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인터뷰

[Special] 이효섭 실장 "빚투 막으려면 과도한 신용대출 규모 줄여야"
“최근 자본시장에서 발생한 대형 주가 조작 사건 등 빚투(빚내서 투자)가 많은 것은 신용대출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우리나라처럼 무담보로 신용대출을 몇 억 대로 해주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는 신용대출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신용대출 규모만 보면 빚투의 온상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받아 주식을 살 때 레버리지로 신용거래를 일으키면 주식을 3배 정도까지 살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투기 광풍의 이면에는 금융기관의 돈을 빌려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식 거래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든 대형 주가조작 사건인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사태 역시 빚투 광풍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차익결제거래(CFD)가 자칫 투자금액 이상으로 손실을 크게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신용대출을 과도하게 일으키게 되면 손실을 봤을 때 대출 부실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CFD는 개인의 투기적 성향과 금융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맞물려 발생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 실장은 “CFD 사태 등 투기 광풍의 원인 중에는 개인들의 레버리지 투자 수요와 함께 금융사들이 수수료 이익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CFD는 중개 수수료가 높을 뿐 아니라 일부 대주주와 기업 오너들의 탈세 창구로도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또 공시의무를 회피하거나 의결권을 보유하지 않고 기업의 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변칙적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 거래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러한 투기 광풍의 이면에는 신용대출에 대한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실장은 “부작용이 야기되며 투기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CFD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FD의 폐지보다 투기를 조장하는 세력들을 미리 근절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주가 조작을 했을 때 과징금을 세게 부과하거나 자본시장에 참여 제한 및 신상 공개, 형사 처벌 등 처벌 수준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과도한 신용대출을 제한하고,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구체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