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이슈마다 제일 골머리를 앓는 부분은 단연 세금이다. 특히, 상속재산의 경우, 평가 방법이 까다로워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상속 Q&A]
복잡한 재산 평가, 불이익 피하려면
CASE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하려면 재산의 가액을 평가해야 할 텐데 평가 방법이 매우 복잡하다고 들었습니다. 재산 평가를 확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의 시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의미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감정가액 등도 시가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재산의 종류별로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보충적 평가 방법을 적용해 가액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재산들의 경우에는 객관적인 시가를 확인하기 어렵고 법령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 방법들도 매우 복잡해 평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재산 평가 규정을 잘못 해석해 적용하거나, 평가 방법에 대한 과세관청과의 견해 차이로 인해 거액의 세금이 부과되는 사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세청과 지방국세청은 재산의 적정한 평가를 위해 국세청 소속 공무원과 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납세자도 평가심의위원회에 재산 평가를 심의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받고자 하는 납세자는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만료 4개월 전 또는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만료 70일 전까지 심의 신청을 해야 하고, 그 결과를 받아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신고하면 됩니다. 과세관청이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 결과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나, 국세청 내부·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심의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세금을 신고하게 되면 재산 평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과세 위험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에서 최근 재산 평가와 관련한 중요한 판결을 선고해 소개해드립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는 재산에 대해 둘 이상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이 있는 경우 그 평균액을 시가의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다만 해당 감정가액이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과세관청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해 감정한 가액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납세자 A는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감정평가를 받아 그 평균액을 기초로 거래했는데, 과세관청에서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른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평가를 의뢰해 받은 가액을 기초로 과세를 했고, 납세자가 이에 불복해 소송이 진행됐습니다.

대법원은 재감정을 할 수 있는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는지 여부를 기준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고, 당초 이루어진 원감정평가의 목적, 납세자와 감정기관과의 관계, 통모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0두54265 판결).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납세자가 재산에 대해 정상적으로 감정평가를 받아 세금을 신고했다면, 과세관청이 이를 다시 감정해 과세를 시도하는 위험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글 박병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