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생체인증...지지부진 펫 보험 시장 '들썩'
최근 사회구조 및 가족관계 해체, 변화로 인해 미혼 남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또 고령화 시대 도래에 따른 독거노인 가구 급증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서적 공유나 교류를 사람이 아닌 반려견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펫테크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 펫테크는 펫(pet)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생체인증,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뜻한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려견 관련 시장은 2027년 6조 원 시장을 형성할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은 고품질, 스마트화, 웰빙 등이 트렌드화되고 있다.

최신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으며, 반려동물 TV 채널 등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등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핀테크와 결합한 펫보험, 펫 신탁 등 금융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반려동물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생체인증을 통한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2013년부터 한국은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칩을 체내 삽입하거나 목걸이 형태로 애완동물을 인식하는 방법에 머물러 있어 등록률은 10% 미만인 실정이다.

반려견 등록, 생체인증 추진…마이데이터 산업과 연결

최근 정부는 반려동물 식별 서비스로 인간 생체인증과 같은 방식인 반려견의 코(비문)인식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비문인식은 크게 비접촉과 접촉 방식으로 나뉜다. 비접촉 인식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방식이다. 인식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최근 개발된 접촉 방식은 습기가 많은 반려견의 코에 직접 입력 장치를 접촉해 영상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사람의 지문인식 영상 표준인 500dpi의 균일한 비문 취득이 가능하다.

비접촉식 문제인 거리에 대한 해상도 변경, 코의 물기에 의한 반사, 외부 조명에 따른 영상 변형의 문제점을 원천 차단해 안정적인 비문인식을 통한 지문인식 수준의 인식율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전국 지자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 비문인식과 안면인식 등을 통한 동물등록 실증특례를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민관 협업으로 비문 등록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펫보험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문 등록이 활용되면 보험 사기 문제 등을 야기한 객체 식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보험사도 이전보다 활발하게 나설 수 있다. 현재는 가장 먼저 펫보험 상품 ‘펫퍼민트’를 출시한 메리츠화재, ‘위풍댕댕’을 내놓은 삼성화재 등이 주도하고 있다.

동물등록제는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생후 2개월 이상 된 개를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자체가 동물병원 등에 위탁해서 반려견 등록 등을 진행하는 만큼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의 협조 및 지원은 필수다. 실증특례를 진행한 과기정통부도 힘을 싣고 있다.

앞으로 대규모 데이터가 구축되면 펫보험뿐만 아니라 반려견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사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출생부터 분양, 성장, 장례까지 이력 관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각 생애주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유기견 찾기 및 유기범죄 방지 등 공공사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반려견 생체인증...지지부진 펫 보험 시장 '들썩'
펫보험 난제, 개체 식별 문제 풀리나

실증특례를 받은 반려동물 비문 등록 시스템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본격 도입되면 지지부진하던 국내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펫보험 활성화 정책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추진됐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등에 이어 수의사협회까지 ‘펫보험 활성화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펫보험 시장은 여러 규제와 관리 부실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2014년 동물등록제 의무화에 따라 수요 증가를 기대하며 반려동물 보험 출시에 적극 나섰다. 2017년 반려동물 보험 판매는 3개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현재 11개사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 중 하나로 개체 식별 문제가 꼽힌다. 앞서 말했듯 현재 동물 등록은 피부에 마이크로칩을 심는 ‘내장형’과 목걸이에 ‘외장형’ 칩을 달거나 인식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마이크로칩은 피부에 직접 내장하는 데 대한 거부감, 등록제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등록제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반려동물의 내장형 등록률은 50% 내외에서 정체돼 있으며, 기등록된 반려동물의 관리도 미흡하다. 반려견의 경우 2021년 기준 46.6% 수준이며, 반려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반려묘는 2021년 기준 전체 반려묘 225만 마리 중 0.7%인 1만6700여만 마리에 불과하다.

동물등록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펫보험에 대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이에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높은 수준의 자기부담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 펫보험의 자기부담률은 30~40% 수준으로, 일반 인 보험이 10~2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곱절이나 높다.

반면 펫보험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반려인 비율은 높다. 보험연구원의 반려동물 보험 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82.9%의 소비자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15.1%는 보통이라고 했고, 2% 정도만 진료비 부담이 없다고 했다. 이에 펫보험 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경우 그에 따른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사들은 비문 등록이 동물 등록 인프라로 활성화될 경우 데이터 축적을 통한 맞춤 상품 개발은 물론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새롭게 실증특례를 받은 접촉식 비문 등록의 경우 정확도 또한 높아 보험사가 우려하는 개체 식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문인식을 통한 관리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경우 마이데이터 산업과도 연계될 공산이 크다. 이력 관리나 동물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산업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반려견뿐 아니라 소, 돼지 등 사육 동물의 전주기적 생애 추적이 가능해져 농축산 마이데이터 산업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