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쩐의 전쟁이다. 무엇보다 해외 투자를 통해 현지 법인을 설립할 경우, 현지 세법에 대한 꼼꼼한 대비는 필수다. 해외 투자 시 체크해야 할 세금 이슈는 무엇일까

[절세 전략]
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싱가포르 래플스플레이스 전경. 한국경제
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싱가포르 래플스플레이스 전경. 한국경제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경제성 외에도 현지의 시장, 법적 규제, 노동, 문화, 정치 등 다양하다. 그중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세금이다. 현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기업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중간에 새나가는 세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말 ‘법인세법’에 신설된 ‘외국자회사 수입배당금의 익금불산입’ 규정부터 지난해 말 법률 개정을 통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도입된 글로벌 최저한세까지 그 내용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투자 단계에 따라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해외 현지법인 신규 설립 또는 기존 해외법인 인수 시점에 발생할 수 있는 세무사항부터 점검해야 한다. 해외 현지에서 신규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경우, 등록면허세 개념의 인지세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기간 투자가 선행되는 사업의 경우, 초기에 부가세 매출세액이 발생하지 않고 매입세액만 발생하게 되므로 초기 현금흐름을 명확하게 추정하기 위해 ‘부의 부가세’ 환급 가능 여부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뜨거운 이슈, 글로벌 최저한세

특히 부의 부가세 납부세액은 현지 세법 규정상 환급이 가능해도 실무상 환급 절차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해 현지 세무전문가와 미리 상의해야 한다. 만일 기존 법인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해당 인수 대상 법인에 대한 세무 실사를 수행해 과거 과세연도 우발조세채무(예: 미납 또는 과소납부한 세금)를 파악하고 이를 주식매매계약서상 손해배상규정 등을 통해 매도자로부터 보장받는 등 적절한 안전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해외 현지법인은 현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법은 각국마다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법인세율은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돼 왔다. 외국인 투자에 따른 조세 감면 제도 또한 그러하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 홍콩은 각각 17%, 16.5%의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베트남의 경우 각종 투자에 따른 법인세 면제 및 감면 제도를 갖고 있어 세금 측면에서 투자 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에 도입되고 있는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으로 인해 이러한 투자 유치 인센티브 기능은 점점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시행되면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한 특정 국가 실효세율이 최저한세율인 15%보다 낮은 경우,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에 따라 모회사가 소재한 국가에서 최저한세율에 미달하는 세액에 대해 추가로 과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이 투자한 베트남 현지법인의 실효세율이 5%라고 가정하면 최저한세에 미달하는 10%에 대해서는 베트남이 아닌 한국에서 추가로 과세할 수 있다.

결국 베트남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국가를 달리할 뿐 기업 입장에서는 최소 15%의 세율로 법인세를 납부하는 결과가 된다. 즉, 베트남 현지 소득에 대한 법인세율이 사실상 15%까지 증가하게 돼 5%의 낮은 세율이 더 이상 인센티브 역할을 못하게 된다. 물론 글로벌 최저한세는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이상 사업연도의 다국적 기업 그룹 최종 모기업의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액이 각각 7억5000만 유로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기업에는 현지의 낮은 법인세율과 외국인 조세 감면 혜택이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다음으로 해외 현지법인이 현지 법인세를 차감한 후 남은 수익을 모회사에 송금할 때 현지에서 발생하는 세금이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을 국내 원천소득으로 보아 그 과세권을 유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국법인은 외국법인에 배당금을 송금할 때 특정 세율을 곱한 세금을 원천징수해 과세당국에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내국법인이 외국법인 주주에게 배당금을 송금하는 경우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곱한 금액을 원천징수해 과세당국에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원천징수세금은 각국이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줄어들 수 있는데, 가령 한국법인이 미국법인에 배당금을 송금할 때 한미조세조약상의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그 세율이 10%까지 낮아질 수 있다.
법인 설립에서 배당 송금까지...해외 투자 절세 노하우
현지법인 배당금, 한국 과세는

이제 현지법인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에 대해 한국에서 과세되는 방식을 살펴보자. 2022년 말 도입된 ‘외국자회사 수입배당금의 익금불산입’ 규정에 따를 경우 지분율 10% 이상, 배당기준일 현재 6개월 이상 보유한 해외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수령하는 경우 해당 배당금의 95%가 과세소득에서 제외될 수 있다. 즉, 수령한 배당금의 5%만 과세소득으로 세금이 부과되므로 과거 해외자회사에 유보한 소득이 많은 내국법인의 경우 국내 송금의 상당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 규정 적용 이후 상당한 해외 소득이 국내로 송금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배당 송금 시 발생하는 원천세액이 없거나 낮은 국가에 소재하고 있는 해외자회사의 경우 이러한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물론 해당 규정 신설 이전에도 외국납부세액공제 규정이 있어 법인세 납부 시 해외에서 납부한 세금을 차감해주는 규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해당 국외원천소득에 상응하는 법인세 상당액을 한도로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해외 또는 국내에서 과세되는 셈이라 조세 절감 효과에 한계가 존재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지법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현지 법인세, 배당에 따른 원천세, 한국에서의 법인세 등 기업의 손에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새나가는 여러 세금에 대해서는 사전에 미리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 의사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 송호창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파트너·김범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