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뭉칫돈이 몰린다는 뉴스가 쏟아지자 인도 투자가 단기 고점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인도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을뿐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인도 시장을 주목한다

[스페셜] 뭉칫돈 몰리는 인도 펀드
순자산 2조 넘어선 인도 펀드, 투심 뜨거운 이유는
국내 투자자들의 인도 베팅이 늘고 있다. 14억 명 인구와 인프라 개발, 제조업 육성을 기반으로 고성장을 이어 가는 인도가 ‘넥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18일 인도 펀드 28개의 설정액은 1조17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인도 펀드의 순자산은 올해 2월 말 처음 2조 원을 넘어선 이후 이날 기준 2조4210억 원을 기록했다.

인도 펀드, 1년 평균 수익률 38.16%

인도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11.18%를 기록하고 있고, 기간을 1년으로 넓히면 수익률이 무려 38.16%에 달한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과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로 국내외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에 비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순자산 2조 넘어선 인도 펀드, 투심 뜨거운 이유는
현재 인도 투자는 국내에서 인도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같은 간접투자가 보편적이다. 자산운용사들도 인도 펀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 대표 소비재 기업군에 투자하는 ETF 출시를 예고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말 출시한 ‘한국투자인도5대대표그룹펀드’ 판매사를 기존 2개에서 최근 9개로 늘렸다. 이 펀드는 인도 핵심 산업을 이끄는 5대 대표 그룹과 그 계열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인도 국민 기업으로 불리는 타타그룹에 투자하는 ETF를 준비 중이다.

운용사들이 인도 테마형 상품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도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년째 급성장하며 중국을 대체하는 신흥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으로 꼽히며 2030년 이후 미국, 중국에 이어 주요 3개국(G3)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문영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 교수(전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장)는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5.8%로 후퇴했던 인도 경제는 2021년 9.1%, 2022년 7.2%, 2023년 7.6%, 올해 7%로 평균 7%대의 고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4~5%대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대(對)인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연 800억~900억 달러로 중국의 60%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인도 주가지수(NIFTY 50)도 코로나19 이후 지난 3년간 60% 가까이 급등하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0월 24일 인도 뭄바이의 봄베이증권 거래소(BSE)에서 주식중개인과 그 가족들이 디왈리 축제를 맞아 특별 거래를 하는 모습
지난 2022년 10월 24일 인도 뭄바이의 봄베이증권 거래소(BSE)에서 주식중개인과 그 가족들이 디왈리 축제를 맞아 특별 거래를 하는 모습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도 “인도 증시가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신고가를 경신해 오고 있고, 주요 신흥국 대비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에서 거래되고 있어 과열 논란이 나올 정도”라며 “하지만 현재의 고PER은 인도 경제와 기업의 높은 성장세에 기인하고 있어 주식 시장을 과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으로 거대한 소비 시장을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과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른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등 리레이팅(가치 재평가) 요인이 많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세계 1위 인구 대국 우뚝, 중산층 급증

인도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폭발적인 ‘인구 증가’다. 2023년 중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된 인도는 현재 14억 명을 넘어 2064년에는 17억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평균 연령도 28세로 중국의 38세에 비해 10년 젊고 역동적이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중 역시 1980년 56% 수준에서 2020년 68%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있다.
순자산 2조 넘어선 인도 펀드, 투심 뜨거운 이유는
순자산 2조 넘어선 인도 펀드, 투심 뜨거운 이유는
인도의 중산층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도시인구 비중도 2022년 36% 수준에 도달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증가와 함께 인도의 소비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인도 상위 중산층(연 8500달러 이상)은 6000만 가구다. 이 숫자는 2030년 1억6300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문영 교수는 “중산층 인구의 증가와 함께 인구구조상 일정한 교육을 받고 디지털 역량을 갖춘 10~20대가 향후 20~30년에 걸쳐 인도의 핵심 구매력 계층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인도 가전 시장 규모는 2018년 109억3000만 달러(약 15조2500억 원)에서 2025년 211억8000만 달러(약 29조116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인도 내 중산층의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프리미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소비는 패션·화장품, 자동차, 식품·음료, 외식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가전·스마트폰 소비 시장의 잠재력이 주목받는다. 보급형 가전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약 6억 명에 달하는 등 추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이 인도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19%)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현지에만 최첨단 제조 공장 2곳, 연구·개발(R&D)센터 3곳, 디자인센터 1곳을 운영하며 수천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인도 첸나이에 기업 간 거래(B2B) 쇼룸 공간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신설, 인도에서 B2B 매출 비중을 2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자동자 분야 역시 인도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인도 완성차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42조5600억 원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인도 완성차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약 71조3800억 원으로 늘어나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모디 정부는 제조업 진흥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를 내세우며 특히 자동차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법인세율이 낮은 데다 설비투자와 R&D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한다. 특히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인도 내 대기환경 및 건강과 웰빙에 대한 시민의식까지 확대되면서 인도 전기차 시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미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인도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으며, 마이크론,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인도 현지 생산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 업체를 확정, 인도 전동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한 투자 전문가는 “지난해 인도에 대한 FDI 금액은 8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야후 등 미국계 정보기술(IT) 대기업과 테슬라, 스즈키, 비전 펀드 등 미국과 일본 자동차, 기계, 벤처투자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반도체, 2차전지, 전자, 통신, 재생에너지 등 13개 품목의 인도 내 생산과 외국 기업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어 이 분야에 우리 기업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모디가 쏘아올린 ‘통합의 인도’

무엇보다 현재 인도 경제의 성장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있다. 10년 전 모디 정권이 출범한 이후 힌두 근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그의 강력한 리더십과 눈부신 경제 발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의 축으로 부상했다. 올해 4월 19일 한 달 반 일정으로 치러지는 총선에서도 모디 총리는 자신의 3연임을 확신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4월 14일 뉴델리의 당 본부에서 인도 총선을 앞두고 인도인민당(BJP)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4월 14일 뉴델리의 당 본부에서 인도 총선을 앞두고 인도인민당(BJP)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실 모디 총리 집권 전 인도는 높은 실업률과 늘어나는 무역적자 등으로 경제성장률은 하락세였다. 집권 후 모디 총리는 인도가 당시 안고 있는 열악한 경제 환경 및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들을 발표, 시행했다. 인도가 ‘넥스트 차이나’로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데까지 가장 큰 기여를 한 대표적인 그의 정책에는 ‘메이크 인 인디아(2014년)’ 외에도 ‘디지털 인디아(2015년)’가 있다.

‘디지털 인디아’는 인도 전역을 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함으로써 금융소외층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소외층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지원을 디지털을 통해 받는 정책이다. 동시에 인도 정부는 금융 제도 개선 및 교육에 중점을 두고 투자자 기반을 확장하고 주식 시장 참여를 늘렸고, 디지털 결제 촉진 등은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더 많은 개인투자자가 펀드, ETF 및 개별 주식을 매수해 증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그 결과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인도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은 무려 3배로 늘어났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3연임을 하게 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인도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지난 10년간 법인세 인하와 제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인도 경제를 고성장으로 이끄는 모디 정부의 ‘모디노믹스(Modinomics)’가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모디노믹스와 함께 투자할 만한 인도의 기업들도 주목된다. 인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공모펀드, ETF를 통한 간접투자 외에도 미국, 유럽 증시에 상장한 해외 주식예탁증서(DR)에 대한 직접투자도 가능하다.

DR을 통한 직접투자 유망 종목으론 인도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릴라이언스(Reliance Industries), 타타(TATA Group), 인포시스(Infosys), HDFC은행 등이 꼽힌다. 아시아 최대 부자 무케시 암바니가 의장으로 있는 릴라이언스는 정유·석유화학, 디지털·통신, 리테일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초기 정유·석유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2016년 진출한 이동통신 사업을 통해 회사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인도를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의 삼성’으로 불리는 타타는 IT 컨설팅, 자동차 등에 진출해 있으며, 인도 디지털 전환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인포시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유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주력 제품인 은행 솔루션 ‘피나클’과 인공지능(AI) 플랫폼 ‘인포시스 NIA’ 및 보험 플랫폼 ‘매카미시’ 등 매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포시스는 배당과 매입에 적극적인 주주 친화 기업으로 꼽히는데, 2022년 기준 배당 금액은 주당 31루피로 2013년 대비 약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외층 감소로 금융주인 HDFC은행도 유망한 투자 종목이다. 인도 최대 민간은행인 HDFC은행은 매년 순이익이 20% 증가, 주가는 지난 10년 새 5배 가까이 치솟았다.

김민수 CMK투자자문 대표는 “모디 총리의 ‘포괄적금융지원계획(PMJDY)’ 시행 이후 디지털 사회로 전환이 이뤄지며 글로벌 기업과 기관투자가가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며 “이번 인도 총선에서 모디 정부의 3기 출범이 확정되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기업친화적 정책의 연속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