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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Best Ownership

현대차, 오너십 평가 첫 1위…재계 라이벌 희비교차
한경 머니는 ‘2023 베스트 오너십’ 조사를 통해 올해 재계에서 주목받은 오너의 활약과 주요 기업 이슈, 울고 웃은 기업의 천태만상을 담아봤다.
글 정유진·김수정 기자 | 사진 한국경제DB·현대자동차 제공
[2023 베스트 오너십]현대차, 오너십 평가 첫 1위...재계 라이벌 희비교차
‘2023 베스트 오너십’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각 금융사 및 경제연구소의 기업 담당자, 경제 기자 등 전문가 7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 10회째를 맞이한 베스트 오너십 평가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비전 제시·위기 관리 능력·수익 창출 능력)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소유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윤리경영 평가(준법경영·주주와 채권자 보호·CSR) 등의 오너리스크 세부 평가에 실적 평가를 합쳐 종합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대상은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준 총수가 있는 40개 기업집단이다.
2023년은 대한민국 기업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체력고사장이 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4.6%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하지 않았거나 없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만큼 기업 환경이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미국 고금리 장기화와 중국 경제 부진을 우리 경제 성장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치솟는 국제 유가도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위기가 도래할수록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 성장이라는 긴 항해에서 선장의 역할을 맡은 최고 경영진의 결단과 뚝심을 보여주는 오너십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2023 베스트 오너십]현대차, 오너십 평가 첫 1위...재계 라이벌 희비교차
현대차그룹, 오너리스크·실적 쌍끌이 1위 차지
올해 오너리스크 평가와 실적 평가를 합친 베스트 오너십 종합 평가 1위는 현대자동차그룹(정의선 회장)이 차지했다. 현대차는 앞선 2022년 종합 순위 4위를 차지했으나 올해 오너리스크 평가와 실적 평가에서 쌍끌이 최고점을 받으며, 베스트 오너십 종합 평가 1위에 처음으로 올랐다.
정 회장은 세계적 권위를 보유한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MotorTrend)를 통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의 미래에 대한 통찰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열정에 주목했다. 정 회장은 세계와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전기자동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게 선정 사유다.
지난해 종합 평가 순위 2위를 차지한 LG그룹(구광모 회장)은 올해도 2위 자리를 지켰다. LG는 실적 평가에서는 2위를 차지했지만 오너리스크 평가에서 4위를 기록하며, 종합 평가 1위 탈환을 뒤로 미뤄야 했다.
구 회장은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며 미래 준비에 나서고 있다. LG는 고객 가치를 혁신하고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전하기 위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위였던 삼성(이재용 회장)은 종합 평가 순위 3위에 올랐다.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2위였으나 반도체 경기 침체로 실적 평가에서 4위가 된 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국내 최대 기업으로서 고용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는 삼성이 대규모 공채에 나섬으로써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삼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4만 명 이상을 채용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2022~2026년까지 5년간 8만 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그룹(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종합 평가 3위에서 한 계단 내려간 4위를 차지했다. 오너리스크 순위는 3위였지만 삼성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실적 평가 5위를 기록했다.
올해 오너십 평가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11위에 그쳤던 한화는 올해 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리며 맹위를 떨쳤다. 한화는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해 방산·우주항공·에너지·금융·유통·서비스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방산 사업과 케미컬 사업의 공격적 경영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 되고 있다. 네이버(이해진 창업주·GIO)는 6위에 올랐다. 은둔형 대표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분율은 낮지만 수많은 자회사와 해외 계열사를 통해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이끄는 LS그룹은 7위를 기록했다. 최근 구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기업 홍보 영상에 카메오로 출연해 젊은 세대와 격식 없이 소통하며 이미지를 크게 쇄신하고 있다.
[2023 베스트 오너십]현대차, 오너십 평가 첫 1위...재계 라이벌 희비교차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CJ·DL·카카오 등 10계단 넘게 추락
‘2023 베스트 오너십’ 평가 기업군 중 CJ그룹(이재현 회장), DL그룹(이해욱 회장), 효성그룹(조현준 회장), 한국타이어(조현범 회장), 카카오(김범수 창업자)는 종합 평가 순위가 전년 대비 10계단 넘게 떨어지는 쓴맛을 봤다. 오너리스크 평가보다 실적 평가 부진이 독이 됐다.
CJ는 지난해 10위에서 21위로 수직 낙하했다.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13위였지만 실적 평가에서 36위에 그쳤다. 그룹 주축 중 하나인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CJ ENM의 연속된 적자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종합 평가 25위인 DL은 지난해 15위에서 10계단 내려왔다. DL 역시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17위로 종합 순위보다 높았으나 실적 평가가 34위로 발목을 잡았다.
효성은 카카오와 함께 종합 평가에서 12계단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20위였으나 올해 32위에 그쳤다. 효성 역시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22위로 선방했지만 실적 평가에서 38위에 머물렀다. 효성가 형제 기업인 한국타이어도 지난해 16위에서 올해 37위로 순위가 밀렸다.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31위, 실적 평가에서는 3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8위였던 카카오는 종합 평가 꼴찌인 40위에 올라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주요 전·현직 임원들이 가상자산 ‘클레이’를 통한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카카오의 리더십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라이벌 관계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희비교차가 눈길을 끈다. 네이버(종합 평가 6위)는 굳건한 실적을 토대로 오너십 평가에서 큰 격차를 냈다. 특히 지난 2020년 종합 평가 2위를 기록한 바 있는 카카오는 2021년 5위, 2022년 28위로 떨어지는 등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영은 재계 순위에서는 18위이지만 베스트 오너십에서는 종합 평가 35위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횡령·배임, 조세포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올해 8월 광복절에 특별사면 됐다.
부영은 다른 그룹사와는 달리 2세 승계 없이 이 회장이 여전히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설사별 주택 부문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 회사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부영은 8년 만에 국내 재계 20위권에서 밀려났다.
[2023 베스트 오너십]현대차, 오너십 평가 첫 1위...재계 라이벌 희비교차
LX·장금상선, 올해 대기업군 진입…깜짝 선방 ‘눈길’
지난해 종합 평가 18위로 신규 진입했던 교보생명(신창재 회장)과 25위로 신규 진입했던 두나무(이석우 대표)는 이번에는 아쉽게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코인 투자 열풍으로 깜짝 진입했으나 올해 들어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향후 재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주목할 점은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종합 평가 15위로 신규 진입한 부분이다. HMM 인수 검토중에 있으며, 기업 규모도 재계 15위권으로 껑충 뛰었다. LX는 올해 베스트 오너십 조사에서도 15위로 신규 진입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 회사는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20위에 그쳤지만 실적 평가에서 14위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신흥 대기업 LX는 구본준 회장의 한글라스 인수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힙입어 단숨에 재계 44위에 올랐다. 공기업을 제외하면 30위권이다. 최근 업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해운사 HMM 인수에 성공하면 재계 15위권으로 진입, LS, 두산, DL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순위에서는 다소 이름이 생소한 장금상선도 깜짝 신고식을 했다. 정태순 회장이 이끄는 이 회사는 종합 평가에서 30위로 선전했다. 해운 산업의 열기가 주춤해졌지만 지난해까지 대폭 성장한 덕에 실적 평가에서 20위를 차지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베스트 오너십 종합 평가에서 각각 11계단, 16계단 순위가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종합 순위 19위를 차지한 셀트리온은 지난해 30위에서 수직 상승했다.
올해 베스트 오너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점프한 SM그룹은 지난해 종합 평가 36위에서 올해 20위가 됐다. 다만 실적이 종합 순위에 악영향을 끼친 대부분의 회사와는 달리 오너리스크 평가가 27위로 실적 평가 15위보다 낮았다.

유통 라이벌 신세계·현대백화점·롯데 희비 교차
올해 베스트 오너십 조사에서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이명희 회장·정용진 부회장), 현대백화점(정지선 회장), 롯데(신동빈 회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세계는 지난해 종합평가 14위에서 올해 9위로 5계단 뛰어오르며 톱10에 진입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해 7위였던 현대백화점은 올해 10위로 3계단 떨어지며 톱10에 턱걸이했다. 지난해 11위였던 롯데는 올해 13위로 2계단 추락하며 톱10에서 더욱 멀어졌다.
재벌가별 베스트 오너십 종합평가 순위도 흥미를 끈다. 범삼성가에서는 삼성이 3위, 신세계가 9위, CJ가 21위를 기록했다. 범현대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1위, HD현대가 8위, 현대백화점이 10위, KCC가 17위, HDC가 36위를 차지했다. 범LG가에서는 LG가 2위, LS가 7위, GS가 14위, LX가 15위에 랭크됐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