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한국의 총선(4월), 유럽의 의회 선거(6월), 미국의 대선(11월) 등 정치적 이벤트도 산적해 있다. 이는 모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내년도 투자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적립식 투자’… 변동성 대응 ‘효과적’
투자가 쉬웠던 해는 없었지만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산 가격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시기일수록 투자자들은 기본적인 투자의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 원칙은 바로 ‘기간 분산(분할매수)’과 ‘글로벌 자산 배분’이다. 기간 분산투자는 말 그대로 투자 시점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해 금융 자산을 매수하는 적립식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이와는 반대로 거치식 투자는 시점을 나누지 않고 목돈을 한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 시장에서 특정 자산이나 상품의 수익률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거치식을 기준으로 하며, 기간 분산투자와 거치식 투자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달라진다.
기간 분산투자의 경우 중간중간에 자금이 불입되는 만큼 수익률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와 같이 급락해 있는 상황이라면, 기간 분산투자보다는 거치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주가가 낮아져 있을 때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반등 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세장이라는 확신이 있거나 폭락장 이후 반등이 기대되는 경우라면 거치식 투자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주가가 횡보하거나 약세장 이후 반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기간 분산투자를 통해 꾸준하게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매수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등장에서 탄력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예상과는 달리 폭락장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기간을 분산해서 투자하는 경우에는 거치식보다 하락 폭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시장 상승에 따른 재기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목돈으로 거치식 투자에 나설 수 없는 투자자가 점진적으로 목돈을 마련하고 싶다면 현시점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변동성 활용’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적립식 또는 기간 분산투자의 대상으로는 ‘주식’이 주로 활용됐다. 기대수익이 높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가격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요 자산 가운데 변동성이 높다는 점도 평균 매입단가 하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장기화된 기간 동안에는 주식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인식이 더욱 강화되면서 주식 선호를 뒷받침해 왔다. 금리 정점 가능성…채권 비중 확보 병행해야
고금리 국면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마무리에 접어들며 금리 정점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현시점에서는, 주식만으로 시장에 참여하기보다는 채권 비중 확보를 병행하는 것이 변동성 관리나 성과 측면에서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채권은 주식에 비해 기대수익이 높은 자산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변동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채권을 편입해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낮춘다면 시장 하락으로 투자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시점에서는 수익률 측면에서도 채권에 기회가 있다. 지난 다섯 차례의 긴축 사이클에서 금리가 정점을 형성한 시점부터 1년간의 주요 자산 가격을 추적해보면, 미 국채의 성과가 평균 12.9%으로 여타 자산 가운데 가장 우수했다.
주식의 경우에는 금리 정점 이후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1년 성과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채권은 예외 없이 모두 높은 한 자릿수 이상의 성과를 보인 것이다. 물론 아직 금리 정점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Fed는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그러나 마켓 타이밍(매수매도 시점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을 기간 분산투자를 통해 제어한다면 결국 시간은 우리의 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 할 경우에는 환헤지(외환 변동성 회피) 전략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환율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환헤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적립식 투자는 보통 1년 이상의 장기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헤지 비용을 낮추는 것이 성과에 유리하게 작용하곤 했다.
환헤지 비용은 두 국가의 금리 수준과 향후 전망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로 한국의 기준금리 3.5% 대비 2%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과거에는 한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선진국에 투자하며 환헤지 프리미엄을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산 투자를 하면 예상 외의 충격으로 증시가 조정받더라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며 주가 하락을 방어해줄 수 있다.
따라서 적립식으로 글로벌 상품에 장기 투자할 경우에는 환오픈(외환 변동성 노출) 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우리 일상의 삶뿐 아니라 투자에서도 적용되는 규칙이다. 빨리 수익을 내려는 조급함을 내려두고 기간 분산과 자산 배분 투자를 꾸준히 이어 간다면 결국 결승점에 더 빨리 도달할 것이다.
글 최보경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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