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더밀크 대표 인터뷰

모든 건 현장에 답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공지능(AI) 비즈니스가 꽃피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디어그룹 더밀크의 손재권 대표는 12년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현장을 취재해 왔다. 특히, 올해는 CES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섹션 연사로도 나선 그와 AI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길 나눠봤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big story]"AI 기술만 집중 말고 파생 생태계 봐야"
왜 지금 AI일까요.
“요즘 어디서든 다 AI, AI 하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뭔가 어렵고, 기술용어로만 들리죠. 그런데 앞으로는 이 용어를 단순히 기술용어로만 봐선 안 돼요. 경제용어이자 정치·사회용어로도 쓰여야 해요. 가령, 현재 우리는 스마트폰을 그저 하나의 디바이스로만 보지 않죠. 그 안에 파생된 다양한 생태계가 있잖아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고, 인스타그램, 엑스(X·구 트위터) 등이 덩달아 부흥하면서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쳤어요. 저는 AI도 그렇게 될 거라 봐요. AI를 단순히 기술로만 접근해선 안 돼요. 인문학, 사회학, 정치학, 문학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기술을 함께 교류하고, 새로운 걸 파생시켜야 해요. 삼성전자 등 기술을 앞세운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이 높았지만, 인스타그램, 틱톡 등등 세계적인 플랫폼을 성장시키진 못했잖아요. 그저 지켜만 봤죠. AI도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AI의 기술에만 집중해선 안 됩니다.”

AI가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거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지금 세계는 저성장·고물가 시대죠. 우리나라도 현재 경제성장률이 1.4%밖에 되지 않아요. 마치 1980년대 냉전 후 인플레이션 공포와도 흡사하죠. 그 정체된 상황에서 등장한 국가가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이 그 무렵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노동력 13억의 시장이 열리게 됐죠. 그렇게 지난 30년간 많은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세워 생산을 해 왔어요.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아 왔고 중국의 성장으로 물가 상승이 억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생성형 AI를 이제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무기로 봐요. 제로에 가까운 노동력으로 생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의 중국의 역할은 이제 AI가 대체할 것이고 중국처럼 공장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big story]"AI 기술만 집중 말고 파생 생태계 봐야"
[손재권 더밀크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CES 2024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패널 토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CES의 공식 스피커로 데뷔, CES에서 AI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말했다. 한경DB]

AI 거품론도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옥석을 가려야 하나요.
“사실 지금의 AI 열풍이 방금 막 시작된 바람은 아닙니다. 이미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우후죽순으로 다양한 기술들이 세상에 소개됐어요. 가령, 음성비서 기능을 담은 스피커의 경우, 2017년 아마존 알렉사를 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이 시장에 등장했지만 시장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상당수는 사라졌죠. 저는 그 이유를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저 날씨와 시간을 묻고 답하는 기능으로는 부족한 거죠. 반면, 지금 가치를 인정받는 AI들은 대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해요. 생성형 AI가 대표적이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생산성을 지닐뿐더러, 계속 트레이닝(학습)을 시켜서 개인에게 맞춤 케어를 제공해주죠. 그건 UX 영역이거든요. 결국 AI 시대에서는 새로운 UX를 구현,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걸 제공하지 못하는 AI라면 결국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모든 걸 AI가 대체할까요. 결국 가치를 주는 방향은 인간이 설계하는 것 아닐까요.
“좋은 지적이십니다. 비단,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창의력’ 영역은 그리 빨리 도달하기 어렵다고 봐요. 가령, 1 더하기 1은 2죠. 사람들은 그걸 상상하는 것에 따라 11로도 볼 수 있고, 100으로도 풀 수 있죠. AI가 그러한 인간의 창의적인 영역, 상상력을 대체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국내 기업들이 AI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이번 CES 전시장 곳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는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참여했던 AI 스타트업들의 기술도 상당수 뛰어났고요.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한국을 보면 일부 대기업 외에는 존재감이 적어요. 대개 잘 모른다고 하죠. 그만큼 제대로 홍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죠. 아직도 전시회의 무대 설치에는 많은 돈을 쓰면서 실질적인 해외 네트워크 확보에는 투자하지 않는 기업 행태들이 적지 않아요. 그저 국내 언론의 반응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많고요. 글로벌 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해외 언론과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치밀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