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1년 새 815% 뛰어…2차전지가 이끈 증시
국내 증시가 2차전지를 중심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당시의 패닉장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주식 시장 전반의 거래량 폭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1~18일 장마감 기준) 코스피·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4조 원에 달한다. 지난 7월엔 하루 평균 거래액이 27조 원을 넘어서며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19조1270억 원) 대비 40%(7조8930억 원)가 증가한 수치다. 또 일평균 거래대금이 27조 원을 넘어선 것은 동학개미 운동이 펼쳐진 2021년 8월(27조4607억 원)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8월(1~18일 장 마감) 전체 증시의 회전율(시가총액 기준)은 12.65%를 기록했다. 7월엔 22.69%에 달하며 지난 2021년 4월(23.62%)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을 나타냈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단타성 매매가 자주 일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회전율은 최근 몇 달째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때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의 거래가 폭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8월 코스닥 회전율은 35.86%를 기록했고, 7월엔 61.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회전율(7월 14.46%·8월 7.7%)과 비교할 때 4~5배가 높았다. 그만큼 코스닥 종목에 단타 거래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여파로 증시 부진이 지속되다가 올 들어 2차전지에 대한 개미들의 관심이 폭증하면서 전체 증시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학개미 재소환…올 상반기 2차전지 거래 폭증

코스피와 코스닥의 거래와 회전율이 모두 높아진 배경에는 2차전지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 광풍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2차전지 3대장(포스코홀딩스·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주가가 1년 전보다 급등세를 보였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년간 114% 넘게 올랐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815%, 165% 뛰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공세가 이어졌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2차전지 투자 광풍으로 2차전지 3대장 종목을 보유한 소액주주 수는 55만 명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개인투자자들은 포스코홀딩스를 4조7602억 원 사들인 데 이어 에코프로(1조9144억 원), 에코프로비엠(1조1967억 원) 순으로 순매수했다. 특히 개인들은 3대장주를 포함해 2차전지주를 올 들어 15조 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2차전지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TIGER) 2차전지테마 ETF 구성종목 33개의 개인 순매매 규모를 합산한 결과는 모두 14조5081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개인이 올해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 합산 순매수 규모 3조5261억 원의 4배에 이른다. 33개 2차전지주는 포스코홀딩스 등 코스피 상장사 12개와 에코프로 등 코스닥 시장 상장사 21개사로 구성된다.

특히 2차전지 종목 가운데 7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 합산 금액만 2조6539억 원으로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12조1377억 원)의 18%를 차지했다. 에코프로(1조5599억 원)와 에코프로비엠(1조2991억 원)의 거래대금 합산 금액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12조836억 원)의 20%에 달한다.
[Big story] 1년 새 815% 뛰어…2차전지가 이끈 증시
‘투자 넘어 투기?’…추종 매수했다가 손실 폭 커져

2차전지 테마주는 지난 7월 26일 고점을 찍은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최근 조정 국면을 이어 가고 있다. 개인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포스코홀딩스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7월 26일 최고가인 76만4000원까지 뛰었다가 현재(8월 18일 장 마감 기준) 5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고점 대비 28.1% 떨어진 가격이다.

포스코퓨처엠도 7월 26일 최고가 69만4000원으로 올랐지만 현재 41만7500원까지 내려왔다. 에코프로는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8월 말 10만 원대에서 7월 26일 최고가인 153만9000원까지 급등하며 이번 2차전지주 열풍의 역사를 쓴 종목이다.

최근 2차전지가 조정을 받으며 에코프로는 107만6000원으로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도 최고가인 58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31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 26일 장중 최고가를 찍었던 2차전지주들이 잇따라 낙폭을 보이면서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 가운데 개인투자자 고객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이 7월 자사 개인고객의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 3개 종목에 대한 월별 매수·매도 수량과 평균단가를 조사한 결과, 7월 개인의 포스코홀딩스 평균 매수단가는 58만5600원으로 집계됐다. 7월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평균 매수단가는 각각 50만6100원, 7만 원이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7월 24일께부터 평균 매수단가 이상으로 오른 점을 고려하면 개인은 마지막 일주일여간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집해 평균 매입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월별 매수량이 연초 대비 가장 급격하게 늘어난 종목이었다. 2차전지주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포스코홀딩스는 19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증했는데 2차전지 투자 광풍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월 17일 기준으로 20조5573억 원으로 나타났다. 잔고가 늘수록 빚을 진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인데 8월에만 신용거래융자잔고는 네 차례에 걸쳐 20조 원을 넘어섰다. 2차전지 주가가 최근 조정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공매도 역시 급증하고 있다.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2차전지 관련주들이 속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매도 비율은 8월 8일에 22.25%까지 상승했다. 8월 들어서만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15.65%에 달한다. 엘앤에프 역시 공매도 비중이 두 자릿수다. 에코프로비엠도 같은 기간 공매도 비율이 10%대에 달한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2차전지 종목이 공매도 잔고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향후 주가 약세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밸류에이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들은 일부 종목에 대해 더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맞불 매수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재 공매도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있다.
[Big story] 1년 새 815% 뛰어…2차전지가 이끈 증시
[Big story] 1년 새 815% 뛰어…2차전지가 이끈 증시
밸류에이션 주목…주가 상승 여부 판가름

향후 2차전지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에서 양극재와 분리막의 성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양극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은 올 하반기에 수주 모멘텀이 큰 기업으로 지목된다. 엘앤에프 역시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과 수주 모멘텀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올 하반기 양극재 기업 가운데 수주 모멘텀이 가장 강할 것”이라며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2022년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기준 40% 이상이기 때문에 2025년 EV/EBIYTDA 멀티플 40배까지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분리막의 고객사 다변화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국내 분리막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WCP는 하반기 고객사 다변화가 본격화됨과 동시에 북미 증설 모멘텀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양극재 기업들의 양극재 부문 맥시멈 밸류는 포스코퓨처엠 37조4000억 원, 에코프로비엠 35조8000억 원, 엘앤에프 21조3000억 원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국 수직계열화나 역내 공급망, 자본력이 기업들의 주가 결정 변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