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테크
마음을 읽는 건 이해의 첫걸음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건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고, 내 마음에 귀 기울인다는 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실체가 없어 더욱 어려운 마음 읽기. 사람이 하지 못하는 걸 스마트 기술이 해내는 ‘마인드테크Mind Tech’ 시대가 도래했다.내 마음을 잘 아는 챗봇

생성형 AI의 대항마로 부상한 ‘파이Pi’는 대화형 AI 챗봇으로, 사용자와 친구처럼 대화하고 질문에 응답하는 개인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학습하고 광범위한 질문에 맞는 답을 생성하기보다는 친구와 이야기하듯 감성적 대화와 관계 중심의 상호작용에 중점을 둔다.

과연 기술이 고유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챗봇 서비스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사용자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챗봇은 마인드테크의 기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인드 산업과 기술의 운명적 만남
마인드테크는 정신 건강을 돕는 여러 기술과 서비스를 통칭한다. 이는 명상과 수면, 기분 관리, 스트레스 감소, 기억력 향상 등 마인드 산업 전 영역을 포괄한다. 마인드테크의 성장에는 접근성을 높인 모바일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 뇌 과학의 발전도 한몫하고 있다. 즉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모바일 앱은 사용자 측면에서 접근성과 사용성을 제공한 기술이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앱에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은 이런 특성때문에 사용자의 상태를 인지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러한 기술적 인프라의 보조로 이미 시장에는 많은 마인드테크 서비스와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유니콘이 된 명상 앱 서비스도 있으며, 수백억 원을 투자받은 상담 테크 기업과 수면 테크 기업도 있다. 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심오한 마음과 정신의 영역에 이렇게 기술을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심인성 질환의 증가 속도에 비해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는 팬데믹 전에는 인구 10명당 1명, 팬데믹 후에는 인구 5명당 1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구 1만 명당 1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보유하길 권장하는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둘째,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볍지만 빈번하게 나타나는 우울감·불안·두려움 등을 질환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셋째, 치료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혹은 두려움 때문에 치료 시기를 늦추게 된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큼 좋은 솔루션은 없다.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을 터치하다
순간의 우울감, 불안감 등 얕은 감정의 동요에는 챗봇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꾸준한 마음 케어와 성장 없이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인드테크다. 명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상 앱, 내담자와 상담자를 연결하는 심리 상담 플랫폼, 편안한 잠을 돕는 수면 제품과 서비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등 치료를 돕는 스마트 기술들이 마인드테크를 대표한다.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에 적용되는 기술도 마인드테크에 해당한다. 뉴로피드백은 두피에 전극을 배치해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불안, 우울증 및 외상성 뇌 손상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등의 문제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로 극복할 수 있다.
가상현실 치료는 환자가 마천루 빌딩의 첨탑에 있거나 악천후 속 비행기를 탑승한 것 같은 상황에 노출시킨다. 안전한 가상 환경에서 받는 치료는 개인을 실제 현실 자극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는 기존 노출 치료보다 유연하고, 접근하기 쉬우며, 증상 개선 효과도 있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전화 한 통이면, 앱만 켜면 마음의 안정을 위한 도움을 받을수 있을 뿐 아니라 내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학습된 인공지능과 소통도 가능해진 세상이 도래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놓치는 풍경도 많은 법. 외로움, 스트레스, 불안 등 다양한 심리 상태를 놓치지 않고 어루만져줄 스마트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글. 최예신(베러마인드 대표)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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