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전력망이 깔려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저장과 송전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과연 수익이 날 수 있을까. 정말 수익이 난다면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라고 할 수 있다. 정책적 지원 통한 성장 가속화 전망
스마트 그리드는 법률상으로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전기 공급자와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력망을 의미한다”고 정의돼 있다.
즉, 기존 발전소 및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를 공급자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저장한 후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 전달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도록 설계된 전력망이다.
스마트 그리드의 구현을 위해서는 발전소와 송·배전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망과 시장·제도, 실시간 데이터 및 이에 수반되는 인프라인 첨단원격검침인프라(AMI)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SS 설치가 필요하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신기후 체제로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충과 전력망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올해 2월 제3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 계획을 통해 2023~2027년간 전력망과 시장·제도,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약 3조7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실시간 양방향 통신을 기반으로 수요 관리 등을 통해 수요·공급을 최적화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으로 인한 불안정성 완화 및 연관 신산업 시장의 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다.
미국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분산 자원이 도매전력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최종 승인했고, 전력 데이터 분석, 스마트 그리드 장치 및 소프트웨어 구축 사업에 5년간(2022~2026년) 약 3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는 등 분산 자원 활성화와 신산업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TEN-E(에너지 분야 범유럽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정한 규칙)를 개정(2021년)하고 EU 공적 자금을 스마트 그리드, 수소, 저탄소 가스 개발 지원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범유럽 네트워크 구축 추진을 통해 재생에너지 이용 및 EU 회원국 간 전력 거래 활성화, 국가 간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향후 세계 스마트 그리드 시장은 2021년 360억 달러에서 연평균 18.2%가 성장할 2030년에 약 16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ESS, 전기자동차 등 분산 자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통합발전소(VPP), 수요 자원 거래 등 분산 자원 거래 모델 활성화도 기대된다. 신재생에너지↑… 노후화된 전력망 개선 필요성 커질 듯
최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냉장고, 세탁기 등의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사용됐던 전기에너지는 이제 소소한 장난감부터 휴대전화, 노트북과 같은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까지도 움직이는 세상이 됐다.
전력 소비량 증가에 따라 발전 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송·배전을 위한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송·배전망은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일기 전인 1960~1970년대 전후로 건설이 활발했던 탓에, 현재 가동 중인 송전선, 변압기, 차단기의 약 60% 내외가 40년 이상 노후화됐다.
특히 미국 전력망은 크게 서부, 동부, 텍사스주 등 3개 전력망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각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상호 연계된 전력 송전이 제한된 구조다. 이에 최근 건설이 급증한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단지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존 송·배전망에 연결하는 것은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발전용량은 1250기가와트(GW)지만 2022년 말 기준으로 전력망 접속 대기 중인 용량은 2000GW 이상이며 기존 전력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평균 5년의 대기 시간을 예측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 정부는 미국 전역의 전력망 복원력과 신뢰성을 강화해 더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의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트에 역대 최대 규모 직접투자에 해당하는 35억 달러(약 4조8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인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 변동성이 크다. 전력이 과잉 생산되거나 중단될 수도 있어 잉여 전력의 저장과 필요 시 공급해줄 수 있는 ESS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심해지고 있는 가뭄, 화재, 지진 등의 자연재해라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노후화된 전력망의 교체와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발전소와 송·배전망 외에도 신기술이 접목된 AMI, EMS, ESS 등과 같은 핵심 인프라 구축이 수반돼야 한다.
AMI는 양방향 통신을 이용해 전력 회사가 고객의 전력 사용량을 원격으로 자동 검침하고 이에 따라 정확한 전력 공급과 과금, 보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시간대별 요금 정보, 전력 사용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고 자발적인 에너지 감축 등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EMS는 현대 빌딩 관리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기술로 전체 전력 공급 계통에서 수집된 실시간 정보를 기반으로 시스템에 연계된 발전 설비를 최적으로 제어해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하고자 하는 시스템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ESS의 에너지 흐름 제어를 통해 상태 정보를 수집, 관리함은 물론 에너지 사용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장치(배터리 등)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공급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는 장치다. 발전과 수요가 일치하지 않는 시스템상의 문제 해결과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완화를 위해 필요하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영역, 생성된 전기를 이송하는 송·배전 영역, 전달된 전기를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 영역에서 모두 사용된다. 안정적 성장 기대…스마트 그리드 관련 ETF 주목
송·배전망의 수명은 대략 50~60년에 이른다고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설치돼 있는 전력망은 대부분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진 1960~1970년대에 설치됐다. 현재는 그 수명이 한계에 다다랐고, 노후화된 전력망으로 인해 중간에 사라지는 전력 손실 비용 또한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탄소 저감이란 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 전력망과 연계하기 위한 신규 투자 비용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각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순차적인 전력망 교체와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어 병목현상은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드 산업은 명확하게 섹터가 구분되지는 않으나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전력 기기 관련 장비, 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둘째는 전력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유틸리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장기 투자 사이클 속에 성장이 기대되는 스마트 그리드 관련 ETF는 올 상반기 글로벌 자산 시장의 훈풍과 관련 인프라 투자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최근 고금리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대됨에 따라 연초 대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인 투자 심리 불안에 따라 부진한 모습이지만 스마트 그리드 산업의 성장을 예상한다면 관련 ETF에 대해 장기적인 접근도 유효해 보인다. 주목할 만한 스마트 그리드 ETF 중 대표 격인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 에지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스트럭처(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Smart Grid Infrastructure·GRID ETF)는 미국 상장 ETF로 전력망, 전기 계량기 및 기기, 네트워크, 에너지 저장 및 관리,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부문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활성화에 주로 관여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다.
국내에 상장된 스마트 그리드 관련 ETF로는 지난 4월 상장한 하나로 CAPEX 설비투자 아이셀렉트(HANARO CAPEX 설비투자 iSelect·A454320)가 있다. 이 ETF는 건축 설비와 전력 설비, 공작기계, 풍력 및 원자력발전 설비 등 설비투자 산업 관련도가 높은 20개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글 김영각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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