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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민 작가의 캠핑이야기]일본 규슈, 도전해볼 만한 캠핑장 4선
규슈는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큰 섬 덩어리 중에 가장 남쪽에 있다. 온화한 기후 탓에
많은 아우터들이 사계절 이곳을 찾는다. 특히 규슈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리는 캠핑장이 즐비하다. 해외여행이 정상화 되면서 한국의 캠퍼들도 다시금 비행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신에게 추천하고픈 규슈 대표 캠핑장 4곳을 골라봤다. 따지고 보면 캠핑도 도전이니까.
[오태민 작가의 캠핑이야기]일본 규슈, 도전해볼 만한 캠핑장 4선
히라오다이 캠핑장(후쿠오카)
히라오다이는 후쿠오카현 키타큐슈 북동부에 위치한 고원지대(해발 300~700m)로 시코쿠 카르스트, 아키요시다이와 더불어 일본 3대 카르스트지형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지역은 천연기념물 및 국정공원 그리고 현립 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키 작은 나무와 초지 사이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낸 석회암 덩어리가 마치 양이 떼를 지어 있는 모습을 닮아 요군바루라 불리기도 한다.
2004년 오픈한 캠핑장은 ‘히라오다이 컨트리사이드파크’ 내에 있다. 고원지대에 자리한 까닭에 캠핑장은 주변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과 높이를 나란히 하며 스카이뷰를 자랑한다.
축구장 크기의 부지는 중앙에 잔디광장을 널찍하게 비워 놓고 사이드에 9개의 오토캠핑 사이트와 11개의 일반 사이트 구역만을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캠핑은 매우 쾌적하고 여유롭다. 시설물은 안내소와 두 동의 방갈로 그리고 화장실, 개수대가 전부이고 사이트 내에 전기사용을 위한 분전함조차 설치돼 있지 않지만, 전혀 불편함이 없다.
히라오다이는 일본의 탐방객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곳이지만 배낭을 둘러메고 찾아온 이방인들에게는 오지에 가깝다. 산철쭉 만발한 봄, 메밀꽃이 절정을 이루는 여름, 억새 물결이 일렁이는 가을, 양떼 석회암과 설경이 절묘하게 매칭되는 겨울 등 사계절의 환경과 분위기가 각각 특색 있고 또 경이롭다.
컨트리사이드파크 공원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에 과수원, 놀이시설, 음악당, 전망대, 풀 썰매장, 체험 공방 등이 들어서 있다. 카르스트지형을 탐구하고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를 관찰학습 할 수 있는 자연관찰센터도 별도로 설치돼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캠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3개의 종유동굴과 난이도에 따라 분류되며 고지대의 카르스트지형이 만들어낸 3개의 하이킹 코스다.
[오태민 작가의 캠핑이야기]일본 규슈, 도전해볼 만한 캠핑장 4선
구주코겐 오토빌리지(오이타)
구주고원은 구주산과 다이센산 남쪽, 해발 1000m의 초원지대로 아소구주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멀리 아소 5악을 배경으로, 광활한 초원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구름바다가 목가적 풍경을 자아내는 이 지역에는 자연을 빼닮은 캠핑장들이 산재해 있다.
해발 1787m의 구주산 기슭, 820m 고지에 자리한 '구주코겐코티지'는 일본 자연보호협회 인정 숙소 '네이처인'에 선정된 복합 휴양시설로 85개의 객실, 식당, 온천, 158사이트의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구주코겐코티지' 내 캠핑장의 공식 명칭은 '구주코겐 오토빌리지'다. 캠핑장은 크게 구획사이트와 프리사이트 존으로 나뉜다. 특이한 점은 구획사이트의 경우 제공되는 사이트의 면적이 무려 100m² 나 된다는 점이다. 대형 투룸 텐트와 타프, 차량의 구성에도 전혀 무리가 없으며 캠핑카가 들어서도 자리가 여유롭다. 프리사이트 존은 구획이 따로 없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 차를 세우고 텐트를 피칭하면 된다. 하지만 프리사이트 존은 자연 생김 그대로의 구역이다. 정지작업을 하지 않아 그라운드에 완만한 경사가 있다. 물론 이용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구주코겐오토빌리지는 매우 광대하다. 어느 곳에서든 탁 트인 시야와 환상적인 텐트 뷰가 따라오지만,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좀 더 거칠고 투박한 자연을 품을 수 있다. 초원은 사계절 신록을 유지한다. 주변을 둘러싼 많은 봉우리는 섬 군락을 이뤄 구름바다 위를 유유히 흘러간다. 고도가 높고 공기가 투명하니 별빛 쏟아지는 인생 밤하늘을 경험할 수 있다.
캠핑객들은 구주코겐코티지에서 다양한 스케쥴을 만들어낸다. 노천탕에서 아소 5악과 아소쿠주국립공원의 푸름을 조망하며 온천을 즐기고 또한 부지 내 양조장에서 생산된 바이첸, 에일, 흑맥주 등 여러 종류의 수제 맥주를 맛볼 수도 있다.
구주코겐오토빌리지는 서일본 최대 규모의 캠핑장으로 알려져 있다. 벳부, 아소, 쿠주, 유휴인 등이 모두 1시간 거리 내에 있어 베이스캠프로도 더할 나위 없으며, 산행, 트레킹, 라이딩, 온천, 푸드 등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여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오태민 작가의 캠핑이야기]일본 규슈, 도전해볼 만한 캠핑장 4선
시라하마 오토캠핑장(미야자키)
미야자키 시라하마 오토캠핑장은 미야자키시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16km 떨어진 아름다운 해변에 자리하고 있으며 일명 코코나(cocona)로 불린다.
하늘로 치솟은 야자수와 푸르고 싱그런 하늘 바다가 어우러진 캠핑장은 5동의 케빈과 30개의 캠핑 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오토캠핑사이트는 10m×10m의 넉넉한 면적과 함께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위한 AC 전원이 제공된다.
반면 프리사이트는 백패커나 자전거를 동반한 캠퍼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요금이 50% 저렴하다. 아름답고 온화한 시라하마해변은 마치 캠핑장의 앞마당과 같아서 편한 차림으로 드나들 수 있다. 캠퍼들은 이곳에서 해수욕과 낚시도 하고 바다와 나란한 산책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긴다.
미야자키 시라하마 오토캠핑장은 탁월한 주변 환경과 넘쳐나는 볼거리를 자랑한다. 캠핑장에 인근 한 아오시마는 섬 선체가 국가 천연기념물로 미야자키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2km만 걸어가면 중매의 신을 모셨다는 아오시마 사에서 좋은 짝과의 백년해로를 빌어볼 수도 있다.
아오시마는 섬 전체를 덮은 희귀한 아열대 식물군과 도깨비빨래판이라 불리는 융기파식대로 유명하다. 해안을 따라 무려 8km나 이어진 도깨비빨래판은 바닷속의 진흙과 모래가 지열로 굳은 다음, 융기돼 해수면 위로 오르고, 이후 파도의 오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오시마 비치는 수영, 서핑, 요팅, 세일링이 펼쳐지는 해양스포츠 허브다. 특히 여름 시즌에는 포장마차촌이 들어서고, 매일 같이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며 맥주 축제도 열린다.
[오태민 작가의 캠핑이야기]일본 규슈, 도전해볼 만한 캠핑장 4선
하도미사키 캠핑장(사가현)
사사현 가라쓰시 북단 히가시마쓰우라반도에 있는 현립 캠핑장으로 켄카이국정공원에 속해 있다. 하도미사키 곶의 서쪽 해안을 따라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캠핑장은 사이트 대부분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며, 특히 화산섬 마다라시마를 붉게 물들이며 펼쳐지는 낙조 뷰는 압권이다.
캠핑장은 트레킹의 베이스캠프로도 유명하다. 바로 규슈올레 가라쓰코스의 종점이자 시작점인 까닭이다. 캠핑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근방의 국민 숙소에서 숙박은 물론 단순히 욕탕과 식당만을 별도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하도미사키 곶은 규슈의 최서북단이다. 설치된 하트 조형물에서 사랑을 약속하면 이루어진다 하여 사람들은 그곳을 사랑의 성지라고 부른다. 또한 캠핑장 주변으로는 둥글게 만입된 작은 해수욕장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해변 위로는 이곳의 명물 소라를 직접 구워주는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다. 물론 계절에 따라서는 반건조 오징어와, 전복, 굴 등도 추가된다. 이 모든 즐거움은 캠핑장에 설영을 하고 해안가를 따라 산책하듯 걸어 나오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임진왜란의 출발지로 알려진 나고야 성터와 박물관 그리고 카타와로 활오징어회로 유명한 요부코항에서의 한 끼와 일본에서 세 손가락으로 꼽는다는 아침 시장 역시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먹거리, 볼거리다.

글. 사진 오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