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소득 상승, 미중 패권전쟁 등 인도의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 달라진 위상만큼 인도 증시를 추종하는 ETF를 향한 투심도 뜨겁다. 이 열풍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스페셜]뭉칫돈 몰리는 인도 펀드

①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FICC ETF운용본부장
“인도 경제 60%가 내수…소비재 기업 담은 ETF 준비 중”
‘넥스트 차이나’, ‘인디언 드림’의 시대는 정말 올 것인가. 인도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돈뭉치가 몰리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벌써 인도 ETF를 1436억 원(4월 17일 기준) 이상 사들였다. 중국이 부진한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대안이 될 유망 신흥국으로 인도에 주목한 것이다.

4월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 ETF의 최근 3개월과 1년 수익률은 각각 8.25%, 57.94%에 달한다.

연평균 6.3% 성장…2030년 세계 3위 경제 대국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은 7.71%, 55.2% 올랐고,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코세프(KOSEF) 인도Nifty50(합성)’ ETF도 4.37%, 28.36% 상승했다. 현재 뜨겁게 달아오르는 인도의 자본시장이 단기 고점에 달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추세적 성장세를 전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FICC ETF운용본부장은 “인도 경제는 2030년까지 연평균 6.3%씩 성장해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신흥 시장에 대한 관심이 인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중국 증시가 하락하는 동안 인도 증시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 증시를 공략하는 국내 투자자를 위해 상품 라인업 다변화에 나섰다. 지난 2016년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을 선보인 이후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지난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TIGER 인도니프티50’이다. 이 ETF는 인도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의 일간 수익률 2배를 추종한다. 니프티50 지수는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 상장 종목 중 유동비율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개 종목이 담겼다. 니프티50 지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1년 새 니프티50 지수는 23.5% 상승했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인도증권거래소들의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4조 달러를 돌파하며 홍콩 증시를 제쳤다. 이처럼 인도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중장기 성장성이 부각된 덕분이다. 향후 인도 경제에 관한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2023년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2024년 인도 경제성장률은 6%로,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2.7%)은 물론, 중국 성장률 전망치(4.6%)를 뛰어넘는다.

김 본부장은 “통상 신흥국의 경제를 평가하는 지표로 5년 주가성장성비율(PEG: PER을 연평균 EPS 증가율로 나눈 값)을 보게 되는데, 인도는 1.4배에 불과하다. 글로벌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니프티50 지수의 코로나19 이후 4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약 13.7로, 선진국 레벨의 수익성을 보인다. 이 같은 높은 증시 벨류에이션은 인도 경제와 기업의 높은 성장세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인도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이머징 국가의 주식 시장일수록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서 초과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인도는 다른 이머징 국가들에 비해 시장 비중이 커, 주로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중소형주의 장기적인 성장성이 기대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기준 101~250위 중형주의 전체 시가총액은 2023년 5월 기준 5610억 달러로, 2016년 5월(2010억 달러) 대비 2.8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도 대형주를 담고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인디아 지수가 1.7배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중소형주의 높은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인구 추월, 그만큼 중산층도 늘어

‘미래에셋 인도중소형포커스펀드’가 대표적이다. 인도의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펀드로 대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주식을 발굴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대체로 인도 중소형주는 산업재와 소비재 등 인프라 투자와 연관된 종목 비중이 높은데, 즉 내수 성장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 비중이 높다. 인도는 내수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되기 때문에 중소형주가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 대표 소비재 기업군에 투자하는 ETF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인구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핵심은 늘어난 인구만큼 중산층 인구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인도 경제의 60%는 내수다. 중산층이 늘어날수록 소비 규모 역시 커질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내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ETF를 상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ETF는 인도 내수 소비 시장에서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대형 소비재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인도 1위 보석 기업 ‘타이탄 컴퍼니’, 인도 1위 식품 기업인 ‘네슬레 인디아’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도 관련 ETF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 증시가 단기간 급속도로 튀어 오른 만큼 숨 고르기 구간에서 강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인도 투자 시, 정부 부채 비율의 상승 및 상대적으로 높은 벨류에이션은 고려할 만한 사항”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인도 증시가 일부 변동성을 보일 수는 있지만,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탄탄한 내수경제 등 인도의 장기적 잠재력과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투자처로 매력 있는 국가다. 특히, 올해 예정된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연임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과 외국인 투자 확대, 인프라 개발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