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의 주인공은 역시 인공지능(AI)였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자동차, 로봇, 헬스케어, 화장품 등 AI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AI가 빚어낼 미래 세상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big story]AI가 바꿀 미래, 新비즈니스 달군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2월 15일(현지시간) 새로운 AI 모델 ‘소라’를 내놓았다. “여러 마리의 거대한 털매머드가 눈 덮인 들판을 밟으며 다가오고, 걸을 때 긴 털은 바람에 가볍게 날리고, 멀리서 눈 덮인 나무와 산, 한낮의 햇살과 뭉게구름, 저 멀리 높은 태양이 따뜻한 빛을 만들어내고, 낮은 카메라 시야는 아름다운 사진과 심도로 커다란 털매머드를 멋지게 포착합니다”라는 텍스트를 입력하자 소라가 만들어낸 동영상 이미지의 일부 . 한경DB]

“오늘 우리는 혁신적인 제품 세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대화면의 터치스크린 아이팟과 혁명적인 휴대전화, 완전히 새로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기. 이것들은 각기 다른 기기가 아니고 단 하나의 기기입니다. 우리는 이 제품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행사장에서 당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기조연설은 전설이 됐고, 이후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격변이 일었다. 우리의 일상 속에도 스마트폰은 깊숙이 들어와, 비즈니스 생태계도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전 세계 비즈니스의 화두는 AI를 향하고 있다.

현재 AI 시장은 챗GPT(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주도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와 자연어로 소통하며 스토리 개요, 보고서 등 텍스트부터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와 같은 멀티모달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올해는 AI가 텍스트 기반 채팅을 넘어 음성, 비디오까지 통달하는 멀티모달 모델로 대중화될 전망이다.

생성형 AI 시장은 2020년 140억 달러에서 2032년 1조3040억 달러로 성장이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45.9%로 전망된다. 이는 기업들이 생성형 AI 확산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생성형 AI 기술로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 서비스 혁신과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해 조직의 AI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MS는 오픈AI 투자로 ‘코파일럿’ 등을 공개하는 등 생성형 AI 대중화에 나섰고, 구글은 생성형 AI 바드에 이어 범용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선보이는 등 시장 공략에 힘을 실고 있다.

MS 관계자는 “MS는 전 산업의 고객과 파트너가 조직 내에서 AI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코파일럿의 차별화된 기술부터 파트너 환경, 고객과의 공동 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조직들의 성공적인 AI 혁신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 열풍 이후 기업 가치가 치솟은 오픈AI는 잇따라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픈AI는 텍스트를 최대 1분 길이의 동영상으로 변환하는 AI 모델 ‘소라(Sora)’를 지난 2월 15일 공개했다. 오픈AI는 “소라는 여러 캐릭터와 특정한 동작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장면을 생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소라는 텍스트만으로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고 기존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생성할 수도 있다. 기존 동영상을 확장하거나 누락된 프레임을 채울 수도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소라는 처음에는 ‘제한된 수의 창작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변주는 전 산업군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권이다. 금융권이 생성형 AI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파급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매킨지가 조사한 16개 비즈니스 영역별 생성형 AI의 경제적 가치를 보면, 은행업은 하이테크 산업 다음으로 높은 경제적 효과가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국내 금융사들이 생성형 AI 기술 개발 및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검색, 채팅, 문서 작성 등 8가지 기능을 처리하는 실증실험용 KB-GPT 데모 웹사이트를 개설해 데모를 마쳤다.
신한은행은 챗GPT를 기반으로 한 대직원용 대화형 업무 지식 Q&A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 중이며, 하나금융은 금융 특화 버티컬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이다.

향후 금융 특화 언어모형과 LLM을 활용해 직원 업무 지원과 대손님 금융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고객 대상 ‘AI 뱅커 시스템’에 본격 착수했다. 현재 금융 특화 언어모델 기반 챗봇을 구축하고 자연스러운 문구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기술로 예·적금 신규 상담 관련 학습 데이터 제작, 언어모델 개발·검증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기존 금융AI에서 활용된 정보들이 정형 데이터 중심이었다면 생성형 AI 시대가 되면서 비정형 데이터들도 충분히 활용되면서 과거 가능했던 예측보다 좀 더 정교하고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여기에 복잡하고 많은 연산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어 개인별 상황에 맞춰 금융 활동을 돕는 종합적인 금융 자산관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기술 AI, 전 사업을 지배
올해 CES에 부스를 차린 참가 업체들은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기술 혁신 성과를 공개했다. 이는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라는 뜻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AI와 모빌리티, 푸드테크, 행복과 건강의 조화 등을 주요 테마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돕는 혁신들이 대거 소개됐다.

CES에서 폭스바겐은 아이다(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챗GPT를 통합한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운전 중에도 챗GPT로 검색한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 음성 제어 기능을 뛰어넘어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에어컨 공조기를 제어한다. 일반적인 지식이나 정보 등 챗GPT의 기존 기능도 모두 제공된다. 운전 중 별다른 조작 없이도 차와 매끄럽고 깊은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챗GPT 기능은 올해 2분기부터 생산되는 폭스바겐 차량에 적용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AI 기반으로 직관적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가상 어시스턴트’를 공개한다. 운전자와 자동차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게 벤츠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와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삶의 혁신’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 AI 기반으로 사람과 모빌리티, 데이터, 도시를 연결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big story]AI가 바꿀 미래, 新비즈니스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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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에 참석한 LG와 삼성전자. 한경DB]

이 밖에도 인터넷, 사물인터넷(IoT), 생체인식 등 미래 기술과의 융합으로 더욱 똑똑해진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AI와의 접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 업계는 스마트홈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홈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주거 환경을 말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2년 1176억 달러에서 오는 2027년 2229억 달러로 90%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홈은 그동안 사용자가 스마트폰이나 TV 등을 통해 IoT로 연결된 다른 기기들을 제어하거나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는 사용자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기기와 서비스가 스스로 상황을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선제적으로 맞춤형 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핵심은 AI다. 기기에 탑재된 AI가 외부 서버와 연동해 사용자 행동 패턴과 사용 환경을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해 가사는 물론 건강, 안전, 에너지 절감 등 생활 전 분야에서 개인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오븐’은 내부에 탑재된 카메라가 조리하는 식품 이미지를 촬영하면 온디바이스 AI가 수집된 데이터의 식품 여부나 조리 상태 등을 분석한다. 삼성 TV에도 AI 프로세서가 탑재돼 화질과 음질을 스스로 향상시키고 콘텐츠, 서비스를 고객 맞춤형으로 추천하며 주변 기기와의 연결을 매끄럽게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모든 제품을 온디바이스 AI로 출시할 방침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55%를 점유할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생태계(SAFE) 협력사들과 AI 반도체 설계, 생산 노하우를 공유하며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하드웨어 강점을 기반으로 향후 온디바이스 AI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시킬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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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모빌리티 ‘다이스’ 전시된 현대차 전시관. 한경DB]

LG전자도 온디바이스 AI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찌감치 로봇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에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칩’을 개발했다. LG전자의 AI칩은 △공간, 위치, 사물, 사용자 등을 인식하고 구분하는 ‘영상지능’ △사용자의 목소리나 소음의 특징을 인식하는 ‘음성지능’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감지해 제품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제품지능’ 등을 통합적으로 구현한다. AI칩을 탑재한 제품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한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AI 기술 개발 및 서비스 기업인 업스테이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소형언어모델(SLM)’, 노트북에 적용하는 AI 기능 및 서비스 개발 협업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더불어 뷰티,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AI 기능을 접목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뷰티테크는 프랑스 뷰티 기업 로레알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CES 2024’ 기조연설에 나선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CEO는 생성형 AI 챗봇 ‘뷰티 지니어스’를 공개했다. 뷰티 지니어스는 사용자 피부와 상황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뷰티 컨설팅 애플리케이션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해 5월 맞춤형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톤워크’를 론칭했다. 톤워크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각자 피부 색상에 최적화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제조해주는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은 ‘CES 2024’에서 입술 진단과 케어가 모두 가능한 ‘립큐어빔’도 선보여 뷰티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립큐어빔은 센서를 통해 사용자 입술 상태를 진단한 후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가시광선을 이용해 입술을 케어하는 뷰티테크 제품이다.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국내 침대 매트리스 제조사 럭스나인의 의료기기 브랜드 ‘바디로그’의 AI 가슴 패치가 대표적이다. 바디로그 가슴 패치를 이용하면 심뇌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수면 상태, 스트레스 수준, 신체 활동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환자 등에게 유용한 웨어러블 기기인 셈이다. 미 IT 전문 매체 CRN은 “바디로그 가슴 패치는 CES 2024에서 가장 멋진 웨어러블 기술을 전시한 업체 중 하나”라며 “추락 또는 응급 상황에 대한 사고 후 보고서를 제공해 향후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국내 스타트업 텐마인즈의 AI 기술을 적용한 베개 ‘모션슬립’도 흥미롭다. AI 기술을 통해 코골이를 하는 사람의 고개를 움직이게 해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주는 모션필로로, 수면 건강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