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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EO 5명중 3명 "경제 전망 어둡다"
한국 최고경영자(CEO)들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삼일PwC가 발표한 ‘제27차 연례 글로벌 CEO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CEO의 64%가 국내외 경제 둔화를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CEO 평균(45%)보다 높은 수치다.
삼일PwC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CEO 설문조사' 보고서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105개국 4702명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CEO들은 회사 경영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회사가 현재 추세로 계속 운영된다면 수익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0년 미만’이라고 답한 한국의 CEO가 75%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CEO 평균(45%)과 비교했을 때 큰 격차다.

보고서는 “한국 CEO의 국내 경제 전망이 부정적인 이유는 높은 대외 의존도와 급속한 고령화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CEO 5명중 3명 "경제 전망 어둡다"
한국 CEO는 ‘향후 3년간 매출 성장에 대해 확신하는가’란 질문에 34%만이 ‘확신한다’고 답해 지난해(53%)보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CEO는 같은 질문에 49%가 ‘확신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은 향후 3년간 기업 경영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가져올 요인에 대해 정부 규제(53%)와 경쟁업체 활동(53%)을 꼽았다.

밥 모리츠 PwC 회장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높아졌지만,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수익 전망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졌다. 이에 비즈니스의 근본적 혁신의 필요성은 더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 출시가 가속화되고 기후변화 비즈니스가 구축되는 등 올해는 변화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경제 변동성 등 주요 리스크에 대한 우려 수준은 전년보다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기대감에 글로벌과 한국 모두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폭(글로벌 16%포인트, 한국 18%포인트)으로 감소했다. 또한 주요 경제 환경 변화(고금리·리오프닝·환경 규제)에 적응함에 따라 거시경제 변동성, 보건 리스크 등에 대한 CEO들의 경계심도 낮아졌다.

글로벌 CEO들도 기술·고객 선호도 변화·정부 규제·기후 대응 등 혁신의 주요 동인이 앞으로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친화적 투자에 대해 한국 CEO의 38%는 재무 계획 반영, 교육·솔루션 투자 등에서 전략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는 글로벌 평균(30%)보다 높았다. 또한 한국 CEO의 43%(글로벌 41%)는 기후친화적 투자를 할 때 다른 투자 대비 낮은 수익률을 용인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CEO의 70%는 향후 3년 내 생성형 AI로 회사의 가치 창출 방식이 바뀔 것이라 생각 했으며, 한국 CEO는 생성형 AI 도입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로 직원의 업무 효율성 증가(70%)를 가장 많이 기대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64%) 대비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CEO의 64%는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규제 환경을 꼽았다. 특히 한국 CEO는 더 높은 비율(74%)로 규제 환경이 혁신을 방해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혁신과 관련된 활동(신기술 개발·전략적 파트너십 체결·M&A 등)과 수익률 사이에는 긍정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CEO의 80%는 향후 3년 내 인수·합병(M&A)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세계 경제에 대한 각국 CEO의 전망은 엇갈렸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글로벌 CEO 가운데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 생각하는 응답자는 38%로 전년(18%)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더 많은 수(45%)가 경기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 않다.

보고서는 “이번 글로벌 CEO 설문조사의 내용을 분석하며 대다수의 CEO가 전략적 전환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현재 상황에 도전하는 리더십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훈수 삼일PwC 대표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CEO들은 업계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합작 투자 및 제휴 등을 통해 경쟁사 대비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더 높은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을 10년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