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부동산 변곡점 왔나

고금리 및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시에 급락하면서 역전
세, 깡통전세 우려를 낳았던 전세 시장이 추석 이후 본격 이사철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big story]추석 이후 이사철, 전세 시장 어떨까
# 지난 2021년 10월 아파트 전세값 폭등 시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서울 마포구 공덕
동 아파트를 당시 시세 6억 원보다 저렴한 5억3000만 원에 재계약한 직장인 A씨는 계약 만
료를 목전에 두고 이사를 고민하는 등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시세가 6억3000만 원
선이어서 1억 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대출도 있는 데다가 금리도 높아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해 인근 서대문구나 은평구 아파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값과 전세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전문가별로 시장 전망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세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21년 아파트 전세 가격 급등 시기에 당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이 보장한 ‘전가의 보도’인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5%만 전세값을 올린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입장도 시세 변동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올해 4분기 아파트 전세 시장은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big story]추석 이후 이사철, 전세 시장 어떨까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동반 상승 기류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주간 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 동반 상승 기류가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 2022년 말 대비로는 12,3% 하락세를 보여 급등 시기에는 못 미쳤다.
같은 기간 전세 가격은 0.11% 올랐으나 지난해 말 대비로는 16.3%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서울 전체와 서울 강남 지역이 특히 강세를 보였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13% 상승했으며 전세 가격 역시 0.17% 올랐다. 강남은 매매 가격 0.15%, 전세 가격
0.16% 상승세를 보였다. 전세 가격만 놓고 보면 강북 지역 도심권이 0.2%가 올라 서울에서 가
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경기도는 아파트 매매 가격이 0.18%, 전세 가격이 0.25%가 올라 서울보다 더 가격이 뛰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부산과 광주를 제외한 인천, 대구, 대전 등 전국 주요 거점에서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 동반 상승 지수를 나타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장은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가격 지표는 상승으로 나오지만 거래량 부분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국 평균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결국 하반기 대내외 여건이 집값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지금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전세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은 바닥을 다지고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이중가격’ 현상 완화
급격히 올랐던 전세 가격이 약세를 보였던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같은 단지 안에서도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이른바 ‘이중가격’ 현상이 본격 잦아들고 있다. ‘이중가격’ 현상 축소는 역전세난 우려 역시 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중가격’ 문제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4년간 보증금 증액 제한을 받게 된 임대인들이 신규 계약할 때 보증금을 크게 올리자, 갱신 계약과의 가격 차가 확
대되면서 불거졌다. ‘이중가격’은 전셋값이 급등했던 2021년 하반기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축
소됐는데, 전셋값 약세와 역전세 등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신규 계약 보증금 수준이 낮아진 영
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반기별로 전세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같은 단
지와 면적에서 1건 이상 계약이 체결된 사례를 살펴본 결과 보증금 최고가와 최저가 격차는
임대차2법 시행 이후인 2020년 하반기부터 확대되기 시작해 2021년 하반기 1억3345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점차 줄어들면서 2023년 상반기 8065만 원까지 축소됐다.
[big story]추석 이후 이사철, 전세 시장 어떨까
슬금 오르는 전세 가격, 이사철 고민 늘어날까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9월 초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443건으
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물량인 3만6504건과 비교해 13.8%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 가장 많은 매물을 기록했던 5만5882건과 비교하면 43.7%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게 된 것은 올해 상반기까지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
서 지난 2021년 정점을 찍었던 가격에 계약해 기간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이 이사를 서두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본격적인 ‘갈아타기’가 시작된 것.
아파트 매매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임대인들이 버티기보다는 매도에 나선 것도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또 전세대출 금리가 다소 떨어진 데다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등을 이유로 빌라나 다세대주택에 대비 아파트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물량 감소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세 물량 품귀에 과천 정부청사 인근 일부 아파트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전세 물량 감소에 따라 다른 주택 유형에 비해 아파트의 전세 가격 상승 폭이 더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8%가 떨어지며 하락의 정점을 찍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 7월에는 0.3% 올랐다. 아파트 전세 가
격 상승 훈풍에 단독·연립주택도 하락 폭이 축소된 가운데 연립주택의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 역전세 해소는 시기상조?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및 역전세난 해소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보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 주택 시장에서 역전세난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아파트보다 비아파트(다세대·다가구·빌라)의 역전세난은 좀처럼 풀기 어려울 것”이라며 “깡통전세, 빌라 사기 여파로 세입자가 월세만 찾아 수요 공급의 미스매칭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전세난이 계속된다고 아파트 전세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팩트는 아파트 시장에서 ‘역전세난=전세 가격 급락’으로 연결하는 것은 단순 논리의 위험 가능성이 있으며 아파트 역전세난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전망이며, 특히 전세 가격 고점 계약은 2021년 4분기가 많았던 만큼 올해 4분기에 (역전세난이) 피크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 연구원은 “임대인들의 전세금 반환 대출이 완화되면서 점점 전세 시장도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임대차 시장이 안정세에 진입한 분위기지만 가을 입주 물량이 평년 대비 많을 것으로 보여지며 역전세 시장에 대해서는 조금 완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과 전세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역전세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
망도 나온다. 부동산 R114는 7월초 정부가 역전세 대책을 발표한 이후 임대인들의 전세금 반환 대출이 보다 용이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8월에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전세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과거보다 임대차 시장이 안정세에 진입한 분위기다.
여기에 9월까지는 수도권에서의 아파트 입주 물량도 평년 대비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는 만큼 다가올 가을 이사철에는 임대차 가격의 회복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2024년 서울 입주량은 약 9000호로 역대 최소 수준을 예상한다”며 “다만 높은 전세 금리로 인해 지역적 차별화가 예측되며 내년까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학군 및 도심지 전세가 큰 폭으로 상승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외 수도권 입주량은 평년 수준 유지로 보합세지만 다만 경기도의 경우 화성·수원·영통과 과천·하남·광명 등이 최근 상승 전환 분위기에 준서울 지역의 전세 시장이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초 집값 하락 추세에서 △1·3 부동산대책 △특례보금자리대출 도입 △기준금리 인상 숨고르기 △공시가격 하락(보유세 완화 등) △규제지역 해제 등이 겹치며 수도권 위주의 가격 상승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다만 경기 위축과 2~3분기 급매물 소진으로 거래는 다소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들어 하락하던 전세 가격이 재반등하고 있고, 올해(31만6197호)보다 내년(29만7662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세대출 금리 상승이 주춤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역전세 리스크도 많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