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마음이 지친 번아웃 상태의 구성원을 잘 위로해줄 수 있을까”란 리더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위로를 전달할 수 있다”고 우선 답한다. 말 이전에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번아웃이 온 구성원을 위로하는 리더
‘스테이 인터뷰’도 중요하다
“나는 번아웃 된 적이 없다. 스트레스도 즐겨라.” 이런 말을 기관장이 회의에서 한다면, 직원들의 표정이 어떨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상대방의 지친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고픈 동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조급한 해법 제시는 오히려 역작용이 나기 쉽다. 솔루션을 먼저 제시하는 것보다는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소통 능력을 과신하고 자신감에 차 위로를 전달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저항감이 생기고 마음이 더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워낙 문제를 분석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데 훈련이 돼 있다 보니 쉽지 않다. 소통을 위한 질문도 내용이 부정적일 때가 많다.
퇴직률 증가는 회사의 큰 고민이다. 퇴직의 이유를 분석하려는 ‘퇴직자 인터뷰(exit interview)’는 문제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치중하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중요한데 놓칠 수 있다.
남아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스테이 인터뷰(stay interview)’도 퇴직자 인터뷰와 같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정보도 얻고 조직 로열티 상승 등 심리적 유익도 얻을 수 있다. 스테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우선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급하게 대응해 조정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회사를 떠나고픈 마음을 키울 수 있다.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즉각 긍정적으로 돌리고 싶은 욕구가 우리 안에 존재해 이런 행동이 나오기 쉽다. ‘우린 잘할 수 있어’, ‘스트레스도 즐기자’ 같은 식의 기계적 장담과 과도한 긍정 에너지 유도는 구성원들이 솔직한 자기감정을 표현하려는 동기를 위축시킨다.
자녀와의 소통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부모에게 자녀의 문제점 말고 자녀의 장점에 대해 물으면 대답이 지연되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에 대한 걱정은 사랑의 증거이지만 문제 중심의 소통으로 빠지게끔 한다. 잘 사랑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자녀가 속내를 이야기할 때 “그건 아니다”라며 빠르게 수정 솔루션을 주면 마음을 닫게 된다. 입이 간지러워도 참고 자녀 입장에서 경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자녀는 어떤 취향의 친구를 사귀는지, 마음을 터놓는 친구는 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스트레스를 푸는지 등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자녀의 신뢰를 얻는 기간이 필요하다.

입사 초기 번아웃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옅어지고 이직률도 높아지다 보니, 입사 초기부터 구성원의 이탈을 막기 위한 교육 등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한 유명 컨설팅 회사가 제시한 회사를 떠나고자 하는 마음을 돌이키는 전략을 살펴보면, 우선 금전적 보상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업무 능력에 성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직원 가족들에 대한 돌봄을 확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실제 적용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들이다.
‘입사 초기 번아웃’ 관련 고민을 종종 접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기대를 안고 입사했는데 자기 자신과 조직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보니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왜 실망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 전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즉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정체성의 고민이 많다. 또 회사에서 본받을 만한 좋은 리더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실망도 이직을 생각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입사 1~2년 차는 마음 에너지가 활기차야 할 때이지만 실제론 번아웃이 올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상당한 에너지를 쓴 상태다. 기대했던 취직이 이루어져 기쁘지만 큰 경기를 치른 후 마음에 어느 정도의 공허함 등은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적응에는 에너지가 몇 배 사용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의외로 입사 초기 번아웃이 찾아오기 쉽다. 거기에 정체성과 구성원 간 사회적 관계 등에 있어 스트레스가 함께 겹치면 ‘내가 어디에 있고 이 방향이 맞는가’ 하는 회의가 찾아오면서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심리적 회피 반응’이 찾아올 수 있다. 심각하면 사직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은 리더가 “나를 믿고 따르라”는 것보다는 “너의 업무가 전체 큰 그림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상세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정체성의 혼란이나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감 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입사 초기 번아웃 극복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다.


글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