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전문가들도 수정된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살펴본다.

[빅스토리] 복잡해진 금리 시나리오…전문가의 예측 ③
최진호 이코노미스트 “Fed 보험성 인하 예상…한은, 물가·유가 상황 주시할 듯”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인 9월에야 Fed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11월쯤 한 번 더 금리를 내려 연내 총 두 번의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9년 경기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것처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보험성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실질금리가 너무 높아 불필요하게 경기가 둔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험성 금리 인하로 보고 있다”며 “금융위기 때처럼 리스크 이후 사후적으로 급격하게 조치하는 것과는 인하의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추후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통화정책을 전환하기보다는 최근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의 양호한 경제 환경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완만하게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6월쯤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5~6회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연초 시장의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지고 인하 횟수도 1~2회로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통화정책의 신뢰성만을 보면 대부분의 Fed 위원이 연내 금리 인하를 하는 쪽으로 메인 스탠스를 잡고 있는 것 같다”며 “3회까지 인하할 필요는 없고 한 번 내지 두 번 인하에 그치거나, 매우 신중하게 인하해야 한다는 스탠스인 듯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동결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동 지역 충돌, 테일 리스크로 상존”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충돌로 인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도 ‘테일 리스크(확률은 낮지만 발생했을 때 손실이 큰 위험)’로 떠오른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확전까지 가지 않고 완만한 교착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면 유가 급등은 필연적이다. 이 경우가 되면 자연히 금리 인하 시기도 미궁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오가는 곳”이라며 “만약 호르무즈해협이 막혀 원유 생산량이 줄고 유가가 올라가면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가는 환경이 된다면 Fed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Fed가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인 10월쯤으로 예상한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금리를 못 내리는 가장 큰 요인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Fed의 통화정책”이라며 “미국이 확실하게 금리를 내린다는 시그널을 한 번쯤 보여주고 우리나라 물가도 한은의 전망치에 맞게 낮아지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물가와 관련해서는 “코어물가(근원물가)는 한은 전망치와 비슷하게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헤드라인물가(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3%대다. 코어가 떨어지는데 헤드라인이 계속해서 안 떨어지는 이유는 농산품 가격과 유가 때문이다. 통화정책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라며 “한은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예의주시하면서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중동 리스크가 지속돼 유가가 올라가고 농산물 작황이 안 좋아 농산품 가격이 상승하면 한은으로서는 정책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대외적 환경이 조성될 경우, 10월에 금리를 내리고 연내 추가적으로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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