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벤처스는 특히 초기 단계 기후기술 투자를 가장 활발히 하는 투자사로 꼽힌다. 변곡점에 서 있는 기후기술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대거 출현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스페셜] 기후기술 기업에 투자하라
인터뷰 –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에너지·산업·농식품 기후기술에 집중 투자…내년 IPO 기업 나올 것”
“에너지·산업·농식품 기후기술에 집중 투자…내년 IPO 기업 나올 것”
“전체 자본시장의 침체를 기후기술 분야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위축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통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투자 건수는 소폭 감소했거나 오히려 늘었다는 리포팅이 더 많습니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는 여전히 활발한 상황입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가 “2022년 초반의 버블을 지나 현실적 수준에서 수렴되고 있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한 대표는 “2022년에 60조 원 규모였다면 2023년에는 40조 원 규모로 약 30% 빠진 셈이다”며 “여전히 큰 자금이 계속 투입되고 있는 시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후기술 투자 시장이 외연은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활발하며, 보조금 등 정책 시장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은 굳건하게 더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452조 원의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2030년까지 약 500조 원(3690억 달러)을 투입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에선 2028년까지 300조 원을 쓸 계획이다. 한 대표는 “전 세계 주요국의 보조금 규모가 확정된 후 시장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기후기술 스타트업들이 활동하기 위한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후기술 노다지’…정치 리스크에도 불변

2024년은 전 세계 76개국에서 약 42억 명이 유권자로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다. 올해 기후기술 투자 환경에서 가장 큰 리스크인 ‘정치적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기후기술의 거대한 트렌드를 바꿀 수 없다는 게 한 대표의 판단이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중요한데, 돌이켜보면 트럼프 정부 때도 재생에너지 발전·설치 용량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최대 리스크는 IRA를 폐기하는 건데, 이름을 바꿔서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나하면 이 대세 흐름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는 기후기술 산업이 “소재·부품·장비(일명 소부장) 등 제조업이자 일자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기술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솔루션으로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 꼽자면 바로 ‘전기’”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전기로 바꿀 것인가, 또 어떻게 최대의 에너지 효율을 낼 것인가, 세 가지 방안에서 솔루션을 찾아야 합니다. 전기 생산은 인프라 산업이죠. 또 전동화는 기존의 석유나 석탄을 전기로 바꾸거나, 배터리로 바꾸거나, 혹은 곧바로 전선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능한데 결국 설비입니다. 그리고 전기에너지 효율화를 위해서는 부품을 바꿔야 합니다. 모두 하드웨어죠. 하드웨어는 특히 사람이 많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또한 기후기술과 에너지 산업이 매우 밀접한 만큼, 기후기술 산업이 패권화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짚었다.

“그래서 저희는 ‘기후기술 대박’, ‘기후기술 노다지’라는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지난 15년간 기후기술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 탄생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최근 시장이 침체되기 전 2022년 상반기 무렵까지, 기후기술 분야에서 유니콘 탄생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평균 3~4년이었습니다. 버블이죠. 버블이 생기는 이유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기후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아직 이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전 세계 기후기술을 주도할 만한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투자 시장에서 ‘한국 프리미엄’이 존재합니다. 저희 소풍이 글로벌 투자도 열심히 하는데요. 최근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과 관련해 황화니켈 사업을 하는 인도네시아의 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습니다. 보통 이런 스타트업에 딜 접근이 잘 되지 않지만 한국 투자사여서 가능했습니다. 글로벌 기후기술 스타트업들은 한국의 대기업들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건설, 전기차, 수소차 등 한국이 이끄는 산업을 기반으로 기후기술 스타트업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대표는 “다만 아직은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기술검증(PoC) 환경 등이 좀 더 갖추어져야 실제 경제성 있는 솔루션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으리라 보고, 국내 대기업들도 이러한 기술들에 주목해서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협력체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풍벤처스는 현재까지 총 55곳의 기후기술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며,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38곳에 투자하는 등 활발히 투자해 왔다. 소풍은 국내에서 초기 단계 기후기술 투자를 가장 활발히 하는 투자사로 꼽힌다. 프리시드, 시드 단계에 투자하는 비율이 약 64%, 리드 투자는 70%에 달한다.

한 대표는 “후속투자배수(처음 투자한 금액 대비 후속투자로 유치한 금액 비율)가 10배에 달한다”며 “현재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2~3곳으로 내년 중에는 기업공개(IPO) 케이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귀띔했다.

“기후기술은 모든 경제, 산업,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영역입니다. 한편 모두가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기에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에도 기회가 많습니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혁신과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다수 출현할 것이라고 보고, 이에 투자하는 것이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임팩트 창출뿐 아니라 재무적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특히 소풍벤처스는 기후기술에서도 에너지·산업·농식품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고,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기술 혁신 잠재력이 높은 분야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에너지·산업·농식품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1%, 기후기술 관련 특허 76%, 기후기술 유니콘 78%를 차지하는 한편 VC 투자 금액은 약 50%에 불과합니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찾는데, 최근에는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을 위해 각 분야의 ‘밸류체인 매핑’을 통해 기회 영역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폐배터리 분야라고 하면 폐배터리 배출, 수거, 보관, 진단 및 해체, 재활용, 재사용 시장에서 소풍이 투자해 온 기업과 신규 발굴 중인 기업, 협력 가능한 대기업 등을 그려보고 투자 잠재력이 높은 영역의 기업을 전략적으로 발굴하는 식입니다.”

기후기술은 인프라 산업, 장기적 안목 필수
“에너지·산업·농식품 기후기술에 집중 투자…내년 IPO 기업 나올 것”
향후 유망 분야로는 ‘그리드와 배터리 기술’을 꼽았다. 기후기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에너지 전환으로 요약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3%, 국내의 경우 약 86%를 에너지 부문이 차지한다.

블룸버그의 2023년 에너지 전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은 이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됐으며, 2023년 전 세계에 신규 설치된 발전시설 424기가와트(GW) 중 재생에너지가 약 80%다.

“지금 에너지 발전 자체에 있어서는 기술력과 시장 확대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엔드 투 엔드로 연결해내는 분야에서는 혁신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이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그리드와 배터리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전 세계의 탄소중립 정책 이행 속도를 고려했을 때, 단순히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지구 온도 1.5~2도 한계선을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도 함께 발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소풍벤처스는 ‘기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후기술 분야의 기술, 산업, 정책 전문가들을 모으는 작업을 위해 기후기술 세미나, 서밋 등 행사를 약 20회 남짓 진행해 왔으며, 현재까지 약 1600명 이상이 참석한 바 있다.
이러한 기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타 투자사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한 대표는 “일종의 딜소싱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무적 투자자(FI), 전략적 투자자(SI) 모두 기후기술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소풍이 초기 단계에서 발굴해 온 양질의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후속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고, 대기업과 같은 SI 투자사들은 그룹사와 연계해 PoC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기후기술 분야 투자 전략으로는 단기보다 중장기 투자를 더 중요하게 언급했다. 한 대표는 기후기술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기후기술은 인프라 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어 기술 개발 및 시장 진입 면에서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년 뒤, 20년 뒤 전력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미래 전망을 하면서 개별 기업이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하고, 또 개별 기업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정책과 산업이 함께 맞물려 성장하는 영역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해당 기업이 이러한 산업의 지형도를 잘 알고 시장 진입을 할 수 있을지도 살펴야 합니다.”

소풍벤처스는 기후기술 투자를 통해 임팩트, 그리고 수익률 모두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기후기술은 넷제로 달성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선결 과제이자 필요조건입니다. ‘하이 임팩트, 하이 리턴’, 큰 위기는 산업적으로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속적으로 기후와 관련한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확산시키는 것에 모든 투자 자본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