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올해 세계 경제는 이번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고 굵직한 이벤트를 다수 겪었다. 일본은행(BOJ)의 유연한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 발표에 이어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현지 시간 7월 31일 기준), 피치의 미국 장기 국채 신용등급 강등(AAA→AA+·8월 1일 기준), 미국 재무부의 만기물별 국채 발행 계획 상세 발표(각 만기물별로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증액·8월 2일 기준), 무디스의 미국 중소은행 10곳 신용등급 강등(8월 7일 기준)이 연달아 발생했다.

일련의 글로벌 이벤트들이 ‘안전 선호에 따른 국채 매입 및 금리 하락’으로 소화될 수도 있었지만, 예상보다 견조한 매크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됐던 탓에 되레 ‘금리 상승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만기물 별로 주요 지지선을 상향 돌파해 단기 시계에서 추세적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고, 전 세계 국채금리가 연동되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이로써 채권형 펀드로 유입되던 자금들이 ‘일단 멈춤’으로 대응하고 있다.

장기 시계에서 금리 평균이 상향 이동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최근 급등은 구조적 요인보다는 마찰적 이벤트에 의해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또한 금리가 하락 변곡점을 형성할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9월 FOMC까지는 금리의 흐름을 관망하다가 이후엔 분할매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리 고점에서 저가에 매수할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국채금리 추이와 주간 펀드 플로 추이를 살펴보면, 장기 명목금리를 3가지 요소로 분개해 각 요인들이 수렴할 레벨을 설정하고, 이를 합산한 뒤 장기 금리 추정치를 제시하고 있다.

향후 물가의 장기 평균, 실질금리, 기간 프리미엄(채권 만기가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이 3가지 요소에 해당한다. 가장 먼저 화두를 던진 사람은 전 뉴욕연방은행 의장인 빌 더들리(Bill Dudley)다.

그는 6월 29일자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미국 10년물 금리가 장기적으로 4.5%에 수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10년물 금리가 3.8%를 중심으로 등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매파적인 주장이다. 각 요소별로 볼 때, 인플레이션 장기 평균은 2.5%에 수렴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물가 목표 설정의 비대칭성 때문인데, 지금처럼 인플레가 높게 형성될 때에는 물가 목표를 2%로 삼지만, 물가가 낮을 때는 제로금리하한(Zero Lower Bound·ZLB: 정책금리를 제로 밑으로 내리지 못함)의 한계로 목표치를 2%를 상회하도록 설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2%보다 높은 수준에서 평균을 형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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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중립금리, 장기적 상향 가능성 높아

실질 중립금리는 저축과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는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해 저축금액을 소진하게 되고 이는 자본 공급을 축소시켜 저축 곡선(savings)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투자는 정부의 공급망 개선과 녹색기술 투자 등으로 투자 곡선(자본 수요)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실질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상향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텀 프리미엄’은 물가 불확실성과 재정적자 불확실성 등으로 현재보다 높은 1%로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기관이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6월 30일자 보고서를 통해 10년물 금리의 적정 레벨은 2~3%라고 주장했다.

먼저 물가 평균에 대해서는 2%로 계산했다. 지난 10년간 물가의 연간 복리 상승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을 살펴보면, 다시금 2% 위로 상향 고착화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록 중인 2.7% 숫자는 강력한 재정지출하에서 경제활동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앞으로는 물가 목표에 부합한 2%로 수렴한다고 내다봤다.

실질 중립금리는 0~0.5%로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실질 정책금리(proxy rate·프록시 금리)를 이용해 분석했는데, 프록시 금리의 실질금리는 더들리 주장대로 1%까지 상승하려면 노동생산성의 급격한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실 경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텀 프리미엄은 0~0.5%로 설정했다. 과거 텀 프리미엄이 1%대를 유지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는 2018년 3월 이전, 즉 중앙은행의 자산이 급증하기 전이었다. 앞으로 중앙은행의 자산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낮은 텀 프리미엄이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이 패시브 성격의 투자자로서 매입을 지속해준다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거래 불확실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맥락이다. 잠시 시들해지나 싶었던 논쟁은 유명 헤지펀드 설립자인 빌 애크먼을 통해 다시 불이 붙었다. 그는 8월 3일 자신의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미국 30년물의 적정금리 수준을 5.5%라고 분석했다.

인플레는 향후 3%에서 장기 평균을 형성한다고 봤다. 여타 기관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탈세계화, 방위비 증가, 그린에너지로의 전환, 근로자들의 임금 협상력을 근거로 들었다. 실질금리는 0.5%로 평가했다. 재정지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자산으로써 채권이 투자 가치를 지니려면 실질금리가 0.5% 정도는 확보돼야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이자지출 비용은 재정 불확실성이 키운다고 재차 지적했는데, 정부의 재융자 금리가 상승해 국채 발행을 통해 이자비용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긴축(QT)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실질금리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텀 프리미엄은 2%로 설정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의 텀 프리미엄은 -0.5%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보다 높은 텀 프리미엄을 설정한 이유는 중국의 미 국채 매도 가능성, 일본 YCC 종료와 엔화 채권의 상대적 투자 메리트가 커진 것도 요인이다.

미국의 재정정책 체계 미흡(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사유), 정치 분열에 따른 재정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금리의 레벨만 놓고 보자면, 아직까지는 더들리와 애크먼 주장대로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장기물 금리가 중기 시계에서 3~3.5% 레벨에 수렴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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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3% 도달시 중앙은행 개입 가능성 커질 듯

먼저 장기 물가 평균 레벨은 2.5%로 평가한다. 향후 탈세계화 영향으로 물가가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내지만, 3% 레벨로 도달할 시에는 중앙은행의 개입이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물가 상승을 결집시킬 수 있는 ‘현실 경제에서의 물가 수준’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3% 상회 구간에서는 일반인의 물가 기대치를 상향시켜 현실 경제에서의 물가를 추세적으로 끌어올리는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이 지금까지 물가 목표를 3%가 아닌 2%로 유지한 이유다. 앞으로 표면적인 물가 목표는 2%, 실질적 물가 목표는 2.5%(내부 물가 목표)대에서 중장기 인플레를 관리할 것으로 본다. 실질 (정책)금리는 0.5%로 추정한다. 현재와 같이 국내총생산(GDP) 갭(잠재성장률-실제성장률 격차)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사례는 드물다.

‘단순하게 물가가 2%를 상회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실질금리 평균치를 산출했다. 이 기간의 실질금리 평균은 0.39%로 계산됐다. 이를 감안해 실질금리 빅피겨 기준을 0.5%로 평가했다.

텀 프리미엄은 0~0.5%로 측정한다. 이는 현재 시장을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재무부의 국채 발행 증가 계획 및 팬데믹 국면에서 발행한 티빌(T-bill)을 장기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경계심에 재정지출 불확실성을 반영해 텀 프리미엄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0.5%를 중심으로 등락하고 있는 텀 프리미엄이 0% 정도까지 오르고, 최대 0.5%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상의 상승은 쉽지 않다. 재무부의 부채한도 증액 연기(부채한도를 증액하지 않고, 증액 회의를 연기하는 것) 일자를 2025년 1월로 합의했는데 이 결정은 5월 31일에 이미 공식화됐다.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된 리스크로 판단하지만 만에 하나 이 같은 결정이 장기물 금리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린다면 재무부는 티빌로의 전환을 통해 금리 상방 리스크를 관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기물 입찰도 견조하게 진행되고 있다.

10년 이상 초장기 만기물 입찰에서 응찰배수가 평년 대비 상승하고, 실수요자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채금리의 상단 임계점이 있다고 판단한다. 정확한 지점을 찍기는 어렵지만, 금리가 특정 레벨을 넘어가는 구간에서부터 주요 자산군의 밸류에이션 조정이 나타나고, 이를 위한 헤지 물량으로써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입찰 부담 및 일본의 YCC 조정 등으로 금리가 무한정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국채 발행 리스크를 반영해 텀 프리미엄을 측정해도 최대치 0.5% 정도가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글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