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전문가들도 수정된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살펴본다.
[big story] 복잡해진 금리 시나리오…전문가의 예측 ②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앞서 6월로 전망했던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을 9월로 늦췄다. 미국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빠르게 금리를 내리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미국 제조업, 고용, 소비 등의 지표가 줄줄이 양호하게 나온 데 이어, 물가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완만해지고 있다.백 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우려가 나오면서, 미국 Fed도 당초 생각했던 스탠스보다는 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금리를 인하한다면 시점은 9월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향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9월 인하 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게 백 연구원의 전망이다.
문제는 미국의 물가 경로다. 백 연구원은 “단순히 한 분기 정도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방향이라면 올해 금리 인하를 한 번 하든 두 번 하든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만약 물가가 2%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4~5%로 올라갈 우려가 커진다면 올해 금리를 인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9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긴 하지만 물가 경로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올해 인하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만큼(전망하기가)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
반드시 물가가 목표 범위에 들어와야만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Fed가 물가 경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백 연구원은 “자신감은 결국 물가 경로를 확인해야 생기는데, 눈으로 보이는 숫자(지표) 자체가 높으면 경로를 예측한다고 해도 확신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이 둔화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조금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물가에 초점을 맞췄던 Fed의 정책 스탠스가 경기나 금융 안정 리스크 쪽으로 좀 더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분기 정도 먼저 인하 가능”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은 미국보다 빠른 8월로 예상된다. 백 연구원은 “국내 요인만 놓고 보면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우리나라는 물가도 미국만큼 높지 않고 경기에 대한 하방 리스크도 큰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같은 금융 안정 리스크 이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리스크들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정책 공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은이 미국과 완전히 동떨어진 상태에서 통화정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미국보다 몇 분기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선진국들이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를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하 스탠스를 확인한 뒤 한 분기 정도 먼저 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스위스는 이미 금리를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며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춘 지역의 금융 시장 상황 등을 살펴본 후 크게 특이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도 국내적 요인을 고려해 더 빠르게 정책 대응에 나설 여지를 한은이 열어 뒀다. 미국이 3~4분기에 확실하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일 경우 한은이 3분기에 먼저 인하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를 저지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원화 가치 절하는 기본적으로 수입 물가 상승을 가져오고,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이어질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ng.com
-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