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속세 폐지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뜨겁다.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과도한 세율로 기업 존폐마저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정부의 권유로 다시 국내로 유턴한 기업들이 다시 국외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속세의 현황을 짚어봤다.
상속세 폐지 논쟁 재점화...기업 국내 유턴 동인이 될까
정부가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의 국내 복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유턴 기업’이 늘어야 국내에서 생산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7일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유턴 기업에 대해 소득세, 법인세를 감면하는 기간을 현행 ‘5년 100% 감면에 추가 2년 50% 감면’에서 앞으로 ‘7년 100% 감면에 추가 3년 50% 감면’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한 유턴 기업이 국내 복귀 후 세분류상 다른 업종을 영위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 전문위원회에서 업종 유사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세액 감면을 계속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8월 17일 유턴 기업에 대해서는 취득세 50%, 재산세 75%를 감면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취득세의 50%포인트를 추가 감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기업의 유턴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기업 오너다. 사실 우리나라는 기업 오너에게 마냥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오너가 배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각종 형사 리스크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세금도 문제다.

기업이 납부할 법인세 부담도 중요하지만, 기업 오너에게는 상속세가 훨씬 중요하다. 특히, 상속세는 ‘소득’이 아니라 상속재산, 즉 자산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속세가 과중하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상속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업 오너의 입장에서 과중한 상속세로 인해 본인이 성장시킨 기업을 잃게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시 국외로 떠나는 기업들
선진국의 경우 상속세가 이미 없거나, 있던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줄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선진국 대비 절대적으로 높다. 정부 또는 국회에서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데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상속세가 폐지되거나 그 부담이 줄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부자 감세’라는 비난 때문이다. 정리하면 (상속세 측면에서 본다면) 기업 오너에게 현재의 우리나라는 절대 매력적이지 않고, 대단히 가혹한 곳이며, 앞으로도 매력적인 곳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상속세 측면에서 볼 때,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고, 서둘러 탈출해야 하는 곳이 됐다. 심지어 이미 들어왔다면 세금 부담 없이 탈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내 거주자가 세법상 비거주자 신분이 될 경우, 즉 국외로 전출할 경우 전출 당시 보유하는 국내 주식 등을 출국일에 양도한 것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소위 ‘국외전출세(Exit Tax)’가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상속세 부담이 높고, 세법 개정 등을 통해 상속세 부담이 지금보다 줄어들기도 어렵다. 해외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상속세 부담이 낮다. 그렇다고 상속세 부담이 낮은 국가로 이주를 하게 되면 보유 국내 주식에 대해 상속세가 아니라 ‘국외전출세’가 과세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응은 ① 상속세 부담에 순응하거나 ② 언제일지 모르지만 세법이 대폭 개정되거나 가업상속공제 등 핀셋 또는 땜질식 처방으로 어쨌든 상속세 부담이 낮아지길 기다리거나 ③ 상속세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아, 상속세 또는 국외전출세의 부담이 더욱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국외로 전출할 수도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 오너들에게는 ③과 같은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한 뒤에 국내에서 사망하거나 국내에서 국외로 전출하면, 이미 상속세 또는 국외전출세 부담은 늘어나 있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가 상승하기 전에 미리 ‘증여’하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지만, 앞으로는 자산 가치가 상승하기 전에 미리 ‘국외 전출’하라는 말이 유행할지도 모른다.

결국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 오너들로서는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어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그 기업 오너들의 소득과 자산 가치는 점차 증가하게 된다. 그에 대해 국가에서 최고 45% 세율의 소득세를, 지자체에서 다시 최고 4.5% 세율의 지방소득세를 과세한다(이를 합산하면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소득세가 과세된 뒤에 형성된 자산을 상속할 경우 최고 50%의 상속세가 또 부과된다. 결국 최고세율 구간에서는 자신이 얻은 소득의 25%만이 상속된다. 따라서 기업이 실제 성장해 그 주식 가치가 상승하기 전에, 미리 국외 전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기업들의 유턴도 중요하지만, 성장 중인 기업의 오너들이 미리 국외로 전출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2000년 이후 자산 가치는 급등하고, 상속·증여세 세율과 과세 구간의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2000년 이전에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극소수였지만, 최근에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최근 몇 년간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가 급증한 것과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통합세액공제(Unified Tax Credit)에 따라 인당 1200만 달러, 부부 기준 2400만 달러(약 300억 원)까지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하는 이민설명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검색사이트를 통해 ‘상속세 이민’을 검색하면 많은 컨설팅 업체, 설명회 일정 및 기사가 검색된다. 이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상속세를 피해 국외로 전출(이민)하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민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상속세 때문에 이민하겠다는 수요는 막아야 한다. 물이 낮은 곳에 흐르듯,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높으면 높을수록 국외 전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해외보다 높은 상속세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만 이러한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를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감세’하는 것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적정한 수준으로 상속세 부담이 발생하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편하는김에, 오히려 해외 기업 오너 또는 고액자산가가 국내로 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종래 우리나라 이민 정책은 농축산어업, 요식업, 제조업 등에 노동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에 주로 맞춰져 있었는데, 이를 앞으로는 기업 오너 또는 고액자산가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 국내로 전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들의 자금 그리고 그 자금을 쫓은 인력과 산업들도 국내로 유치해야 한다. 매력적인 의료, 치안, 교육, 투자, 주거, 문화 및 소비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금 부담이 높은 국가로 스스로 찾아오는 기업 오너 또는 고액자산가는 극히 드물 것이다. 아시다시피 싱가포르에는 상속세가 없다.
상속세 폐지 논쟁 재점화...기업 국내 유턴 동인이 될까
상속세 패러다임 변화 필요
이와 같은 내용들도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세 개편안에서 함께 고려되기를 간곡히 바란다. 기재부는 2022년 7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상속세 개편을 검토한다고 발표했고, 본래 올해 7월 그에 대해 발표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속세를 현재의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상증세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이를 올해 7월 발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유산취득세로의 상속세 개편안 발표를 연기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상속세 개편안을 준비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상속세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 2000년도 이후 개정되지 않은 낡은 상속세제를 방치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업 오너 또는 고액자산가들은 우리나라를 떠나고, 정작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기업 오너 또는 고액자산가는 없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점점 늘어나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선진국 대비 높은 상속세 부담을 계속 유지한들, 정작 부자들이 아예 우리나라를 떠나 더 이상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면 무슨 소용일까.

이강민 법무법인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