존하는 생명체’라는 자신의 소신을 이 책에 담았다.이 책의 줄거리에는 ‘인간의 뇌를 전송체로 기억이 따로 저장되는 공간이 우주에 존재한다면?’, ‘기억을 자유자재로 삭제하고 복원할 수 있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원론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장우 작가 겸 경희대 메디컬 MBA 겸임교수는 의료경영학 박사학위 소지자이면서 바이오와 생명공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연구자이자 경영자로서 인간의 몸과 바이러스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책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처음에 네이버 웹 소설에 <기억삭제소 스타벅스 청담>으로 연재한 첫 소설이 챌린지 리그에서 단기간에 관심 등록으로 2위, 조회 수 3위에 오르는 화제작이 되면서 소설 출판으로 이어지게 됐다. 인류의 탄생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세계, 최근 팬데믹을 몰고온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이 작가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계신데요. 이번에 작가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실제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현재 바이오 회사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는데요. 의료 분야에 관심이 많아 석사학위로 의료법, 의료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어요. 2019년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왔는데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 바이러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서 책을 내게 됐어요.”
책 제목을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으로 지은 이유에 대해 궁금합니다.
“커피페니라는 가상의 공간은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할 수 있는 기억삭제소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결국 인류의 기억이 꼬이고 고통받는 코로나19 시대가 오면서 인간을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구하기 위한 새로운 사명과 임무를 부여받는 장소입니다. 다양한 사건이 전개되는 중요한 장소인 셈이죠. 이 소설이 출판되기 전에 네이버 웹사이트에 연재한 제목에는 커피페니가 아닌 스타벅스라는 이름을 사용했죠. 이 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스토리를 구성했어요.” 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실제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 세포 안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인데요. 판타지 소설 같지만 실제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이야기를 구성했어요.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에서는 에스프레소 샷을 주문하면 기억을 삭제하거나 복원이 가능해요. 이 커피숍에서 일하는 사람들 에이미, 까미, 현은 의뢰인들의 아프고 힘든 기억을 삭제하고 잊고 있던 행복한 기억을 복원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여기서 인간의 뇌를 전송체로 해서 인간의 기억을 저장·편집·가공·재생산하는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라는 하나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요. 하지만 중간에 기억이 조작된 기억 파편이 발견되는데 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질병 때문이라고 밝혀지게 돼요.
그리고 요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5가지 탄생 신물을 찾아간다는 내용인데, 현재 각국에서 만들고 있는 신약들이나 바이러스의 습성 등 반드시 알아야 할 의료와 관련된 정보에 대해 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현재 바이오 회사 대표로 있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는 원래 리보핵산(RNA) 기반의 바이러스예요. RNA 바이러스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에이즈 바이러스인데요. 인류가 여전히 잡지 못한 바이러스예요. 홍역 같은 경우도 인류가 거의 40년간 못 잡은 바이러스였는데,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인유두종 바이러스라는 HPV바이러스 같은 경우는 전 세계에 90% 이상 인구가 감염됐는데도 같이 살고 있어요.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유방암이나 다른 암을 유발시키는 바이러스인 셈이죠.
인류는 바이러스와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데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을 숙주로 삼았는데 인간을 숙주로 삼는 시대가 2019년에 열린 거예요.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일반 감기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여겨 그냥 걸려도 되겠지 하는 생각들이 너무 안타까운 거죠.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것은 인류가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거예요.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입장이 돼서 이야기를 풀어보는 거죠.”
이 책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언급돼 있는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9년에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인간에게 감염될 수 없는 동물감염을 통해 일종의 번식을 하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죠. 인간의 몸에서는 번식할 수 없었는데 어떤 이유를 통해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 거예요. 오랫동안 의료계와 바이오 산업에서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 유전자 분석, 보툴리눔 톡신과 관련된 업무로 쌓은 생명공학 지식을 기반으로 판단했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는 쉽게 인간의 몸을 떠날 생각이 없는 강력한 포식자로 자리 잡게 됐다고 봅니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의 가장 두려운 적이지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보고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소설을 집필하게 됐죠. 이와 맞물려 인간의 기억 저장에 관한 연구와 다양한 기억 전송 및 저장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던 차에 인류의 기억저장 이야기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지구에 사는 인류가 우주 공동체의 중요성과 생명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작가님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인류는 지구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종의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지구 역사상 다른 생명체를 이렇게 공격적으로 멸종시키는 생명체는 아마 인간이 유일할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지구는 균형을 유지하고 때로는 인간의 수명을 단축하는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 치명적인 암세포를 인간의 역사에 등장시키면서 인간을 견제하는 지구의 대질서의 균형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지구 최초의 생명으로 태어난 루카라는 생명체에서 인간과 같이 분화돼 지구에 공생하는 한 형제라는 사실도 이 책에서 담고 있는데요. 결국 바이러스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같은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리고 싶었어요.”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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