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개인 투자 쏠림현상, 버블 리스크 경계해야
올해 내내 주식 시장의 화두는 단연 소수 종목에 대한 쏠림현상이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 7’이라고 불린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에 대한 쏠림이 거세게 나타났다. 2차전지 중심의 열풍을 겪고 있는 한국의 상황도 이와 상당히 유사하다. 급격한 가격 상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뒤늦게 이를 만회해보고자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조급함이 여러 부분에서 느껴진다.

현재 시점에서 대다수가 분명 쏠림에 따른 과열을 의식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열 양상은 점점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례적인 쏠림이 진행되는 테마에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 수급이 가격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이 중 개인이 81%의 거래 비중을 차지하면서 외국인(14%)과 기관(5%)보다 압도적인 주도권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과열 종목 관련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가 제시된다고 해도 가격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시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개인들의 힘이 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을 이끌고, 개인 주도의 소수 테마로 꾸준한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을까.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지만, 주식 시장의 역사가 증명하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고수익이 당연하게 보장되는 투자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WM Report] 개인 투자 쏠림현상, 버블 리스크 경계해야
수급의 질 악화…주식 시장 과열 경계 필요

주식 시장은 주도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쏠림을 반영하지만 최근 국내 시장의 과열에 대해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수급의 질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는 미수거래와 신용융자 등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빚을 내더라도 이익을 볼 것이라고 낙관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금이 쌓일수록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가장 큰 문제는 쫓기듯이 들어온 다수의 투자자가 늘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과열이 심화되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연달아 제기되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조언은 때때로 개인들이 돈을 못 벌게 하려는 ‘음모론’으로 치부되곤 한다.

탐욕에 휩싸인 사람들에게는 부정적 요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고도 한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의 활성화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투자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들의 알고리즘은 시야를 한곳으로 가두고 확증편향을 더욱 부채질하기도 한다.

개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위기에 휩쓸려 가격 변화에만 몰두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더 나아가 버블의 징조가 나타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결국 그 끝을 인지하기 어렵다.
[WM Report] 개인 투자 쏠림현상, 버블 리스크 경계해야
단타에 몰두, 통제되지 않은 버블 야기 우려

투자자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지나친 낙관은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한다. 대다수는 가격의 모멘텀이 강하게 유지되는 강세 국면에 진입하기 때문에 초기에 얻은 성과를 자신의 실력이라고 과신한다. 이러한 자기 과신에 빠진 투자자들은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필요 이상의 매수와 매도를 반복한다.

실제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회전율은 연초 이후 급증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27%였던 20대 투자자의 회전율은 7월 62.1%로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연령대가 낮거나, 남성이거나, 투자 자산 규모가 작을수록 보유 종목 수는 적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극단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 존재한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자신감과 함께 현재 다수의 투자자들이 주가의 롤러코스터에 익숙해져 버린 듯하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하지만 수익이 발생하면 거기서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면 더 큰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후회가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짧고 강렬한 자극에 적응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며, 투자금액과 빈도 역시 점점 늘어나는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성적인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위험에 빠져들 가능성을 높인다. 쏠림과 과열,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투자는 주식 시장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과도한 쏠림은 어딘가에 버블을 만들고, 통제되지 않은 버블은 결국 후유증을 낳는다.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단기간 내 일확천금을 노리겠다는 목표로 레버리지(차입 투자)까지 쓰는 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가격이 뜨거워질수록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과민 반응이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며, 이러한 변동성 구간에 초단기 빚투(빚을 내서 하는 투자)는 버틸 수가 없다. 투자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머물러야만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다.

소수의 대박 신화에 매몰돼 이를 무작정 뒤쫓다가는 한 번의 실수로도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몇 차례의 투자 실패를 겪더라도 장기적인 재무 목표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위험을 관리한다면 또 다른 기회들을 확보해 나가며 투자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 성향에 기반한 자산 배분을 비롯해 각자에게 맞는 체계적 접근 방법을 정립하는 과정 역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처럼 장기간 시장에 머물며 자산을 축적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 홍동희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